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제민 교도·분당교당(논설위원)
원불교100년성업의 제 1지표를 교화대불공으로 제 2지표를 자신성업봉찬으로 설정한 것은 대종사님의 교법을 세상에 전파하여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제일의 당면 과제임을 천명한 것이다.

교화대불공이라는 말은 우리의 이웃을 교화하는 것이 우리가 진리 전에 올리는 큰 불공(진리불공)이라는 뜻이 될 것이며 또한 우리가 우리 이웃에게 직접 베풀 수 있는 큰 불공(실지불공)이라는 뜻도 될 것이다. 결국 둥근 진리의 소식을 알려서(교화대불공) 스스로 성불을 향해 나아감(자신성업봉찬)이 원불교100년의 최대과제임을 명심하자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원불교100년성업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 들, 예를 들면 성지 장엄화, 원음 TV 방송국 설립, 성탑 조성, 각 나라말의 교전 번역 등과 같이 예산이 필요하고 가시적인 업적의 사업들은 100년성업의 제1 목표 달성을 위한 방편일 뿐인 것이다.

100년성업의 성과물을 아무리 나열해도 만약에 교화가 정체되어 있다면 우리끼리 박수치는 100년성업이 될 것이고 달마로부터 그 공덕이 '무'라는 소리를 듣기 전에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우리 스스로의 공허한 질문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의 답은 당연히 '그래서 교도수가 얼마만큼 증가했다'라는 결론으로 나와야 되고 모든 초점은 교화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

필자는 우리의 해외교화 전략을 보면서 특히 미국인들을 교화하기 위한 우리의 여러 생각들을 보면서 그 생각은 국내 교화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는데 왜 그렇지 못한가라고 섭섭하게 느끼는 점이 있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미국인들에게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영어 경전을 제공한다는 생각은 당연히 하면서 왜 한국사람에게는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 경전을 제공할 생각을 못하는가? 지금의 한글 정전은 70여 년전 한자 생활권에서 저술된 문장이다. 한글로 되었으니 지금의 한국 사람들이 읽고 해독하라는 것은 마치 조선왕조실록을 한글 소리로 옮겨 놓고 해독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원불교를 처음 소개받는 사람이 원불교에 관심을 갖게 만들려면 짧은 말로 1분 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신앙의 대상이 '언어도단의 입정처'라고 되어 있는 한글 안내서를 주고 1분 내로 설명할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미국인들은 'beyond all words and speech' 라고 되어 있는 글을 읽으면 '말과 글을 초월해 있는 그 무엇'정도로 짐작은 할 것이다. 이처럼 뜻의 깊은 경지는 나중에 연마하더라도 말은 알아 듣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자말을 한글 소리로 썼다고 한글판이라고 우겨서는 아니 될 일이다.

교화 대상의 미국인이 배려되듯이 원불교의 탄생지에서 태어난 한국의 수천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더욱 배려되어야 한다. 대적공실 법문도 한글판으로 새로 보급해야 한다. 우리가 하지 않고 있는 사이 우리 청소년들이 영어 교전을 한글로 번역하여 역 수입할 지도 모른다.

둘째, 미국인들에게는 한국에서 통하는 관념의 틀과 관습과 제도가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법회 형식도 자유롭게 변형하고 토론과 회화 위주의 마음공부를 주로한다. 그 생각은 한국인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관념의 틀을 예를 들자면 우리가 교조이신 대종사님의 호칭이 가볍다고 생각하여 원각성존을 덧붙이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 교도에게는 이런 한자 투의 존칭에 대한 감각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소태산 교무님이라는 호칭이면 충분한 일이다. 마치 성철스님으로 부르는 것이 성철종정님 이라는 호칭보다 좋은 것 같고 '예수 그리스도'라고 하면 충분한데 그 앞에 벼슬을 만들어 붙일 이유가 없는 것과 같다고 본다. 이제 한국인들에게도 생각의 틀을 강요할 마음을 버려야 한다. 그냥 일원대도가 지향하는 낙원세계의 지름길로 곧장 가면 될 것이다.

미국인 법회는 식순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법회를 보기도 한다. 마음 공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일기 감정 받고 노래 부르는 즐거운 법회를 본다. 우리도 가끔은 자유로운 법회를 보아야 하고 특히 어린이 법회는 법회 식순을 개발해야 한다. 외국인들에 대한 생각은 한국인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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