"억지로 키우려고 공들이지 말고 스스로 되도록 공들여야 한다. 키워서 길러내는 것은 스스로 됨만 못하다." - 김훈 소설 '흑산(黑山)'에서 정약현의 말(정약현은 다산 정약용의 큰 형이다)

매일 아침 출근 전쟁이다. 작년 회사 근처로 집을 옮긴 후에는 워킹대디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기로 맘먹었다.

벌써 8개월째 세 아이 아침 챙겨 먹이고 큰아이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둘째, 셋째 아이는 돌봐주시는 분께 인수인계하고….

아침에 눈뜨고 나서 회사의 내 책상에 앉기까지 스릴넘치는 시간의 연속이다. 그래도 요즘은 탄력근무제(출퇴근시간 조정)를 시행해서 출근시간을 한 시간 늦춰 놓은 터라 조금은 수월해졌다.

아이들의 아침시간을 책임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접하는 시간이 늘고 아이들의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되고 또 육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세 남자아이를 키우다보니 자연히 아이들 간의 다툼이 잦다. 아침에는 덩달아 나까지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때마다 아이들의 품성을 올바르게 하는 근본적인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한다. 눈앞의 갈등을 빠르게 없애는 방법은 아이들에게 호통치고 때로는 매를 드는 것이다. 크게 혼이 난 아이는 삼일 정도는 고분고분하다. 그러나 그 후에는 또 그 다음에는….

아, 이 방법은 마음공부 하는 사람의 방법은 아니구나! 교전을 펼치고 자녀교육과 관련한 법문을 찾아 보았다. 가장 먼저 '타자녀 교육'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내 자녀교육도 안되는데 타자녀 교육이라니….

그 보다 앞서 '지자본위'가 나를 일깨운다. 모르면 공부하고 스승님께 물어보라는 말이구나! 하하하! 마음이 크게 한번 웃었다.

인생에 연습 없이 찾아오는 것이 여럿 있지만 부모되기란 것이 그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훌륭한 선진님들이 가까이 계시는데 물어보지 못했다.

"어머니, 아버지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 형제들 키우실 때도 그랬나요?" 얼마 전 아내가 양가 어머님들을 모시고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중 아이들 양육에 대한 고민에 대해 많은 대화를 한 것 같다.

결론은 '너 하기 나름!'이라며 "열심히 부모의 길을 닦고 가다 보면 아이들은 나름 자식의 길을 닦고 있지 않을까?" 라고 말씀하셨다.

며칠 전 아내가 법문사경을 시작했다. 아내의 맑은 마음거울에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이 담기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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