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로 얻은 힘

군종병과라는 이름 아래에 4개 종교가 같이 있다. 목사, 신부, 법사, 교무가 함께 군종장교로서 부대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군에서 군종부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계획하고 실행한다. 부대의 자모(慈母)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회의 장소도 각 종교시설마다 돌아가며 모인다.

오늘은 교당에서 회의하기로 한 날. 대화를 마치고 차를 한 잔 마시는 도중, 교당 군종병이 문서수발을 가지고 나왔다. 일반봉투지만 불룩한 봉투를 보고 참석한 성직자들이 궁금했던지 물었다. '이건 뭐에요?'하고 신부님이 말했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그런데 다들 호기심과 궁금증을 안은 채 나에게 봉투 개봉을 독려했다. "알겠습니다" 하고 겉봉투에 공익복지부라는 이름을 보며 편지를 개봉했다.

모두들 한곳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을 때 그 봉투 안에서는 네모나고 조그만 박스하나가 나왔다. 이름은 '젠텔정'이라는 알약이었다. 빨간 동그라미 안에 '씹어서 복용하시면 더욱 좋습니다'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리고 한 장의 편지에는 '봄이 오는 계절에 교무님들의 건강을 위해 보냅니다. 꼭 복용하세요'라는 교정원 공익복지부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나는 "아하!!! 구충제네요"며 "교단에서 교무님들께 일괄적으로 교당에 보내는 시기인가 봐요. 때로는 줄넘기와 스트레칭 기구도 보내준답니다" 라고 웃으며 이야기 했다.

다른 분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다들 의아하면서도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한마디들 거든다. '우와 교단에서 이렇게 세세한 것 하나까지 챙겨서 보내주십니까? 와~~완전 감동입니다. 저희는 뭐 관심들이 있으신지 없으신지' 하며 나름의 푸념들을 한다.

나는 "교단이 아무래도 작다보니 가족같이 이렇게 챙긴답니다"며 "여러분들은 교단이 크잖아요" 하며 웃음의 변명을 댄다.

큰 일을 도모할 때도, 또한 역사를 이루려 할 때도 결국은 한 사람의 마음 여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이치이다. 그 마음 녹여내는 것 또한 작은 한 마음으로 비롯됨을 또다시 느끼게 된다. 구충제를 포장해 교당으로 보낼 때 넣어주셨던 그 한 마음이 한 부대에 원불교를 알리는 큰 효자가 되었음을 보여줬다.

작은 한 마음에 정성을 다하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이라는 큰 선물이 주어져 큰 역사가 이뤄짐을 알게 해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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