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광 교무 / 육군훈련소교당
아주 오래전 나도 모르게 막연한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 막연한 꿈은 바로 인생 느즈막 쯤 아프리카 같은 오지에 가서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고 그들과 사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득 '과연 내가 그 때 가서 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하고 의문이 들었는데 이때 나의 대답은 '불가능 할 것이다'였다. 이 대답을 얻은 나는 '그래~! 그럼 지금 가자!'라는 결정을 내렸고, 바로 아프리카에 원불교가 있는지 알아봤다. 다행스럽고, 감사하게도 원불교는 아프리카에 있어 주었고, 나는 바로 아프리카에 자원을 했다. 드디어 2010년 아프리카로 발령을 받아 나의 막연했던 꿈은 이렇게 실현 됐다.

17시간의 비행과 또다시 6시간 동안 차를 타고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아프리카 스와질랜드 까풍아(Kingdom of Swaziland Kaphunga)'라는 산간 오지마을이었다. 내가 도착한 스와질랜드는 인구가 약100만 명으로 남부아프리카 중 가장 작은 나라로 가난하고 AIDS환자가 많기로 유명한 나라였고, 그 중 까풍아는 주민이 약 1만5천명이 살고 있는 해발 1100m의 산간 오지마을이었다.

까풍아는 아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곳 마을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자연경관과는 반대로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집은 맨 흙으로 지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고, 전기와 수도는 아예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이러한 주변 환경을 돌아보고 나면 마치 어려서 TV를 통해서 보았던 한국전쟁이 끝난 후의 우리나라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졌다. 그러면서 내 마음속에서는 '아~ 내가 왜 이런 곳을 자원해서 온다고 했을까?'라는 후회가 들어지기도 했지만 '못 와보면 평생을 후회할 것이었고, 내가 이 곳에 왜 왔는가'라며 큰마음 먹고 온 만큼 이들을 위해 열정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이곳 스와질랜드 까풍아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기본적인 생활인 의·식·주만 갖추며 산다면 정말 지상낙원이 따로 없을 정도로 이곳의 아름다움은 '아프리카의 스위스'라고 불릴 정도다. 그러나 현재 스와질랜드는 국민전체 60%가 AIDS에 감염된 상태이며, 평균 수명이 약 38세 밖에 되지 않는 통계를 보자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AIDS의 감염률이 감소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높아져 간다는 것이고, 이런 통계를 벗어나 이 산골마을의 가난한 가정들의 삶을 살펴보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들이 겪고 있는 배고픔과 질병은 너무나도 처량했다. 그 이유는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기에 먹을 것을 풍족하게 사먹지 못하고, 몸에 질병이 생겨도 그것을 치료할 수 있는 돈도 없을 뿐더러 완벽하게 치료해줄 수 있는 병원 체계도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현지대표 김혜심 교무)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이들과 좀 더 함께 하고자 이곳 산골마을 까풍아에서 둥지를 틀고 있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열악한 이곳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배고픔과 질병 속에서 고통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사)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이 이곳에서 지금까지 머물렀던 10년이 넘는 시간과 그리고 앞으로 꾸준하게 이 힘겨워 하는 이들과 함께 할 것이다. 또한 한국의 많은 후원인들이 정성어린 사랑과 관심을 준다면 이들의 삶이 조금씩 조금씩 나아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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