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앞두고 조사들의 게송 준비
직지(直指)의 심경으로 작업

▲ 법신불일원상·전각.
원광대학교 서예관 2층 연구실에서 만난 현담 조수현(65·법명 대성) 교수. 그는 격의없이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그런 후 따뜻한 율무차 한 잔을 건넸다. 이런 일련의 행동은 그의 담박한 심성을 그대로 나타냈다. 현재 미술대학 순수미술학부 서예전공 교수로 봉직하고 있는 그는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 1,2권에 나타난 인도조사와 중국 조사 게송에 대한 작품전을 구상하고 있다.

"이 작업은 지난해 10월에 열렸던 미주총부법인 원다르마센터 봉불기념 서예 전각전에 이은 후속 작업입니다. 원다르마 센터에서 열린 전시는 법신불 일원상 자리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이번 작업은 원불교를 포괄적으로 섭렵하고 접근하는 차원에서 게송을 택했습니다. 직지(直指)가 가지고 있는 본래 뜻을 깨닫게 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의 작업은 〈직지심체요절〉에 나타난 인도와 중국의 조사 중에서 가려낸 4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직지심체요절〉은 경한선사가 부처와 조사의 게송, 법어 등에서 선의 요체를 깨닫는데 필요한 내용은 물론 자신이 다듬은 내용을 중심으로 저술을 한 만큼 그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고 볼 수 있다.

"작업은 되도록 고대 삼국(고구려·백제·신라)의 금석문 서체를 인용하여 작업에 만전을 다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정년 퇴임을 앞둔 올해 말경에 전시를 할 예정입니다."

그의 이런 저력은 30여년을 서예가로 살았던 자부심에서 드러난다. 이를 통해 그만의 작품 세계를 구현했다. 이는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위원, 전북도전심사위원·운영위원, 한국서예학회 회장,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장을 역임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서예에 관심을 가졌으나 여산 권갑석 선생님에 이어 고등학교 은사였던 남정 최정균 선생님로부터 본격적인 지도를 받은 이후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이 분들의 은혜를 잊을 수 없습니다. 제가 가르친 학생들도 서예 대가들이 전했던 운필의 멋과 향기를 가졌으면 합니다."

그가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도 은혜에 대한 실천이다. 그것을 작품으로 나타내라는 것이다. 잔잔한 어조로 대화를 이어가던 그는 남정 최정균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주춤했다. 그만큼 스승에 대한 간절함이 어려 있다. 남정 선생과 함께 국내 최초인 원광대 서예학과 신설의 산파역할을 담당하기도 한 그는 감회가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서예학과에서 배출된 학생들이 23년이 지난 지금 청장년 작가들로 성장했습니다. 제주에서부터 서울 끝자락 까지 포진되어 있죠. 이들이 제 역할을 다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 역시 제자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주기 위해 매년 소규모 개인전을 구상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동안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 초대전을 비롯 백악미술관·공평아트센터·전주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개인전을 펼친바 있다.

"일생동안 묵의 향기에 묻혀 살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조사들의 게송 전시회는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준비할 것입니다. 작품이 팔리면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려고 합니다. 나머지 작품들은 제가 구상하고 있는 소규모 서예관이나 기념관에 보관하려고 합니다."

그의 말에서 무언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이것은 아마도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그 나름의 서예세계라 볼 수 있다.

작업실 앞에 가지런히 제 자리를 잡고 있는 붓을 비롯 벼루들도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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