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인명 교무 / 호주원광선문화원
호주원광선문화원에는 양로원에서 휠체어타고 생활하는 메리 바안스(법명 원지향)가 있었다. 그녀를 매주 1회 방문 상담하며 인연 맺은 지도 4년이 휠씬 넘었다. 메리의 육신은 희귀병을 앓고 있었지만 그녀의 영혼은 너무나 청정하고 맑고 아름다웠다.

오랜 시간 병마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그의 정신 에너지는 오랜 수양을 한 수도승 이상의 상큼하고 강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우리는 만나서 염불, 선 그리고 교리공부도 하고 생활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2년 전 병이 악화되자 그녀가 멀리 양로원을 옮겨갔다. 그리고 내가 한국을 방문하느라 그녀를 방문하지 못했다.

지난해 2월 한국에서 돌왔을 때, 정부 직원이 미팅을 요청하여 만났다. 메리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생일 50회를 마지막으로 내년 2월6일까지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고, 모든 약을 끊고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죽음의 예상날짜를 2월17일로 알려줬다. 메리가 쓴 유서에는 자기가 죽고 6시간이 지나면 가족에게 알리라고 했단다. 평소에 교리공부를 하면서 열반 후에는 영혼을 위하여 몇 시간 동안 울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후로 나와 메리는 생사길 다녀오는 공부에 치중했다. 이런 그에게 지난해 열반한 항산 김인철 종사가 원지향이라는 법명을 마지막으로 지어줬다.

나는 대종사님의 영문 천도법문과 천도품을 읽어주고 영혼거래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생에서의 인연과 삶과 비품을 잘 정리하라고 했다. 오로지 한 마음만 챙기라고 당부했다.

메리는 방안의 많은 불상과 염주 그리고 불전도구 등을 정리했다. 본래 티벳불교를 믿었기에 많은 티벳불교의 도구들을 가지고 있었다. 메리에게 열반부터 49일 종재식은 물론 해마다 돌아오는 열반기념제도 잘 지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메리는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장례식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메리는 가족들에게 장례식은 하지 말고 자기 인생을 축복해 달라고 부탁했단다.

메리의 의식은 완전 불교적 세계관이 지배했다. 훨체어를 타고 문화원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방문했다. 호주는 복지국가라 정부에서 일주일 내내 메리의 스케줄에 따라 관리해 줬다. 메리는 취미 생활을 다양하게 하였고 가족, 친구들과의 인연도 좋아서 그렇게 결단을 내리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했다.

열반 2주 전에 나는 메리에게 너를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메리도 나도 교무님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며 둘이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메리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대종사님과 부처님의 법문을 잘 새겼으니 메리가 열반 후에는 문화원 주변에 와서 집집마다 노크하고 젊은 부부가 나오거든 내가 들어가도 되겠냐고 묻고 들어가서 태어나라고 했다. 나는 다시 다짐을 받았다. 메리는 열반 후에 바로 문화원 주변으로 와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 생에 바로 문화원으로 찾아와서 교무가 되어 대종사님의 훌륭한 호주인 전법사도가 되라고 했다. 그 다음 주 메리는 떠났다.

예정일 보다 앞당겨 2월14일 열반했다. 열반식에 맞은 메리는 너무나 편안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함께한 교무들이 경의로워했다. 나는 생전에 공부한대로 오롯한 일심 챙겨 생사길 잘 다녀오도록 염원했다. 당신의 아름답게 준비된 죽음과 함께했던 추억을 잊지 않겠다고.

선문화원 가족들과 정성을 다해 원지향 영가의 천도재를 지냈다. 원로법사님을 모시고 축원도 드렸다. 종재 때 남편은 부인에 대한 애틋함과 투병생활의 추억을 떠올리며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삶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메리의 모습에서 진정한 수도인의 자세를 엿 볼 수 있었다. 이것이 메리가 나에게 전해 준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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