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시가 넘어 쥐포를 구워와 먹는 남편에게 "밤엔 안 먹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남편도 나의 의도를 알기에 수긍하면서도 대답을 어려워 한다. 약속을 받아내고 싶어 재촉하는 나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 왜 이렇게 어려워하냐고 묻자 "평생 안 먹을 자신이 없어서"라고 한다.

1년만 그렇게 해보자라고 마무리 하고 난 뒤 며칠이 지나도 의문이 남았다. '평생이라니, 난 평생을 두고 한 말이 아닌데….' 하지만 난 진실 된 대답을 원하긴 했다.

지금 당장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 내게 얼마나 부담감을 느꼈을까? 너무 옳은 것을 지키라 하니 발뺌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두 가지 어리석은 사람이 있나니, 하나는 제 마음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면서 남의 마음을 제 마음대로 쓰려는 사람이요, 둘은 제 일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남의 일까지 간섭하다가 시비 가운데 들어서 고통 받는 사람이니라"라는 말이 떠올랐다.

건강이 걱정되는 마음을 넘어서 남편 마음을 내 마음대로 쓰려고 했던 내가 부끄럽고 미안했다. 하지만 공부거리를 줘서 한편으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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