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은 교도 / 원불교환경연대
난곡동! 참으로 오랜만에 걸음해 본다. 둘째 작은집이 난곡동에 있었던지라 어렸을때, 방학때면 사촌들 찾아 난곡동을 오갔었다. 이후 재개발되고 지금은 많은 곳이 변했지만 어렸을 때 엄마랑 도깨비시장 다닐 때의 정겨움이 묻어난다. 어린 기억을 더듬으며 난곡동 언덕을 오르는 까닭은 '성대골 절전소'를 찾아가는 중이다.

메마른 도시생활과 개인주의에 지친 우리 몸과 마음이 '오래된 미래'와 같이 공동체를 지향하는 모습이 요즘 부쩍 일고 있다. 난곡동에 위치한 성대골도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주민들의 자발적 힘으로 마련된 공간인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에서 오늘 '베란다형 소형에너지 설치 및 운영'을 위한 시연과 토론이 있다.

작년 3월11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참사 이후에도 올해 부산 고리 원전1호기에서 후쿠시마 사고와 비슷한 고장 사실이 한 달여간 은폐됐다. 또한 영산성지와 불과 7㎞내외에 위치한 영광원전2호기도 비상디젤 발전기가 작동하지 않는 등 크고 작은 사고와 한수원 비리 등 으로 연일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터라 성대골 도서관 좁은 공간은 대안에너지를 꿈꾸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50여만 원으로 베란다에 소형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던 사례를 들으며 아직 경제성은 없지만 사회적 가치로서의 중요성을 나누었던 자리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성대골 도서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착한에너지 지킴이들의 이름과 막대그래프로 눈길을 돌린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 무엇이라도 해야 했어요. 그래서 도시에서 전기소비를 줄이면 원전도 더 이상 지을 명분이 없을 않을까? 라는데 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졌죠. 그러던 차에 녹색연합과 지역주민들, 도서관 이용 어린이와 부모들이 참여하여 성대골 절전소를 만들었습니다." 이소영 도서관장의 설명이다.

올해 서울시에서 원전1기 줄이기 운동을 선언하면서 성대골 절전소가 사례로 소개되어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이 그래프 외에는 별것 없단다.

"빨간 그래프는 작년 사용량이고, 녹색그래프는 올해 전기 사용량 이예요. 매월 각 가정에서 사용한 전기량을 체크해서 여기 벽면에 붙여놓은 눈금에 그래프로 그려요. 30여 가정의 그래프를 한곳에 모아 놓으면 우리 공동체에서 절전한 총량이 보이는 거지요."

진짜 별것 없어 보이는데 그안엔 '별것'이 다 들어있다. 절전 그래프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희로애락까지 챙기며 전기소비량도 줄이는 재주를 부린다. 전월대비 전기사용량이 늘어서 전화를 해 보면 "군대간 우리 아들이 제대했잖아. 컴퓨터 쓰니까 그래"라며 아들의 제대소식을 자연스레 나누고, 반대의 경우는 가족 중 누군가 지방으로 발령을 받거나 돌아가신 경우란다. 애경사가 자연스럽게 챙겨진다.

월1회 또는 연1회 절약의 여왕을 뽑아 시상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도 덩달아 전기끄고, 플러그를 뽑으며 착한에너지 지킴이로서 열성을 보인다. 아파트 앞뒤 동에 살고 있는 가족들은 밤 10시가 넘으면 "왜 너희 집은 불이 켜져 있냐? 불꺼"라며 선의의 참견을 해가며 절전소와 공동체를 가꾸어 가고 있다.

올 봄 3월 원불교환경연대가 총회에서 결의한 것이 '대기전력 제로'이다. 전체 전력사용량의 10%를 차지하는 대기전력만 잡아도 영산성지를 위협하는 영광원전1호기 하나를 끌 수 있다.

전국의 교당과 기관, 그리고 각 단별로 원불교절전소를 만들어 원불교 착한에너지 지킴이들이 되는 프로젝트를 꿈꿔 본다. 지금 당장 안쓰는 플러그를 뽑아 천지에 복짓는 일을 생활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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