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진으로 효자노릇 하겠습니다"

▲ 효자교당은 15일 가족법회를 통해 교화대불공의 의지를 다졌다.
깨달음이 가득한 4월에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에 위치한 효자교당(교무 김우정·김건명)을 찾았다. 교당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노랑 개나리가 꽃꽂이를 해놓은 것처럼 화사함을 더했다. 벚꽃도 꽃들의 잔치에 빠질수 없다는 듯 제법 꽃망울을 터트렸다. 화사하게 핀 꽃들을 본 탓일까. 교당으로 가는 발걸음이 행복으로 충만했다.

정진관 개관

효자교당은 1일에 정진(훈련)관을 개관해 교도들에게 기쁨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교당에 도착하여 정진관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1층 주차장, 2층 대각전, 3층 소법당과 생활관, 4층 정진관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4층에 도착하자 목판으로 써진 '정진관' 문구는 사뭇 출가한 전무출신이 머무는 서원관에 들어온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안내를 해준 김우정 교무는 "정진관은 중앙중도훈련원 내부를 축소해 놓았다. 훈련관의 면모를 갖추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2억원을 투자해 리모델링을 한 정진관은 교무방과 기도실, 강의실, 회화실 3개, 숙식방 3개(맑은방·밝은방·훈훈한방)가 전망좋은 자리에 위치했다. 노래방 시설을 구비한 '여도락(與道樂)'은 방음장치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통로를 활용해 꾸민 카페 '운형수제'도 제법 운치를 더했다.

정진관을 한바퀴 도는데 뇌리에 떠오르는 단어는 신앙과 수행, 교화단 모임과 회화, 선방 스테이, 문화와 재미,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등이 생각났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게 알뜰하고 실속있게 공간을 꾸몄다.

효자동은 신도시로서 유입 인구가 많을 수 있다는게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효자교당은 교화대불공의 기점을 교도들이 훈련으로 거듭나야 교단의 미래도 밝을 수 있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김우정 교무는 "기존의 신심과 공부심만으로는 교화 신장이 어렵다. 이제 내적으로 거듭나야 한다. 교도들이 교법으로 체계적인 훈련이 되지 않으면 시비이해에 빠질 수 있다"며 "개별 교당이 살아나서 교도들 스스로가 깨침의 소리로 거듭날 때 정진관은 자기완성의 공간, 재미를 느끼는 문화적 공간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당이라는 공간은 구성원이 재미있게 뛰놀 수 있는 마당과 같은 곳이며, 교도들이 합심하고 응집력을 키우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했다.
▲ 방음시설이 완비된 여도락에서 오카리나교실이 진행되고 있다.
▲ 대화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카페 운형수제.
문화적 공간으로 재미와 친목

목요일 오후3시. 여도락에서 오카리나 연습을 마친 참석자들이 카페 운형수제에 모여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운형수제는 통유리로 꾸며져 4층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볼 수 있도록 카페 분위기를 살렸다. 운형수제는 신입교도가 왔을 때 낯설지 않은 공간에서 친목을 다지고 가교 역할이 가능한 공간이다. 교당에 오는 인연들이 되도록이면 오래 머물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안성경 교도는 "이런 공간이 생기니까 부자가 된 것 같다"며 "문화적 공간으로 활용되고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마음을 전했다. 직장 근무시간을 변경하고 목요일에 온다는 강성주 교도는 "음치라서 남 앞에 서는게 두려웠는데 오카리나와 기타를 배우면서 삶의 촉진제로 작용하고 있다. 직장에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이 시간이 항상 기다려지고 즐겁다"고 표현했다.

기타교실은 매주 일요일 법회 후와 목요일에 진행되며, 오카리나교실은 목요일에 실시되고 있다. 외부 강사가 아닌 효자교당 교도들이 전문성을 발휘하며 무료로 문화적 혜택을 누린다. 기타와 오카리나를 배우고 싶은 지역민들이 절반을 차지할 만큼 참여도가 있다. 김우정 교무는 "요즘 노령 인구가 늘어가면서 많은 분들이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복지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우선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어떻게 달래줄까 하는 마음에서 사랑방처럼 쉴 수 있는 공간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기도실.
교도들 신앙과 훈련으로 살아나야

정진관을 설계할 때도 교도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꼭 필요한 공간만을 선별했다. 교도들이 선호하는 공간은 카페와 기도실의 비중이 높았다. 특히 기도실은 기독교의 통곡실처럼 자신과 깊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를 염원했다.

정진관 추진위원장을 맡은 김법원 교도는 "효자교당의 정진관 개관은 교화대불공의 전환점을 의미한다. 이제 작은 일을 하나 해낸 것 같다"며 "교화력을 나투기 위해서는 재가 출가가 따로 없다. 재가에 목표점을 뒀다. 아는 만큼 보이고 교화력을 나투기 때문에 교도들이 훈련하는 공간의 필요성을 실감했다"고 피력했다. 올해 교직에서 정년 퇴임한 그는 "교육도 학생 중심으로 가고 있다. 이제 교화도 교도 중심으로 가야 한다. 개별 교당이 선진화로 거듭날 때 교화도 살아난다"고 말했다.

이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곳은 기도실이다. 기도실을 안내하는 김 교도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갔다. "기도는 나를 벗어놓고 법신불과 만나는 공간이다. 그래서 기도실에는 촛대와 향로도 없다. 오직 법신불 일원상 앞에 교전만 준비했다. 원불교 100년에 대정진으로 크게 효자노릇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도의 심경이 밝을 수도 어두울 수도 있기 때문에 조명의 밝기도 조절할 수 있게 세심한 배려를 했다. 이는 자력으로 신앙심을 극복하고 내생을 준비할 수 있는 신앙과 수행의 공동체를 염원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개관식 이후 정진관에서 첫 단장·중앙 훈련을 실시했다. 교도들은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잘됐다"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의견을 공유하면서 했기에 교도들의 합력도 컸다"는 후문을 전했다.

외형적인 모든 조건을 갖춘 효자교당은 이제 여기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5월부터 교리학교를 가동하며 여성회·봉공회·청운회의 훈련과 법위 훈련, 연령별 훈련을 이끌 계획이다.

신입교도 훈련은 물론 단장·중앙훈련도 진행할 수 있다. 선방스테이처럼 1박2일 교당에서 생활하며 출퇴근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조건을 구비했다.

때마침 백선관 교도가 물품을 들고 들어왔다. 그는 "교도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주위 인연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며 "교무님의 설교는 한번만 들으면 사람을 법당에 그대로 주저앉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희망차게 말했다. 깨달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교도와 교무들의 마음꽃이 피어나는 것임을 실감하게 했다. 오후의 햇살 탓인지 벚꽃이 더욱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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