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으로 소리없는 교육 이끌다"

▲ 둔촌중학교 학생들이 명상시간을 통해 마음을 일깨우고 있다.

오랜만에 서울가는 길. 산 능선은 이미 푸른 물결로 출렁거렸다. 천지의 순리자연한 이치는 봄을 지나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푸른 숲 사이사이에는 하얀 아카시아꽃망울이 조화를 이뤘다. 아카시아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는 듯 서울가는 길은 내내 향기로웠다.

인성교육 접목

아카시아 향기를 맡으며 어느덧 서울 둔촌중학교에 도착했다. 강동교당 김상도 원무가 근무하는 곳이다. 그는 반가운 인사와 함께 이번에 펴낸 〈들꽃의 메아리〉라는 수필집을 건넸다. 그는 둔촌중학교 1학년 2반 담임을 맡으면서 오전 수업 전에 명상시간을 이끌고 있었다. 요즘 학교폭력이 심각한 상황 속에서 감성지수를 높이는 인성교육을 접목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는 "교육 현장에 있다보니 수업시간 외에 마음을 밝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고 성현들의 가르침을 마음공부로 적용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단전호흡에 관심이 많은 그는 처음에는 단전호흡반을 동아리로 운영했다. 서울교사회 활동을 하면서 원무가 된 후 명상시간을 마련해 마음공부의 지평을 열었다. 그는 "학생들이 참다운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길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소리없는 교육인 마음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람은 자신의 의식이 열려있는 만큼 사물을 인식하고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로 출발했다"고 언급했다.

명상시간의 주제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진행됐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시기에 적절한 소재를 잡았다. 대체로 중간고사를 통한 나의 소고,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와의 대화, 스승의 날에는 내 삶의 에너지로 남는 선생님 등을 기재하면서 학생들의 내면을 바라보게 했다. 그는 학생들의 글을 직접 감정해 주며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유무념 공부로 자신과의 약속

중간고사를 마치고 '엄마에게'라는 제목으로 한 학생이 글을 썼다. "엄마 안녕하세요. 이번 중간고사 시험은 이미 망쳤고 솔직히 푼 것 보다 찍은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역시 시험기간에는 딴짓을 하면 안되겠어요. 엄마한테 맨날 투덜거리기만 했어요. 나를 위해서 일하는 줄을 알면서도 불평만 하니 엄마도 힘드셨지요. 게다가 존댓말도 안쓰고 또 왜 이렇게 나를 낳았느냐고 투덜대고 암튼 고쳐보겠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서 일까.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 학생은 자신과의 약속으로 '존댓말 하기, 투덜거리지 않기, 전화 무시하지 않기'를 잡았다. 원불교 색채를 내세우지 않으면서 유·무념공부를 자연스럽게 이끌고 있었다.

그는 "요즘 같이 삭막한 사회 속에서는 촉촉한 마음을 담아주는 메시지, 대종사님의 법문 말씀, 다양하게 마음을 일깨우는 시 등을 담아내고 있다"며 "학생들을 믿어주고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오히려 대화가 없는 벽이 더 무섭다. 학생들에게 가장 힘이 되는 말은 '넌 할수 있다'고 믿음과 신뢰를 줄 때 긍정적인 마인드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번 명상시간의 주제는 '상생의 삶'이다. 몸과 마음의 조화로움을 위해 호흡을 중요시했다. 그는 명상에 앞서 의자에 앉아있는학생들에게 무릎을 붙이기를 권했다. 들숨과 날숨, 내 호흡을 따라 내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를 바라보게 했다. 그는 명상 내내 내레이션을 넣었다. 이는 학생들이 혼침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작용이다. 인간의 삶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상생의 관계임을 설명했다.

먼저 부모와 자식의 관계, 공기와의 관계는 소중한 생명의 관계임을 일깨웠다. 서로 믿고 은혜로운 관계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학교 교정의 꽃밭에는 벌이 꽃가루를 가져간다. 하지만 벌은 싱싱한 꽃가루를 정받이 시켜주고 간다. 그리고 남은 꽃가루를 가져간다. 이것이 상생의 관계이고 은혜로움이다"고 주변의 소재로 이해를 도왔다.

▲ 명상을 진행하는 김상도 원무.

 

마음을 강조하는 명상
꿀벌과 꽃의 관계를 통해서 마음을 들여다보게 했다. 그는 "명상을 하지 않으면 흐트러진 마음이 된다. 내 마음을 챙기고 있어야 그 흐트러진 마음을 바라볼 수 있다"며 "마음을 챙기지 않으면 나를 잊어버리고 내마음을 잊어버린다. 자신이 마음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가 관건이다"고 계속 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용하는 법을 알면 천하에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과 언행일치, 선택과 집중, 자기가 하기로 한 것은 죽기로써 할 때 자기 마음을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명상이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인성교육과 접목해서 철학적 사고와 마음 색깔들을 제시했다. 계속해서 그는 "우리는 볏단으로 새끼줄을 엮어서 멍석도 만들고 바구니 등 다양한 물건들을 만든다. 그 근본은 볏단이다. 근본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며 "우리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어떤 마음도 그 근본은 한마음이다. 우리가 명상을 하는 것도 텅빈 마음을 모아 더욱 공부가 잘되게 하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명상시간 덕분일까. 그는 "우리반이 1학년 중간고사에서 1등을 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이처럼 올해 교직생활 32년을 맞이하는 그의 교육 철학은 어머니로부터 훈습됐다. "어머니께서 주신 학생들을 늘 부처님으로 대하라는 가르침을 새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은사님으로부터 "소나무아래 고요한 들꽃의 향기를 들을 줄 알아야 된다"는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는 "들꽃은 언제 어느곳에 피어나더라도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지 않는다. 행복과 성공의 열쇠는 환경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깨닫고 일깨울 때이다"고 표현했다. 그에게 자연은 수양 매개체이며 교육의 모티브가 그대로 내재되어 있었다. 진리의 품안에서 진리와 호흡하며, 진리의 숲속을 거닐며 대종사님의 가르침을 베풀고 싶다는 그는 향기로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열정적인 마음공부 전도사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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