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건강과 회화 공부 증진시켜

5월 따뜻해진 날씨로 각종 여가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교도들 중심의 동호회 활동을 조명해보고자 본사에서는 '교도들의 여가생활' 기획을 마련했다. 1주 등산, 2주 한지공예, 3주 문인화, 4주 음악 동호회 활동에 대해 살펴본다.
봄을 즐기는 교도들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삶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함께 나눠보고자 했다.

▲ 대전교당 솔성산악회원들이 월명암 산행중 중턱에서 쉬고 있다.
꽃이 만발했다. 5월은 꽃향기에 취하는 달이다. 이처럼 생명의 활기가 약동하는 봄, 교도들은 어떤 여가활동으로 주말을 보내고 있을까?

주말은 교도들에게 야외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주5일제 실시로 여가활동의 종류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인공암벽 등반, 산악자전거, 윈드서핑 등 낯설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레저 활동도 많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웃도어(Outdoor)'의 대명사인 '등산'이 그 중 제일 대표적이라 본다.

이로인해 사람들은 계절마다 색색의 옷을 갈아입고 산을 찾는다. 한국 사회에서 '등산 문화'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교도들 사이에서도 크고 작은 산악회가 만들어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기호에 맞춰 대전충남교구 대전교당에서는 지난 해 9월에 '솔성산악회'가 결성됐다. 목요 마음공부방 '부설회'가 제안한 의견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박상현 산악회장은 "산악회 설립에 대해서는 2006년부터 의견들이 오갔다. 그 후 크고 작은 산행을 거쳐 노하우가 쌓인 것이 지금의 산악회 기반이 됐다. 솔성요론의 '솔성'을 따온 산악회의 이름에서 볼 수 있듯 공부심을 잃지않고 산악활동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토대에는 김혜봉 교구장과 함께 공부하고 있는 '부설회'라는 모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솔성산악회는 평소 활발한 40~50대 부설회 참여 교도들이 주축이 된다. 이처럼 부설회는 젊은 교도들과 호흡할 수 있는 여가활동에 주목했다. 교당에서 젊은 교도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 고심의 선택이 바로 등산이다. 교도들의 건강과 교화에 유용하다는 것이다.

박 산악회장은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정기산행이 있다. 부정기 산행도 주중 토요일에 한다. 회원들이 매번 자신의 비교도 친구들을 초청해 같이 산행을 즐긴다. 등산과 함께 건네는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원불교 교리를 조금씩 건넨다"며 "같은 취미생활을 통해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듯한 교화를 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는 비교도에게는 자연스러운 참여를, 교도에게는 등산을 통해 수양심을 유도한 것이다. 이로인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전 둘레길' 12구간은 이미 단골 코스가 됐다.

4월28일 솔성산악회원들은 제법성지와 월명암을 찾았다. 대각개교절을 맞아 등산과 함께 대각의 참뜻을 회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의도이다.

박 산악회장은 "공부는 앉아서만 하는 게 아니다. 자연과 벗 삼아서 하다보면 공부 재미가 진진하다"며 이야기를 건넸다. 산행 중간마다 교화훈련부 서문성 교무로부터 변산성지 관련법문과 일화가 소개됐다.

산악회원들은 교당의 원로교도들도 참석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구성한 관계로 자주 쉬었다. 1박을 하지 않고 험한 산행은 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원로교도들에게도 산행을 권장한 이유가 있었다. 대화를 유지할 수 있는 간격과 규칙적인 휴식을 보장했다. 알고보면 의미가 있는 휴식이었다.

산을 오르는 내내 서문 교무의 '인과'에 대한 법문일화가 전해졌다. 짤막한 일화들이 휴식시간을 통해 이어지는 사이 탁 트인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월명암이다.

솔성산악회원들의 마음을 맑히기에 충분했다.

월명암의 유래인 '부설거사' 이야기도 뒤 따랐다. 가족을 꾸린 채 수행적공에 힘을 썼던 부설거사는 도반이었던 두 스님과 다르게 생활 속에서 도를 닦았다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그 수도력은 도반 스님을 능가해 부설(浮雪)거사라는 호칭을 받았다.

내용을 살펴보면 부설은 영조, 영희와 함께 지리산 천관산 등지에서 수년동안 수도하다가 문수 도량을 순례하기 위해 오대산으로 가던 중 김제 만경 두릉의 구무원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됐다. 그 집의 딸인 묘화는 벙어리 여인으로 부설의 법문을 듣고 말문이 열려 그와 살기를 원했다. 승려의 신분으로 그럴수 없다고 하자 묘화가 자살을 기도하니 부설은 "보살의 자비는 중생을 인연에 따라 제도하는 것이다"며 그녀와 결혼해 아들 등운과 딸 월명을 낳는다. 자녀 및 묘화부인 역시 출가하여 묘적암과 등운사, 월명암이 지어져 변산의 불교가 크게 융성했다는 것이다.

목요 공부방 '부설회'의 명칭도 이곳 부설거사 일화에서 따온 것이다. 회원들은 "부설거사의 생활을 떠나지 않고 수행하는 모습에서 소태산대종사의 모습도 보인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회원들은 월명암 대웅전에 올라 삼배를 올렸다. 이후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법 거래 자취를 서문 교무에게 물었다. 서문 교무는 사제의 연이 깊었던 봉래정사 시절 이야기 속으로 안내했다. 한참만에 그 이야기가 끝나자 산악회원들은 사제간 신성(信誠)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일정상 쌍선봉에서 연꽃 섬(하섬)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하산을 서둘렀다.

"교당, 다양한 동아리 활동으로

교화활력 주5일제 맞게 교화 선택권 넓혀야"


이번 변산성지 산행은 평소 설교를 통해 들었던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행적이 고스란히 현장감 있게 전해졌다. 소태산대종사와 정산종사의 만남, 사제의 연, 월명암에 보내 공부시킨 사연 등이 현장 산행으로 회원들 가슴에 아로새겨졌다.

산행을 마친 후 염종선 신입교도는 "뜻 있는 하루였다"며 "아직 원불교를 접한 지 오래 되지 않아 아는 게 없었는데 족집게 과외를 받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산악회가 교화의 장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5월엔 철쭉꽃으로 유명한 장수 봉화산을 등반할 계획이다.

솔성산악회는 일요법회와 별도로 토요일에 활동하고 있다. 이는 교도뿐 아니라 일반인을 폭넓게 수용해 교당 교화의 브릿지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렇더라도 산에서는 언제나 긴장해야 한다. 한 순간의 방심은 큰 사고로 이어진다. 충분한 준비운동이 항상 필수다.

몸을 풀지 않는 산행은 급출발하는 차와 비슷하다. 많은 연료 소모와 차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처럼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신체가 차가운 상태에서 심장과 혈관에 압박을 주게 되고 관절에도 좋지 않다. 하산 후 가벼운 정리운동도 다음날 피로를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교당 법회시간 외에 교도들끼리의 여가활동은 교화에 매우 고무적이다. 실외활동에 적합한 5월. 교도들과 즐거운 산행을 제안해 보는 건 어떨까? 서로의 얼굴에도 꽃이 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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