流水出山無戀志 흐르는 물은 산을 나가도 산을 그리워하지 않고

白雲歸洞亦無心 흰 구름은 골짜기로 돌아와도 또한 무심하다네

一身去來如雲水 이 한 몸 오고 가는 것도 구름이나 물과 같아서

身是重行眼是初 몸은 다시 와도 눈은 처음 그대로 보고 있다네.

'백운화상어록(白雲和尙語錄)'- 경한(景閑, 1298-1374 고려 말 선승)

경한 스님의 호는 백운(白雲), 7살에 출가하여 54살에 원나라에서 임제종 18세손인 석옥 청공(石屋淸珙)의 법을 이어 받았으며, 인도출신 지공(指空) 화상의 가르침을 받았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불조직지심체요결(佛祖直指心體要訣)'을 편찬하였고, 시자 석찬(釋璨)이 지은 '백운화상어록' 하권에는 경한의 선시 125수가 실려 있다.

경한 스님은 왕후장상에게 설법을 삼가 하였으며 선승의 본분을 지켜 이름을 감추었다고 전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무심(無心)의 도를 읊은 선시가 많다. 이 시는 자연을 의인화한 관점이 뛰어나다. 즉 인간도 자연에 불과하다는 노자의 자연성을 강조하였는데, 윤회적인 마지막 구절은 참신하고 깊다. 육체는 순환해도 영혼은 그대로라는 암시인 듯.

경한의 선시는 표현이 기발하고 통쾌하다. 그것은 세속인들의 관습적인 사고방식을 부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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