溫溫人似玉 사람은 옥인 양 다사롭고

藹藹花如雪  꽃은 눈처럼 참으로 많네

相看兩不言  서로 보면서 말은 없지만

照以靑天月  푸른 하늘에 달이 비추네.

'매창에 비친 흰 달(梅窓素月)'-성삼문(成三問 1418-1456 세조 때 문신)


성삼문은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죽은 사육신의 한 사람으로 조선 왕조에서 절개 있는 신하로 손꼽힌다. 그는 신숙주와 함께 13번이나 요동의 한림학사 황찬을 만나고 정확한 한자의 음운을 배워 훈민정음 창제에 드높은 공을 세웠다.

예부터 봄에 가장 먼저 피는 매화의 향기가 청고(淸高)해서 사군자 중 으뜸으로 꼽았다. 이 시는 달밤에 매화에 도취하여 할 말을 잃어버린 시인의 정감이 물씬 드러나 있다. 그것은 성삼문의 호가 매죽헌(梅竹軒)이고, 눈 속에서 피는 매화는 청빈한 선비를 상징했으니까. 이제 긴 겨울이 가고 매화가 피면 햇살이 좀 따뜻해지고 마음이 넉넉해질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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