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행사에 군복입다

육군 부사관학교에서는 연교육 인원이 만명을 넘는다. 한주종교행사인원이 평균 650명, 일요일에 500여명. 수요일 종교행사에 150여명이 종교행사에 참석한다.

교당에 보조의자까지 앞좌석에 배열해서 약700여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인원이 많이 참석한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의 다른 부분에서는 약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그 중에 아직 간부로서 양성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피 교육생으로서 힘이 들고, 자유의 제약이 있는 부분들이 종교행사를 통해서 충족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많은 인원이 있다보니 그 질서와 종교행사로서의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다.

교당입구에 들어오면서 부터 종교행사에 임하는 부분까지 내가 느꼈던 느낌은 교당보다는 시장(?)에 와있는 느낌이랄까! 무분별하고, 긴장감 없고, 나름의 규칙도 없는 그 동안 사단에서 근무하면서 자유롭지만 그 속에서 맞물려가던 교당에서의 예절과 느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첫 종교행사에서의 분위기란 정말 제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것이 좋지만, 이렇게 종교시설과 종교적 분위기가 없다는 것은 군종장교로서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하는 큰 고민이 됐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내린 하나의 결정은 군인에게는 군인으로서의 존재를 알려주어서 최소한의 제어(?)를 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행사에 계급이 있는 군복을 입기로 했다. 입장하기 전에 모여있을 때부터 자리에 앉을 때까지 종교행사 시작전 30분 부터 군복입은 나의 모습을 교육생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확실한 효과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분별했던 모습들에서 거수경례와 옷 매무새 고쳐잡는 자세 등 어느 정도는 눈치를 보며 나를 보는 시선들이 변해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스스로 이렇게 까지 해야만 하는가?라는 물음을 항상 하면서도 자유스러움도 있지만 종교시설과 행사를 통해 전해주어야 하는 부분들을 분명히 세워주고 알려주는 것도 나의 임무라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당분간 분위기의 쇄신이 있을때까지 이어가기로 하며, 지금까지 계속해서 군복의 존재를 알려주며 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분위기를 잡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지금의 이 작은 변화들이 부사관학교 충렬교당의 분위기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갈까 한다. 500여명의 장병들이 허리를 세우고 조용한 가운데 입정을 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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