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다녔던 서울의 신촌교당은 오랜 역사를 가진 교당이라 연로하신 교도님들이 많았다. 60정도의 나이이면 젊은이에 속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30여년 이상을 아내와 함께 교당을 다녔으나 교당의 큰 대소사나 중요한 결정은 어른들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그런데 중국 사업차 북경교당으로 옮겨오다 보니 우리 부부가 교도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교도가 되어 버린 것이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를 겪다 보니 새삼 이전에 다녔던 교당 어른들에 대한 취사선택의 어려움에 대하여 이해가 됐다.

젊은 교도로서 교당 어른들에게 교당의 개혁이 너무 느리다, 젊은 교도를 위한 정책이 미비 하다, 아니면 모든 결정들이 하향 중심적이지 않나 지적했던 비판들이 자꾸 머리에 떠오른다.

북경교당의 교무님께서는 오랜만에 젊은 교도들을 지도할 어른이 왔다고 반가워 하시는 것 같아 부담감은 더욱 높아져만 간다. 군대로 따지면 장병들을 잘 지도하기 위해서는 지휘관으로 많은 실전 경험과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아직 훈련을 시켜보지 못한 신참 지휘관과 같은 모습이니 스스로도 많은 걱정이 앞섰다.

과연 내가 교당의 어른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 주고 젊은 교도들을 어떤 마음으로 지도하고 융화를 하여 나갈 것인가 무척이나 고민됐다. 여러 날의 고민 끝에 나는 어떤 마음으로 교당 생활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우리 〈원불교 교전〉에서 찾을 수가 있었다.

수행편에는 지도인이 되기 위한 준비 사항으로, 첫 번째 '지도 받는 사람 이상의 지식을 가질 것' 으로 타인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는 더욱 원불교 공부에 정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원불교란 무엇인가를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지도 받는 사람에게 신용을 잃지 말 것' 으로 종교를 떠나 우리의 모든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지도 받는 사람에게 사리를 취하지 말 것' 으로 이것은 종교인으로서 모두에게 평등한 생각으로 공심을 가지고 대하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네 번째 '일을 당할 때마다 지행을 대조 할 것' 으로 지행(知行)이라고 하는 것은 지식과 행동의 의미로 말만 앞세우지 말고 말과 행동을 일치하라는 것과 반야의 지혜를 구하는 수행과 같은 깊이 생각하여 결정하라는 의미로 느껴진다.

특히, 올해 종법사께서 내려 주신 법문은 '지도자의 길' 이다.

종법사께서는 전 교도들에게 지도자의 심법을 기르라고 당부를 하시면서 "사람으로 태어나면 모두가 지도자가 되는 길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나는 어떤 지도자가 되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며 인격을 갖추고,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으며 특히 좋은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고 말씀을 하여 주셨다.

아마도 〈교전〉에서 제시한 이런 지도인의 덕목과 종법사님의 말씀인 '지도자의 길'의 가르침에 따라 노력을 한다면 교당뿐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충분하게 어른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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