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有此庵  먼저 이 암자가 있은 뒤
方有世界  비로소 세계가 있었으니
世界壞時  세계가 무너질 때에라도
此庵不壞  이 암자는 무너지지 않네
庵中主人  암자 속의 주인 되는 이
無在不在  있고 없고에 관계없이
月照長空  달은 먼 허공을 비추고
風生萬籟  바람은 온갖 소리를 내네.



'송사(頌辭)'- 석옥 청공(石屋 淸珙 1272? -1352 중국의 승려 )

임제종은 당나라 임제 의현을 시조로 하는 선불교이고, 석옥 선사는 중국 임제종의 18대 적손이다. 불교가 세속에 물들어 타락한 고려 말에 지각 있는 보우, 경한, 나옹 등은 석옥을 찾아가 선불교를 배웠으며 뒤에 보우는 조계종의 종조(宗祖)로 추앙받게 되었다.

보우가 이별할 때 내놓은 '태고암가'를 보고 석옥은 즉석에서 임제종의 법을 물려주었으며 송사(頌辭)까지 붙여 주었다. 이 시는 선승 석옥의 전법게인 셈이다. 내가 존재하니 만물이 존재한다는 그런 유아독존적인 사고방식과 선불교의 신념이 물씬 배어있는 시이다. 즉 공안을 견성의 수단으로 삼아 속박을 벗어나 절대 자유로운 진인이 되라는. 그것은 자기 본성을 자각하고 지혜를 얻어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또 석옥은 보우에게 당부했다고 '태고화상 어록'에 전한다. 권세 있고, 부유한 이들에게 불법을 팔지 말고, 아첨과 유혹에 빠지지 않고, 어리석은 이들을 격려하여 이끌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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