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원 교도가 연재합니다.많은 이들이 오가는 길모퉁이 찻집. 나를 울고 웃게 하는 이 자리를 사랑한다. 원기96년 3월에 시작하여 원기97년 3월이 되었으니, 딱 1년이 됐다.

교단의 큰 어르신들이 이어 열반하여 보기 힘든 교무님들이 오셨다 가시며 잠시 들려 푹신한 소파에 피로를 푸는 이 곳, 나는 정말 복이 많은 것 같다.

원기100년 안에 대도 정법에 들어온 교도들은 대종사님이 영생을 데리고 다니는 제자들이고 엄청난 복을 쌓은 사람들이라 했다.

나는 원불교와 인연을 맺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법력이 높으신 스승님들의 열반에 동참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감동인지. 또 그분들이 아끼는 이들에게 차를 달여 드릴 수 있다는 것 또한 흔치 않은 일이니 난 정말로 복 중에 복을 받은 이가 틀림없는 듯하다.

찻집엔 문이 두 개가 있다. 북문과 남문. 총부로 연결된 북문을 열면 바로 총부의 안내실이 보인다. 또 남문을 열면 바로 원불교 교화용품을 다루는 '기쁨나라'가 있다. 그 두 곳의 언니 분들이 얼마나 포근하고, 인자한 분들인지 모른다. 북문과 남문, 총부의 담을 사이에 두고 성지와 세속의 경계에서 나는 참으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교무님들이 들어오면 으레 묻는다. "어느 교당 다니냐? 얼마나 다녔냐?" 공부한 연조가 짧은 나는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교무님들은 자세히 일러 주신다.

"원불교는 마음공부하는 곳으로, 모든 내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고, 바라보고, 하나하나 고쳐가는 곳이다"라고 말이다.

오늘도 교무님은 설교를 하시면서 내가 본래 부처라고 가르친다. 우리가 이미 부처인데 사람들은, 부처를 저 멀리 3천 년 전이나 100년 전의 대종사님만 쳐다보며 살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부처가 되지 못한 중생이라고만 한다는 것이다. 내가 부처라고 믿으면 부처요, 중생이라고 믿으면 중생이라는 틀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모두가 부처이니 늘 부처님의 지견을 갖고 그에 맞는 행동과 모든 대상에 불공을 정성스레 할 때, 이미 나는 부처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주일이면 서너번씩 와 교리를 설명해 주시는 원로 교무님도 계신다. 이렇듯 하나하나 과외 수업을 받으며 살고 있으니 참으로 총부 다원의 생활은 나의 꽃자리가 됐다.

이곳은, 반 지하로 되어있어 밖을 나가지 않으면,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모른다. 오늘은 이곳에 비가 오고 있다. 스피커에선 시크릿 가든의 "Fields of Fortune"이 흐르고….

촛불을 한번 켜본다. 테이블에 금세 환한 빛이 번진다. 자등명 법등명이라는 교무님의 말씀이 스친다. 스스로 마음의 깨달음으로 등불을 삼고, 대종사님의 법의 등불로 스승 삼아 영생 길을 개척해 가는 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 다음 호부터 중국교구 베이징교당 김도원 교도가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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