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제민 교도·분당교당(논설위원)
일원대도의 통섭과 포용, 상생 상화의 원만대도는 종교간의 벽을 허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이념대립의 상처를 치유할 새 치료술이 될 것이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 이런 식의 2분법적 편 가르기에 상처입은 국민들의 마음을 이제 일원대도의 상생사상으로 포용하고 녹여 내야 한다.

효순이 미선이라는 두 소녀가 미군 훈련 중 사고로 사망하였을 때 미군 철수를 부르짖던 촛불 시위대를 보면서, 62년전 민족동란 때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전사한 미군의 숫자가 5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진한 아픔이 일었다.

김혜심 교무께서 돌보는 아프리카 어린이 돕는 모임을 후원하고 있는 남아공의 넬로라는 퇴역 장군이 몇 년 전에 한국을 방문하였다. 그는 62년 전 22살의 나이에 전투비행기를 몰고 유엔군 일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하였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호텔로 찾아간 첫 대면에서 82세의 노인은 한 여름의 찌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군복 정장을 입고 가슴에는 기장과 약장을 자랑스레 잔뜩 붙이고 자세를 꼿꼿이 하여 장군의 면모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그가 한국에 바쳤던 젊음을 자랑스러워했고 그들의 희생으로 폐허로부터 이제 세계 속에 우뚝 선 대한민국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했고 아직 살아 있는 참전 용사들을 초청해 발전된 나라를 보여주는 한국정부에 대해 감격스러워 하였다.

그의 앞에서 우리 아버지 때의 이야기들을 회상하고는 나는 가슴이 뭉클하였고 어려움을 극복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친구 나라들이 자랑스러웠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이 어떻게 지켜진 것인지를 알고 은혜에 고마워 할 줄 아는 한국 사람들은 이제 와서 은혜를 원수로 대하는 또 다른 이념과 주장과 선동들이 있음을 알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만큼의 크기대로 마음의 상처가 되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정치와 종교 이야기를 삼가라는 말이 있다. 쓸데없는 논쟁으로 비화되어 상담이 깨지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다.

가족 간에 세대 간에 또는 회사 내에서 또는 같은 교도들 간에도 광우병 촛불시위, 천안함 폭침, 평택 미군기지, 제주 해군기지, 금강산 관광객의 피격, 한미 FTA 등 이념 대립이 일어 났던 사회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함부로 얘기하다가는 얼굴 붉히는 논쟁이 있을 수도 있다는 슬픈 현실을 인식하고부터는 눈치를 보며 적당히 입 다물고 산다는 사실이 또 우리의 가슴에 선혈 같은 금을 긋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일원대도의 정법 사도로서 이 나라에 아니 지구촌에 사상과 이념으로 갈라져 상처 입은 가슴들을 일원대도의 한 체성 원리로 치유해야 할 것이다.

일원대도는 만유를 한 체성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일원대도 속에는 나와 다른 남도 당연히 있다는 것이며 여러 가지 다른 이념과 사상과 주장들이 서로 혼재되어 각자가 자기 생명이 갖고 있는 에너지만큼 약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의 자기 표현과 자기 주장은 자기 삶의 지극히 당연한 생명현상이고 활발한 치연 작용인 것을 자연계의 법칙으로 받아 들일 때 비로소 일원대도를 우주의 섭리로 받아 들인 것이다. 그러면 일원대도 안에서 만법이 원융회통 되는 포용과 통섭의 대도를 자각할 수 있다.

통섭원리를 알 때 나와 다른 것을 포용할 수 있고 비로소 지구촌 한 울안 한 가족 한 일터를 구현하여 낙원세계를 공동목표로 하는 하나의 둥근 세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만법귀일의 소식은 한 체성의 소식이며 만법이 회통되지 않고서는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소식일 것이다.

마음공부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진보, 보수, 좌파, 우파라는 말은 인식의 대상에 마음(육식)이 잠시 머무른 흔적에 불과한 것이며 원래 색깔과 파벌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에게 때려 엎어야 할 타도의 대상은 없는 것이다.

토론하고 협의해서 같이 살아 공존해야 할, 아니 서로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은혜의 동포임을 천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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