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차 향기는 베품과 나눔으로 전달

▲ 최상품의 유자를 골라 교도들이 직접 썰어서 만든 유자차는 고흥교당의 명품으로 자리 잡았다.
고흥을 떠올리면 샛노란 유자의 향기가 금방이라도 진동할 것 같은 향기로운 땅이다. 고흥교당(교무 이운숙·황종인) 교화의 색깔도 유자차와 함께 한다. 매년 최상품의 유자를 직접 공판장에서 구입해 교도들이 직접 수제로 만든 유자차는 고흥교당의 명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교무가 교당에 부임했을 때 "이 지역에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다. 의외로 주민들이 원불교를 잘 모르고 있었다"며 "그런데 군청에서 주최하는 성공아카데미나 여성대회를 참석하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지역민들이 강의실을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이 교무는 원불교 홍보를 위해 지역사회에 많이 베풀고 나누어야 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 고흥군 노인복지회관에 떡국 나눔 행사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유자사업으로 장학금 전달

이 교무는 교도들과 함께 신정절을 앞두고 쌀10가마니로 떡국 떡을 뽑았다. 원불교 달력과 함께 고흥읍 경로당 50여 군데를 일일이 돌았다. 경로당에서 떡국을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자연스럽게 원불교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 떡국 한 그릇에 담긴 관심과 사랑을 확인한 것이다.

유자사업으로 얻은 수익금은 지역내 청소년들에게 장학금과 고흥군 교육발전기금에 투자됐다. 교도들이 유자차를 만들때는 보통 20~30명이 2주 정도의 작업이 소요됐다. 결국 인건비가 수익금으로 남는 것이다. 유자를 손으로 썬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서울교구 여성회와 생협, 어린이집 등 판로가 이미 뚫렸다. 그리고 먹어본 사람은 계속 주문이 쇄도해 물량이 딸릴 정도. 이런 봉공 작업을 통해 교당에 나오지 않던 교도들도 자연스럽게 동참시켜 일석이조다.

특히 고흥 유자는 바다의 해풍과 태양열이 뛰어나 비타민C가 풍부하고 향이 좋기로 소문이 났다. "매년 최상의 좋은 유자를 써야 손질도 덜 가고 양도 많고 맛도 뛰어나다"고 한상택 교도회장은 말했다. 한 회장은 "유자사업을 할때는 몸도 피곤하고 힘들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나기도 하지만 지역사회에 은혜를 베풀때는 피로가 녹고 보람을 느낀다"며 "나눠주는 즐거움 때문인지 계속 추진해야 겠다는 자부심을 가진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모인 장학금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10명의 학생들에게 각각 50만원씩 총 500만원을 지급하며, 고흥군청 교육발전기금에 매년 10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이 교무는 "청소년교화는 결국 투자를 해야한다. 이렇게 10년을 지급하면 100명의 학생들에게 지급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반드시 인재로 작용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올해도 손수 만든 유자차 600병을 소록도에 있는 한센병 환자들에게 전달했다.
▲ 이운숙 교무가 지역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소록도 한센인 돕기

그리고 '소록도 한센인 돕기 하루찻집'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루찻집은 차도 마시면서 공연과 문화적 볼거리도 제공하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작년까지 세계양초공예를 전시했으며 올해는 모시상포로 무대를 꾸몄다. 이 행사에는 각 지역 기관장들을 초대해 장학금을 전달하고 문화공연도 펼쳤다. 찻집으로 수익금을 얻음과 동시에 베품의 미학을 나투고 있었다.

그 덕분에 지역민의 호응도가 높아졌다. 이 교무는 계속 보은을 당부했다. "종교가 베풀지 않으면 제 구실을 못한다. 교당 유지금으로는 충당하기가 어렵다. 자체적으로 유자사업과 하루찻집을 통해 경제적 구심점을 만들고 있다." 이런 활동이 원불교가 국이 크고 열려있다는 인사말로 돌아온다고 귀뜸한다. 결국 지역사회에 작은 것이지만 나누고 참여하는 모습이 원불교를 알리는 기연을 만들었다.

11일 고흥군 노인복지회관에 200인분의 떡국 공양을 했다. 이 교무는 공양을 위해 쇠고기, 굴, 계란, 귤 등을 꼼꼼하게 챙겼다. 작년에 이은 연례행사다. 평소에 2천원을 주고 점심식사를 사먹는 어르신들은 원불교에서 제공하는 무료 공양에 "잘먹었습니다"는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어떤 분은 "원불교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하시네요.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흐뭇하게 말했다.

3년 법회 무결석을 자랑하는 박법전 여성회장도 떡국에 고명을 얹으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예전에 법회를 쉬고 있었는데 이 교무를 만나 마음을 새롭게 하는 기연이 됐다.

박 여성회장은 "이렇게 시간이 날 때 마다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힘들 때 마다 교무님과 대화를 나눈 것이 큰 힘이 됐다. 교무님은 내마음을 긍정과 즐거움으로 변화시켰다"고 속내를 비쳤다.

교도들은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교도들이 스스로 봉사해 지역민에게 나누는 기쁨이 활력소로 파급효과를 냈다.
▲ 한센인 돕기 하루찻집에 양초공예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계획적인 교화전략

이런 지역활동 때문인지 이 교무에게 지역민을 위한 특강의 기회도 주어졌다. 경찰청 직원이나 경로당에서 자연스럽게 마음공부를 강의했다. 매년 100여 명을 입교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올해도 교화단 2단을 신설했다. 하지만 교도는 계속 들어오는데 교도들이 계속 빠지는 현상도 생겼다.

이러한 현상을 만회하기 위해 교당은 올해 3월부터 교당 신축불사에 들어갔다. 이미 좋은 터를 잡았으니 안정감있는 교화를 하겠다는 취지다.

이 교무의 교화전략은 계획적이다. 교화는 계획을 세우고 하는 것과 계획 없이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4축2재를 전체 프로그램으로 놓고 사이 사이에 신앙과 수행, 행사를 삽입했다.

고흥교당 법당에는 원기97년 일반교도 행사 계획표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흥경찰서 시무식 떡국 공양, 고흥노인복지회관 떡국 공양, 대각개교절 대각국수 은혜잔치(외국인 여성초청), 교도정기훈련과 합동 회갑식, 7일간 가을수행정진기도, 순천지구 소록도 한센인 김장봉사, 소록도 한센인 돕기 하루찻집 및 장학금 전달식 등이 빼곡이 시선을 머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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