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란화 매운 향기 임에게야 견줄손가

이 날에 임 계시면 별도 아니 더 빛날까

불토가 이 위 없으니 혼아 돌아오소서.

'한용운을 기리며'-정인보(鄭寅普 1893-? 한학자 역사학자 시조시인)



정인보의 호는 위당(爲堂), 조선말 영의정 정원용의 4대손으로 이건방 문하에서 경학과 양명학을 공부, 1910년 중국에서 홍명희, 박은식, 신채호, 김규식 등과 동제사(同濟社)를 조직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귀국하여 연희 이대 등에서 한학과 역사를 강의, 저서엔 '조선사 연구' 등이 있다.

이 시는 위당이 만해 한용운 선생을 기리며 쓴 시조이다. 시조부흥운동에도 참여한 위당은 만해를 향기 높은 풍란화(風蘭花)로 비유했다. 특히 종장의 '불토가 지상에 이 위 없으니' 같은 구절은 깊이 음미할 만하다. 3.1만세운동을 기억하며 정인보의 연시조 '조춘(早春)'을 오랜 만에 읊조려본다.

'그럴 사 그러한지 솔 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 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손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만 날기 어이 더딘고.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까. 내 생각 엉기울 젠 가던 구름 머무나니, 든 붓대 무능타 말고 헤쳐 본들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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