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했던 신정절 행사

지난해 12월9일 전입 온 이후에 맞이하는 첫 경축행사. 군에서는 3축 2재를 지낸다. 3축은 석존성탄절을 제외한 신정절, 대각개교절, 법인절을 말한다.

첫 경축행사에 많은 교육생들이 운집했고, 1층, 2층을 가득 메운 채 벅찬 경절행사를 준비했다. 또한 올 신정절은 일요일이어서 종교행사에 맞춰 진행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경산종법사 신년법문을 바탕으로 지도자에 대한 법문을 설교로 준비했다. 부사관후보생들에게 정말 딱 맞는 법문으로 비장한 각오로 감동을 주리라는 생각을 하며 경절행사에 임했다.

식은 준비된 대로 물 흐르듯 진행됐다. 첫 경축행사에 감동을 주는 설교를 시작했고 어느덧 10분이 지났다. 그런데 설교 절정에 이를 무렵 객석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겨워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인가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찾는 순간 2층 중간에 한 여부사관후보생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의자옆으로 쓰러지는 모습이 목격됐다. 주변의 동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고, 그 중 한 교육생이 나를 향해 두 손을 X자를 그리며 다급히 수신호를 보냈다.

나는 잡고 있던 마이크로 "애들아 빨리 지휘통제실에 전화하고, 앰블런스 대기하라고 그래. 일단 위해서는 밑으로 이동시키고" 나는 단상에서 내려와 달려 나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한 소리에 긴장하며 호흡을 찾아주기 위해 허리띠와 발목, 군복 등을 풀어주도록 지시했다. 때마침 당직사령이 달려왔고, 구급대의 응급처치가 되어지는 광경을 보고 다시 교당의 단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이미 분위기는 신정절 행사는 온데 간데 없었고 나의 준비된 설교 또한 이어갈 수 없어 마무리했다. 예회 뒷처리를 하고 있는 동안 사고 여부사관생이 응급처치로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고 그제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과호흡이라는 일종의 증후군인데 호흡조절이 안되면 그렇게 일어나는 증상이라고 했다. 새해 첫날부터 정말 큰 일 날 뻔 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제대로 경절행사를 하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다. 그래도 그 교육생이 무사함에 사은님께 감사를 드렸고 더욱 열심히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올해는 정말 교화가 대박나려나 보다. 내 설교를 듣다가 쓰러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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