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상생할 수 있는 터전입니다"
갈등문제 〈교전〉에서 해답 찾아
교화위해 교당과 지역사회 연계 모색

아련한 향기가 가득한 천안교당 법당. 한 켠에 자리잡은 응접실에서 김대기(54) 교도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기획팀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첫 인상은 훈훈하면서도 예리함이 깃들어 있었다. 대화중에 걸려오는 전화마다 짧게나마 일일이 답변하는 것을 보면 그의 성실성을 엿볼 수 있다. 그만큼 일을 즐긴다는 것이다.

"업무가 없는 토요일 오전에는 중요한 프로젝트 초안을 많이 잡습니다. 단어 하나를 가지고도 고민을 많이 합니다. 이렇게 해야 다음 주가 편안합니다." 이런 그는 기획, 예산, 감사파트를 총괄하는 단국대학교 병원 기획조정실 기획팀을 이끌고 있다. 중장기 발전계획, 인력 정원관리, 규정 등은 그의 손을 거친다고 볼 수 있다.

"기획 쪽이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습니다. 직원이 올린 계획서를 보면 얼마만큼 고민을 해서 제출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저도 시간이 나면 공모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합니다."

그가 기획에 관심을 가진 것은 대학 졸업 후 연세대 의료원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하면서 부터다. 경영학과 출신에 걸맞게 경영방법을 병원에 적용시켜 보았다. 그러다 1991년 단국대학교병원 설립 당시 기획업무를 담당한데 이어 의료사회사업팀과 인사팀장을 거친 후 그 능력을 인정받아 다시 기획팀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병원의 중요계획과 정책 등에 대해 기획을 했다고 봅니다. 큰 프로젝트가 끝나면 마치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죠. 이를 위해 시뮬레이션을 하고 의견을 청취합니다. 보고서를 쓸 때 상대 부서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사리연구를 합니다."

그의 아침 출근 시간이 오전7시30분인 이유를 알 것 같다. 책상에 앉아 1분 선을 한 후 병원을 위해 기도를 하는 것을 볼 때 그의 생각은 오로지 병원 발전에 있다. 그는 중요 프로젝트를 할 때 인간적 갈등이 생기면 〈교전〉에서 해결 방법을 찾기도 한다.

"기획조정 업무를 하다 보니 다른 부서의 갈등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전〉에 제시한 대로 마음을 챙기고 회의를 진행하면 정리가 잘 됩니다. 이야기가 잘 풀립니다. 의료진들과 협의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률이 높습니다."

그는 갈등을 잘 대처 할 수 있는 것이 마음공부에 있다고 보았다. 총괄적 역할을 하다 보니 순리대로 문제 해결을 한다. 이는 결국 환자들의 서비스와 연결된다. 환자들에게 좋은 병원,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병원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병원 운영시스템을 잘 가동하는 것이 환자들을 돕는 일입니다. 병원 관계자들도 환자들에게 잘하면 서로 복 짓고 상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에 대한 성취감도 높아집니다. 병원은 희망의 터전이니까요."

그는 기획조정실 직원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직원들의 원활한 업무 협조가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기도 한다. 이로인해 그는 직원들의 따뜻한 상담자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애로사항을 듣는다.

"직원들을 관리할 때 한 가지 기준으로 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직원들의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 상태와 심정을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음공부를 하다 보니 직원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그의 이러한 마음을 직원들은 알고 있다. 그는 인사팀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도 행복한 직장, 희망을 갖는 직장을 만들어 주고 싶어했다. 근무자들의 희망부서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를 했다.

"잘못한 직원들에 대해 사적인 감정이 배제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권한을 부리기 보다 공정 규정에 의해 업무를 처리했고 마음을 살려 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반가워하는 직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는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병원과 지역사회의 연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2004년부터 1년6개월 동안 의료사회사업 업무를 맡은 것이 많은 경험이 됐다. 10년동안 지역 사회복지단체에 후원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그만의 약속이다. (사)미래를 여는 아이들, 한국 소아암협회 충청지부, 충남 여성 학교폭력 피해자 One-stop지원센터 임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10년동안 꾸준히 정성들이면 어떤 문제라도 이뤄진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았지만 진리에게 많은 것을 받고 있습니다.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성기윤 교무님의 뜻을 받들어 교당과 지역사회의 연결고리를 위한 은혜나눔 재단을 출범시켰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은혜나눔 재단 정관을 내밀었다. 정관을 살펴보니 무아봉공 정신 실천과 교화발전을 위한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오후9시, 집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침 일찍 출근할 그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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