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중환 교도 / 진북교당

싱그러운 5월, 창문을 여니 찐한 꽃 향이 코끝을 스친다. 부귀를 자랑하는 모란, 위안을 주는 원예용 양귀비, 순결을 사랑하는 라일락, 쌀밥을 고봉으로 담아놓은 듯한 박태기나무, 그 밖의 곱고 아름다운 꽃과 풀들이 한껏 뽐내는 원광효도마을 수양의 집 뜨락에는 연일 풍성한 꽃잔치다.

3년 전 40년의 교직을 마감하고, 이 곳 뜨락의 화초들이며 원광효도마을 구성원들과 함께한 세월이 엊그제 같은데 피고지고 지고 피는 가운데 어느 덧 두 해가 지나 세 해를 맞이하니, 하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껴본다. 그러기에 불교시인 김달진은 "인생 60이면 해마다 늙어가고 인생 70이면 달마다 늙어가고 인생 80이면 날마다 늙어가고 인생 90이면 시간마다 늙어가고 인생 100이면 분마다 늙어간다"고 했던가.

교직에 몸을 담고 있을 때에는 승진의 기회를 놓칠세라 앞만 보고 걷다보니 교직의 꽃봉오리까지 올라 보았으나 정작 내 영생을 구원하는 도학공부는 뒷전에 두었다.

허무와 찰나에 불과한 유형(有形)한 것에만 매달려 살았구나 하는 반성과 함께 묵은 습관과 묵은 껍질을 이제부터 훨훨 벗어 던지자고 다짐했다. '등 뒤의 무한한 어둠의 시간/눈앞에 무한한 어둠의 시간/그 중간의 한 토막/이것이 나의 삶이다/불을 붙이자/무한한 어둠 속에/나의 삶으로 빛을 밝히자'라 한 어느 시인의 시구를 떠 올리며 원광효도마을 도가의 문을 두드렸다.

새벽 4시, 눈꺼풀이 자연스럽게 열리면 목욕재계로 시작, 창문을 열어 제키고 우주, 허공법계를 향한다. 대산종사는 "심고를 올릴 때에는 반드시 밖에 나가거나 아니면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심고를 올려야 우주의 대 기운을 받게 된다"하셨으니 창문이라도 열어놓고 심고를 올리자. 법당에 들어서면 정갈하게 소복한 백발의 어른들이 장엄을 뛰어넘는 정적 속에 내 마음 달은 어디 있고? 를 찾는다.

기도가 끝나면 각자의 처소로 돌아간다. 나는 어른들의 건강을 위하여 간밤에 제조해 놓은 발효식품 건강산실로 달려가 정상 유무부터 살핀 다음 이 곳 저 곳의 손길이 닿는 곳 마다 찾아 나선다.

특히 원광효도마을은 일선 중·고·대학교와 결연하여 자원봉사활동 학생들을 대상으로 "타인의 부모라도 내 부모와 같이 보호하라"하신 교법 정신위에 원광효도마을 안내와 봉사활동의 참 의의 및 효도 교육을 반드시 실시한 다음 각 시설에 배치하여 어른들을 내 부모처럼 모시도록 하기 위한 자원봉사학교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오늘날의 효 어떻게 할 것인가'를 화두로 삼게 하고 사십분 동안 효 강의 및 토의시간을 갖도록 한다. 그 밖에 효 프로젝트 구안 및 효 문화 확산운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원광효도마을의 아침은 하루를 여는 기도정진의 시간, 낮에는 보은 감사의 생활, 밤에는 하루의 일과를 반성 참회하는 시간, 월·수·금은 교리공부 및 법회, 월초기도법회, 전무출신 보은정진기도 등 물 샐 틈 없는 낙도생활에 시간가는 줄 모르니 이것이 정토요 낙원이 아니겠는가.

끝으로 지난 달 사월은 성스러운 대각의 달이요 원불교가 열린달이었다. 일회성 내지는 일 개월만 행하는 행사가 아니요 소태산대종사께서 이 땅에 오신 참 뜻을 되새기며,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이 사회에 유익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내가 준비하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며, 한 가지씩 실천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사료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은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조화된 세상, 도덕문명을 활짝 꽃 피우는 세상을 가꾸어 나가는 일이 원불교인으로서 의무요 대종사께 보은하는 길임을 굳게 믿고 정진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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