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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우리말인가?
한글은 우리말인가?
  • 이현성 교도
  • 승인 2012.03.16
  • 호수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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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성 교도·영산선학대학교<(논설위원)
'한글은 우리말인가?'라는 제목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고 짐작한다.

몇 해 전 인터넷에서 한글 전용의 문제점과 관련해서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많은 젊은이들이 한글은 우리말이라는 주장을 펴는 것을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글은 우리말이다'라고 말하면 명백한 오류이다. 이 표현에는 두 가지 오류(誤謬)가 담겨 있다.

먼저, 문자와 언어를 구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잘못을 꼽을 수 있고, 그 다음에는 한글로 표기하면 우리말이 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엄격하게 말해 '언어(language)'는 '소리로 전하는 말'을 가리키는 용어다.

따라서 '한국어가 우리말이다'라고 해야지 '한글은 우리말이다'라고 하면 그 때는 말과 글을 구별하지 못한 잘못을 범하게 된 것이다.

한 분야에서 일정 기간 전문적 지식을 쌓고, 훈련을 받아서 그 분야에서 내로라는 전문가가 된 교도님이나 교무님들 중에도 문자언어와 음성언어를 구별하지 않고 '우리말' 또는 '한국어'라고 말해야 하는 자리에서 '한글'이라고 말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비슷한 잘못을 범한 사례가 될 것이다. '父母'라고 적었을 때 '한자는 중국 사람들이 쓰는 문자이니까 한자로 적으니까 중국말이야'라고 하는 사람을 보게 되는데 이 역시 말과 글을 혼동한 데서 오는 잘못된 주장이다.

한자로 '父母'라고 적었을 때는 '푸무/fumu'라고 읽고, 성조까지 지켜야 중국어가 되는 것이다. '한글은 세계 최고의 문자야'라는 우리말을 로마자로 'Hangeuleun segye choegoui munjaya'라고 표기했다고 외국어가 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다. '부모'라고 읽는 것을 중국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처럼 한글로 '한글 이즈 더 베스트 그래핌 인 더 월드(Hangeul is the best grapheme in the world!)'로 표기했다고 우리말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말 속에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한자어를 반드시 한글로 표기해야 한다는 한글전용(專用)을 주장하는 분들의 의식 속에는 다분히 '한자로 표기하면 중국어가 되고, 한글로 표기하면 우리말이 된다'라는 생각이 있다.

게다가 한글은 우리가 만든 글이니까 누구나 읽기 쉽기 때문에 한글로 적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국어 교육은 한자는 중국문자이고 배우기 어려우니까 한자를 가르치지 않고도 국어를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분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그 결과 어떤 결과가 빚어졌는가? 우리말 속에 있는 70%의 한자어들은 마치 불경 속의 산스크리트어처럼 주문으로 전락해버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대종경선외록(大宗經選外錄)〉에는 문자에 매이지 말라는 대종사님 말씀이 다음과 같이 담겨 있다.

대종사 말씀하시었다. "도덕은 문자 여하에 매인 것이 아니니, 그대는 이제 한문에 얽매이는 생각을 놓아 버리라. 앞으로는 모든 경전을 일반 대중이 다 알 수 있는 쉬운 말로 편찬해야 할 것이며 우리글이 세계의 명문이 되는 동시에 우리말로 편찬한 경전을 세계 사람들이 서로 번역하여 배우는 날이 멀지 아니하다. 그대는 다시 어려운 한문을 숭상하지 말라."〈대종경 선외록 4장 5절〉

대종사님 말씀하신 대로 우리 경전을 쉬운 우리말로 편찬했는데도 교단이 100년도 안 되는 시점에서 우리 경전이 어려워서 새로이 편찬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 우리는 과연 쉬운 말로 경전을 편찬했을 때 대종사님의 법을 다 담을 수 있을까?
대종사님의 말씀은 도덕은 문자에 달려 있지 않다는 말씀이었다.

한문이라는 문자에 매이지 말라는 대종사님의 말씀을 우리는 말과 글의 개념도 제대로 구분 못하면서 한글이라는 문자에 집착하라는 말씀으로 잘못 해석하고 살아 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지금 이 순간 대종사님께서 편찬하신 우리 경전을 대중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다 함께 머리를 모아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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