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 제한 없어 전국 환자 대상으로 영업
산업경제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
설립 논란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안에 영리병원 도입을 허용하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영리병원 허가가 앞으로 국내 의료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으로부터 들어봤다.

- 영리병원이 기존 병원과 다른 점은.

영리병원은 기존 병원과 달리 돈을 벌었을 경우 주식배당이나 채권자들에게 이윤으로 넘겨줄 수 있는 병원이다. 한국 현재 법률상으로 비영리 병원만 가능하도록 돼 있다.

영리병원 법안 자체가 통과되지 못한 것은 아니고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을 지을 수 있는 법안들은 이미 2005년에 통과를 시켰는데 그 세부규정들을 통과시키는 부분에 있어 계속 문제가 돼 왔다.

작년 8월에 마지막으로 통과를 시키려던 것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좌절이 됐었다.

-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내용들은 어떻게 되나.

시행규칙은 2가지 내용으로 요약된다. 외국의료기관과 공동으로 경영하고 출자, 운영해야 한다는 것과 외국인 의료면허를 가지고 있는 의사나, 치과의사가 10%이상은 꼭 고용이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의 경우 출자도 외국인과 같이 해야 하고 운영도 같이 해야 한다.

- 복지부에서는 설립주체를 설립법인을 상법상의 국내투자개방형 의료법인과 성격이 다르다고 한다.

상법이 국내투자개방형 영리병원이 아니라 국내영리병원을 말하는 건데 국내에서는 영리병원이 불허이기 때문에 거론할 필요자체가 없다. 그렇게 따진다면 외국의 투자회사들과 투자를 받아서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영리병원이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다.

- 지난 30일 입법예고된 특별법 시행규칙안이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 이유는.

서울에 아산병원, 삼성병원 등의 큰 병원을 보면 서울에 있다고 서울 환자들만 오지 않는다. 지방의 환자들이 많이 온다.

마찬가지로 송도나 제주도 등에 영리병원을 짓게 되면 그 병원이 단순히 송도나 제주도지역의 주민들만 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전국적인 영리병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일단 내국인 진료를 허용했기 때문에 다른 장벽이 없다고 본다.

- 경제자유구역 안 의료기관이니까 기본적으로 외국인들에 대한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곳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서비스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이 경제자유구역 내에만 사는 게 아닌데 그렇다면 결국 외국인 의료기관을 다 짓자는 것도 아니고 그게 말이 안 된다.

사실상 한국의 등록 외국인들은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다 받고 있다. 그래서 아산병원 말고 세브란스나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은 외국인 진료센터가 있고, 전화를 통해서 실시간 통역도 가능한 서비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외국인의료기관이 없어서 불편한 사항은 없다고 본다.

- 일부 영리병원 도입과 의료 서비스 개선 주장은.

서비스라고 하는 부분을 수익성으로 본다면 좋아질 수도 있지만 의료서비스라는 것은 환자들이 느끼는 건강의 질의 향상, 질병의 치료수준 등이라고 본다. 미국 같은 경우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을 이미 30년 동안 데이터를 분석해서 하버드 의대 등에서 나온 논문을 보면 미국 안에서도 비영리병원이 치사율도 훨씬 낮고 의료품질도 높은 것으로 돼있다.

- 영리병원 도입으로 경쟁이 강화돼 의료비가 떨어질 가능성은.

의료시장은 보건경제학이나 모든 기본서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공급자 주도시장이다. 예를 들어 공급자가 맹장염 수술 가격을 4배, 5배를 높게 받게 돼도 환자들은 거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전혀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다.

오히려 오르는 폭을 제한할 수 있을까 없을까가 더 걱정이다. 실제로 영리병원을 도입한 모든 나라에서 의료비가 올랐지 떨어진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이 실제 데이터이다.

- 영리병원이 시행되면 우리 보험체계와의 연관성은.

영리병원 자체가 건강보험을 직접 건드리지는 않겠지만 영리병원으로 간다는 것은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는 문제가 걸려 있다.

민간의료보험과 특정 영리병원과 네트워크가 설정이 되면 그 시스템에 들어가 있는 부자들 혹은 그 돈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의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발생하고 그렇게 되면서 건강보험이 해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 올해 6월에 국내 1호 영리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송도국제병원이 생기게 된다.

송도국제병원이 말은 국제병원이지만 내국인 의사를 90%까지 고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솔직히 내국인병원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이것이 의료비 상승과 일부 부유층을 위한 특권의료만을 행사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끝까지 반대를 하고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대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 지금 현재 우리 법상으로 의사가 아닌 일반인의 병원 경영은 불가능한가.

의사자격이 없는 사람이 병원을 경영하려면 비영리법인을 만들어야 하고, 그 법인이 경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 의료법이 의사들의 1인 1개소라는 원칙이 있고, 나머지는 영리적으로 일반사람들이 경영할 수 없게끔 하다보니 의료도 산업이라는 인식에 따라 일부에서 돈을 벌기 위해 진출하고 싶어해 왔다. (영리병원은)이를 위해 우회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라고 본다.

-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영리병원이 100% 허용되는 시스템이고, 건강보험이 당연지정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보험들끼리 경쟁하는 다자간 경쟁시스템이다.

유럽과 비교를 해도 비슷한 경제수준에서 미국이 훨씬 잘사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국민총생산의 17%가량 의료비에 지출하면서도 성과는 유럽의 반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리고 돈이 없어 병원을 못 가는 사람이 인구의 30%나 된다.

- 일본의 경우는.

일본의 경우도 GDP 대비 11~12%정도 지출을 하고 건강보험이 한국과 같은 시스템이다. 그래서 다 적용이 되고 의료품질을 보더라도 치사율 등이 굉장히 낮다. 일본 시스템은 유럽시스템과 다르기는 하지만 사실상 의료병원을 불허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설립이 가능하지만 지역조합과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병원이라고 하는 게 민간이 임의로 지어서 병원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장벽이 굉장히 높다. 때문에 영리병원 도입이 일본에서는 법률상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 상 안 되고 있다.

- 우리가 벤치마킹할만한 외국의 사례는.

아무래도 의료시스템은 영국, 독일, 프랑스와 같은 유럽국가들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특히나 한국은 국가 의료보험 시스템이 아니고, 건강보험시스템이다.

이런 건강보험시스템은 이미 독일이 120여년 전에 비스마르크 시절에 시작했다. 독일식 모델을 보면 70% 정도가 공공병원이고 조합식으로 의료보험이 운영되고 있으면서 본인 수익의 2% 이상의 의료비는 무조건 무료이다. 또 독일은 영리병원을 허용을 해도 70%가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영리병원의 경쟁력이 없어서 영리병원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공공병원 비율이 가장 낮은데 10%가 채 안된다. 그동안 한국 의료시스템을 가지고 오면서 민간에 철저히 의존을 했기 때문이고 공공서비스로써 의료서비스를 공급하지 못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민간의 비율만 커진 것이다.

자료제공/ 원음방송


"한국은 OECD 국가 중 공공병원 비율이 가장 낮아 영리병원 도입 의료비 상승만 부추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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