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진 교무 / 문화사회부
몇 년전 원불교기록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하종희 박사는 원불교 기록물 관리의 현실과 문제점들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지적한 바 있다.

그 이후로 문서관리규칙의 일부 수정과 반백년기념관 3층 문서고가 생겨났고, 이를 교정원 총무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지금의 문서관리규칙은 원기78(1993)년 9월4일에 제정돼 몇 차례 문구 수정에 따른 개정이 진행됐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와 함께 문서관리 개념도 확대되었지만 원불교의 문서개념은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교단이 걸어온 역사의 기록은 제한된 행정문서에 머물러 있고, 여타의 기록물 역시 행정적 관리에만 치중한 나머지 광범위한 소중한 기록물들이 사라지고 있는 형편이다.

교단에서 행해지는 교화, 연구, 정책, 발간, 행정, 행사, 사업 등의 일을 해나갈 때에 교단 과거의 역사기록물을 볼 수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록물은 교단의 거울이다. 교단의 큰 행사부터 작은 일에까지, 대종사 이하 선진들의 경륜과 지혜, 경험들이 기록물로 전승되지 않는다면 우리 회상은 더 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밟을 것이다.

교단의 발전이 더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본다면, 첫째 원불교가 걸어온 광범위한 과거기록의 부재로 경험의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둘째 맡은 바 일에 대해 과거에 어떻게 해왔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셋째 교단이 걸어온 길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교단의 미래에 대한 방향로를 잡지 못하고 있다. 넷째 교단 초창기에는 개혁 혁신하였으나 원기50년 이후의 교단은 혁신의 정신이 퇴색됐다. 다섯째 교도들이 원불교가 지향하는 근본이념이 확실히 서지 못하고 있다. 여섯째 교단이 출가 위주로 모든 일을 결정해 제도의 문이 좁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일곱째 단기적으로 하는 일에만 급급해 장기적인 계획에 대해 관심이 적다.

교단 발전의 장애요인으로는 첫 번째 원인이 크다고 생각된다. 단적인 예로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데 사진이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람은 원불교 관련 사진을 어디서 구할까? 문서고나 문화사회부, 박물관…. 찾고자하는 자료를 얻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것을 금새 알 것이다.

원불교 기록물은 세상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소중한 역사요 자산이다.

오직 교단 내에서만 존재하는 유일한 기록물이다는 것이다. 중앙총부의 다양한 부서와 각 기관, 단체, 교구, 교당 등 누가 그 많은 양의 자료와 수집, 관리를 담당할 것인가?

교단 초기에는 모든 일이 한 눈에 들어와 기록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교단이 커지면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해왔는지에 대해 알 수가 없게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원불교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정리하는 팀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교단의 각 기관과 교당에서 생성되는 기록물을 한 자리에서 열람하고 연구할 수 있다.

이런 방대한 자료와 콘텐츠를 보관하고 관리하는데 일개의 부서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원불교 기록물을 관리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관리기관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의 교단 일은 인력에 비해 너무도 많다.

많은 일을 하는 만큼 교단의 기록물이 쌓이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1/10도 잘 남아 있지 않다. 이는 미래 교단을 생각한다면 심각한 일이다.

하루 빨리 원불교 기록물이 통합관리되는 방향의 교단 기록물 분류체계가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교단의 정책적인 지원과 마인드의 변화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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