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교당, 동고동락 마을법회로 일원공동체 확대

▲ 평지마을회관에서 진행되는 평지마을법회. 서진화 교무가 교리를 설명하고 있다.

83년의 역사를 지닌 마령교당. 진안읍에서 20여분 거리이다. 마령교당으로 향하는 길은 꽃길이다. 연분홍 벚꽃이 활짝 피어 오가는 차량들을 반갑게 맞이해 준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마령교당에서는 출가자가 많이 배출됐다. 이러한 원인은 마령교당이 대종사 당대에 설립됐다는 점이다.
또 송벽조 선진을 비롯해 역대 교무들의 지도로 신심 두터운 교도 층이 많다는 평이다.

마령 지역에서는 원기24년 큰 가뭄 때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당시 불법연구회의 위상이 높았다. 그 여파가 지금까지도 미치고 있다. 서진화 교무는 "구산 송벽조 선진이 이 교당에 근무할 시 일본천황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다. 일본 천황에게 가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편지를 보냈었다. 당시 구산 선진은 옥고를 치렀다"고 소개했다. 이 일로 인해 〈대종경〉 실시품 10장 법문이 생기게 됐다. 이 지역에서는 이러한 의기를 높이 받들어 당시부터 교화가 번창했고, 그 일가족들이 대를 이어 전국 각지 교당에서 주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

현재까지 마을별 교화단을 편성해 6개 마을이 매월 2번씩 교화단 법회를 보고 있다. 마을법회를 본다하여 일요법회에 빠지는 법은 없다. 특화된 마을도 있다. 송내와 오동마을은 복분자, 신덕과 개남마을은 고구마, 오동마을은 오미자, 평지마을은 인삼이 주요 특용작물이기도 하다. 20일 저녁 8시, 평지마을 교화단법회에 참석해 단원들의 신앙수행에 관한 공부이야기를 함께했다.

▲ 단법회를 보려면 돋보기는 필수이다. 늦더라도 마음공부 책자를 함께 읽으며 진행하기 때문이다.

평지마을 교화단 법회

서 교무는 "마령교당의 시작은 평지마을이다"고 소개했다. 이장주 교도는 "이곳에 오씨네가 사는 데 큰 부자였다. 그 어르신들이 마음을 넓게 써서 마을 사람들도 은혜 받은 사람이 많다. 처음에는 마음씨 넓은 오씨네가 원불교를 믿어 이곳 평지마을에 들어오게 됐다"고 첫 인연을 밝혔다. 현재도 80여 가구 정도가 거주한다. 물론 홀로 계신 어르신이 다수 있다.

평지마을 교화단 법회에는 보통 20여 명이 함께한다. 최귀완 교도는 마을법회에 대해 "일요법회 때는 마을법회만큼 자상하게 교무님 말씀을 다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이때는 우리끼리 법회를 보니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나 궁금한 점을 모두 말하고 해결할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마을법회의 장점을 말했다. 교당에서 보다 문답감정이 잘 이뤄진다는 것이다.

최귀선 단장은 "마을법회를 앞두고는 항상 단원들에게 전화를 한다"며 "법회가 재미가 있어서 즐겁다. 피곤함을 잊게 한다. 그래서 단원들은 아무리 바빠도 일손을 부지런히 마치고 법회를 챙겨서 오게 된다"고 밝혔다. 사랑방법회인 셈이다.

봄이 한창인 오늘 하루 어떤 일을 하다 법회에 함께했을까? 교도들은 "'마른 고추대 뽑았다', '못자리 기초 다졌다', '이제는 8학년이라 먹고 대학생이다', '밭에 잡초를 제거하며 마음 밭도 같이 매다왔다'는 등 저마다 다양했다.

오덕마을 권성윤 단장 역시 마을법회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22명 까지 단법회에 나온다. 서 교무는 "단법회는 일사천리로 잘 진행된다"며 "특히 애경사가 발생되면 누구하나 빠지지 않고 마음을 합한다. 그만큼 마을 사람들 간 일원공동체로 살아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 단원들은 하루의 노곤함을 법흥으로 풀어간다.
꾸준한 기도생활, 자신변화 체험

가정에서 기도생활의 체험담도 밝혔다. 한 교도는 "사종의무를 잘 지키고 있다. 특히 조석심고에 취미가 붙어 좋다. 하고나면 어쩐지 모르게 편하다"며 "먼저 세계평화를 빌고 이후 교단의 교세, 자식들의 건강과 무사평안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에 대한 것을 빌게 된다. 벌써 몇 십 년을 그렇게 하다 보니 진리께서 잘 도와주시는 것 같아 마음이 흡족하다"고 사례를 자세히 밝혔다.

또 한 교도는 "젊어서는 좌선이 잘 되고 잡념이 없더니 늙어지니 낮에 하기 싫었던 일 등 엉뚱한 생각이 난다"며 좌선의 방법을 자세히 묻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한 교도는 "과거에는 잡념이 그렇게 치성하다니 언제부턴가 좌선시간에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오로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지마을 교도들은 염불도 많이 한다. 서 교무는 염불 사례에 대해 "어떤 교도는 잠이 안 올 때 염주를 요 밑에 넣어두고 마음을 챙겨 염불을 하다가 잠이 든다"고 소개하며 "평소 저수지 물은 왜 모을까요? 농사지을 때 쓸라고 모으는 것처럼 우리가 왜 마음을 일심으로 모으게 되는가"에 대해서도 물었다. 한 교도는 "경계를 당했을 때 쓸라고 모은다"고 답했다. 한 교도는 "마음을 비우라고 했는데 비워만 둬도 안된다. 비우고 채우고 비우고 채우고 해야한다"고 공부담을 말했다. 이에 대해 서 교무는 "염불과 좌선으로 마음의 욕심과 번뇌를 쓸어내는 것이다"며 집사전일과 사후돈망에 대해 설명했다. 밤이 깊어가듯 교도들의 법의 문답도 체험에 바탕한 것이라 진지한 가운데 위트가 있다.
▲ 박수로 박자를 맞추며 이제신 교무와 단원들이 교화단가를 부르고 있다.
교무, 때론 밭에서 교도들과

서 교무는 "농촌교당의 교화 현주소는 밝지 않다"며 "이곳 면 소재지에도 젊은 사람들이 조금 있기는 하다. 또 원불교 문패를 단 곳은 많은데 하지만 과거처럼 쉽게 교당을 드나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먼 마을에서 더 열심히 법회에 오고 있다. 연구 중이다"고 아쉽고 어려운 마음을 털어놨다. 다문화가정 교화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령교당은 현재 11개 교화단 중 6개 교화단이 마을법회를 보고있다. 월 2회 정해진 시간에 진행한다. 매주 일요법회와 각 2회 씩 마을법회를 진행, 16번의 법회를 보고 나면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나간다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서 교무는 교도들을 위해 농사에 협력하곤 한다. 복분자 수확 시기에는 교도 밭으로 달려가 복분자를 따고, 파 씨 심은 시기가 되면 기꺼이 밭으로 달려간다. 또 수술한 교도가 있으면 씨앗 파종에 적극 합력한다. 서 교무는 "내가 교도들보다 좀 젊고 건강하니 할 수 있는 만큼 다 해 드리고 싶다"고 상없이 솔선수범의 정신을 밝혔다.

이렇듯 교당 교무가 세정을 알아주고 상없이 함께 하기에 법회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 교도와 교무 간 '동고동락'의 시간이 많아질수록 일원교화 공동체는 더 끈끈하게 맺어짐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 염불·좌선에 관한 사례담은 저마다 할 이야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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