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自天然非造作 본래 저절로 그런 것이지 만든 것이 아니니

何勞向外別求玄 어찌 수고로이 밖을 향해서 이치를 구하랴

但能一念心無事 다만 한 생각으로 마음 속 번뇌를 없애고

渴則煎茶困則眠 목마르면 차를 달이고 피곤하면 잠 자게나.

'보선자가 게송을 청하기에(普禪者求偈)'-나옹화상 혜근(懶翁和尙 慧勤 1320-1376)


혜근의 법호는 나옹(懶翁)이다. 보우, 경한과 함께 고려 말의 대표적인 승려로 선불교의 기반을 닦았다. 양주 회암사에서 4년간 정진 끝에 도를 깨치고 원나라 북경에서 지공과 교류, 귀국한 뒤에는 공민왕의 왕사가 되어 보제존자(普濟尊者)의 호를 받았지만 사대부들의 공격을 받아 지방으로 가는 도중에 죽었다.

이 시에는 나옹의 자연관과 불교관이 잘 나타나 있다. 우주는 누가 창조한 것이 아니고 스스로 그런 것, 즉 자연(自然)이다. 그러니 마음을 탐구하여 자연의 깊은 이치를 깨달을 수밖에. 거기에 나옹은 교화에 힘쓴 스님이지만 근본은 선승이었다. 화두(話頭) 한 생각에 매달려 견성하자는 것. 나옹(懶翁)이란 그의 호처럼 얼핏 느리고 게으름도 피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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