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규선 교무 / 정릉교당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청소년교화를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교단의 갱년기 증상을 말하고자 한다. '올라도 10% 내려도 10%'라는 말이 교단 여기저기서 요즘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지금 청소년 교화는 거의 바닥에 와 있다고 할 것이다. 현재의 교화 현실과 인식, 그리고 변화가 없는 한 교화훈련부 청소년국에서나 청소년 담당 교무들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청소년들의 평균 법회 출석 10%이상 올라가기 힘든 구조다. 그렇다고 해도 10%이상 떨어지지는 않을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 이유는 첫째, 현재 어린이, 학생 법회는 거의 교도 자녀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서울의 경우 15명 이상 어린이 법회를 보는 교당이 3군데, 20명 이상은 거의 없다. 거의 대부분 교당이 10명 미만의 어린이 법회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이 교당에 흥미를 가지고 법회에 참가한다기 보다는 부모를 따라 교당에 오는 것이다. 지금은 사춘기가 되어 부모의 말을 안듣기 시작할 때부터는 거의 교당 법회에 흥미를 못느끼고 나오지도 않는다. 이는 학교나 학원, PC방 등 교화 환경이 변했지만 우리의 법회 형식은 30년 전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다.

둘째는 청소년 담당 교무가 3년 이내로 교당에 근무하는 현상이다. 부교무, 보좌교무의 임기가 짧다는 것이다. 어떤 연유로 청소년 담당교무가 교당을 옮기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잦은 인사이동은 교화에 마이너스다. 청소년 교화는 1년째에 알고 적응해가는 단계라면 2년째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단계, 3년째부터 안나오는 일반 교도 자녀들에게 힘있게 청소년 법회로 안내할 수 있는 단계라고 보여진다. 지금 현장의 분위기는 '3년 살면 오래 살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면 이건 잘못된 것이다.

셋째, 법회 교재 만드는 일이 교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지금 청소년 교화는 시대에 맞게 우리의 의식과 교화 형태, 조직을 바꾸지 않으면 크게 변화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큰 줄기는 손대지 못하고 법회를 어떻게 진행할까, 법회 후 활동은 어떻게 할까만 고민한다. 지금은 우리의 청소년 교화에 대한 의식부터 점검해 보고 큰 줄기의 대안을 찾는 일을 우선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넷째, 교구 청소년 담당 교무제의 폐지는 당연한 수순이다. 청소년 교화의 발판을 삼고자 야심차게 준비하고 시행했던 청소년 담당 교무제가 교정원이 바뀌면서 교구 자치의 청소년교화협의회로 다시 돌아갔다. 이는 교구 청소년 담당 교무가 교구 사무국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입장에다 연차가 어려 역량을 펼 수 없는 구조여서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한다. 매달 청교협과 훈련 준비를 주된 업무로 진행하다보니 제도 도입의 목적과는 다르게 청소년 교화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어린이민속큰잔치나 야학으로 흥행했던 그 시절의 교화는 그때의 시대정신과 맞아 떨어져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시대에 필요한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을 더 깊숙이 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는 직접 교화만 있을 뿐 간접교화는 거의 없는 현실이다. 학교 동아리 활동도 법회 출석으로 인정해 달라고 오랫동안 주장했던 것이 얼마 전에야 수용됐다. 직접교화가 안된다고 간접교화마저 놓을 수는 없다. 동아리 활동이든 상담 활동이든, 스카우트나 취미활동 등 무엇이든지 청소년 교화 담당자는 학생이 있는 곳이 법당이 되어야 한다. 청소년들을 교당으로 인도하는 방법은 현장에 나가 간접교화의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것이다. 간접교화는 시간이 지나고 뿌리가 내려지면 직접 교화도 그만큼 수월해 교당법회가 더욱 알차진다. 청소년을 볼 수 없는 현실에서 현장을 찾아가는 간접교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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