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은 교전 속에 있습니다"
40년 신앙생활, 사경으로 행복
교도들을 공부심으로 이끌어

▲ 신혜심(왼쪽) 교도와 그의 아들 권지완 교도회장.
인터뷰를 앞두고 물향기 수목원을 찾았다. 난대·양치 식물원에서 윤기나는 보춘화를 보게 됐다. 은은한 향내를 풍기는 그 청초함은 신앙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오산 남부종합사회복지관 관장실에서 만난 오산교당 신혜심(92)교도 역시 청아한 기운이 감돌았다.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눈빛은 맑았다. 피부색도 깨끗했다. 그의 신앙생활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사경을 하면서 행복이 배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경은 예전에 조금씩 하기는 했습니다. 본격적으로는 3년전에 〈정산종사법어〉를 사경을 했지요. 지난해부터 시작한 〈정전〉과 〈대종경〉은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교전을 읽고 쓰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종사님 말씀이 이런 뜻이 였구나'를 느끼게 되었어요"

그의 사경 노트를 펼쳐보니 글씨가 한결같았다. 첫 글자와 끝 글자까지 글씨체가 똑 같았다.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그만큼 한 자 한 자 정성을 들였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의 오롯한 신앙심이 배어 있다.

"울진군 온정면 덕산에서 원불교를 알게 된 이후 40년동안 변함없이 교도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법회를 보기 위해 덕산에서 후포까지 30리길을 걸어서 다닌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때는 법회보는 재미로 다녔지요. 교전을 사경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교전을 사경한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동안 교전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는 생각에 사경을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아요."

'울진 막회' 음식점을 하고 있는 그의 아들인 권지완 교도회장도 모친의 사경을 한동안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평소와 같이 독서를 하는 줄만 알았다. 모친이 하는 일에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어머니께서 사경을 한다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침대에 앉아 뭘 열심히 쓰는 것만 얼핏 보았으니까요. 힘들다고 하면서 계속 글씨를 쓰셨어요, 그래도 일 관계로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지요, 나중에 사경을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깜짝 놀랐지요."

아들의 말을 귀담아 듣던 그는 이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침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에게 있어서 사경은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이로인해 교당 교도들을 사경으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원로교도로서 교도들의 신심을 살려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신대성 교무가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교화단 단원들에게 릴레이 사경을 하는 동기를 부여했습니다. 공부심도 진작시켰어요. 설교를 할 때 장단도 잘 맞춰줘요. 저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있는 분중의 한 분입니다. 이외에도 한주아파트 노인정을 다니고 있는 또래 어르신들의 자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리가 분명하므로 지혜를 빌리는 것이지요."

그의 사경의 공덕이 노인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각기 종교가 달라도 노인정 어르신들이 수긍하는 것은 신앙심에서 나온 지혜 때문이 아닐까. 그는 아들과 함께 음식점을 운영하는 며느리에게도 불공을 한다.

"아들내외에게 조그마한 힘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며느리가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도 손댈 것 없이 청소합니다. 신경 안 쓰게 하려는 마음이지요. 이것이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불법입니다. 그 해답은 교전 속에 있습니다. 지혜도 교전공부를 하면서 체득한 것입니다."

이런 그는 농사일에도 열심이다. 아파트 뒷동산은 그가 농사짓는 텃밭이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수확할 때 까지 늘 살핀다. 더덕, 야채, 산나물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길이 필요로 하는 까닭이다. 그는 사경도 농작물을 가꾸듯이 한다. 그런 만큼 정성을 기울인다. 여기서 깨침을 얻을 때 행복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교당을 몇십 년 다녔어도 마음공부는 꼭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성들여 기도를 해야 합니다. 사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다보면 대종사님 말씀을 아는 때가 옵니다.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말입니다."

1시간에 걸친 인터뷰가 끝난 후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울산 막회'로 향했다. 음식점 한켠에 펼쳐져 있는 또 다른 교전과 사경 노트가 있었다. 권 회장이 틈나는 대로 쓰고 있는 사경 노트였다. 그 모친에 그 아들이었다. 며느리인 이상인 교도 역시 인터넷 사경을 하고 있으니 그 재미가 오죽하랴 싶다.

밖을 나오니 봄 기운이 물씬 풍겼다. 나무들이 꽃망울을 떠뜨리고 있었다. 사경의 공덕도 이와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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