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의수 교도 / 강남교당
원불교 개교100년을 앞두고 대종사성탑을 중심으로 하는 영모공원이 형성되면서 정산종사성탑과 대략 대칭이 되는 자리에 대산종사의 성탑을 건립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반백년기념관 뒤와 영모전 동쪽을 경계로 대종사성탑, 정산종사성탑 및 송대를 포함한 상당한 면적이 계획에 포함되어 조경설계를 마치고 대산종사의 성해를 모실 수 있는 성탑의 설계안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이 성탑은 대산종사 탄생100주년이 되는 원기99년 초 이전에 건립되어야 하는데 시기적으로 촉박한 상태에 있다.

대종사성탑은 총부를 찾는 모든 분들이 가장 먼저 참배를 올리고 대종사님을 향한 추모의 정을 모아 두 손을 모으는 성소(聖所)로 원불교 중앙총부의 상징처럼 여겨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종사성탑은 우리의 옛 전통적인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성해(聖骸)를 모시는 탑신을 구형(球形)으로 한 독특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정산종사의 성탑도 대종사 성탑과 궤(軌)를 같이 하면서도 좀 더 전통성을 강조하였고, 구형의 탑신에 성해를 모시는 방식으로 모셔지게 되었다.

여기에서 전통적인 것이란 불교의 탑파(塔婆) 양식을 두고 이른 말이다. 우리나라 불교의 탑은 목탑으로 시작하였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석재를 주재료로 하는 석탑이 크게 발전하였고, 석탑이 등장하는 삼국시대 말기로부터 최근세까지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었다. 간혹 목탑이 세워지기도 하였지만 대부분 석탑이었다.

불교의 탑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스투파(stupa)와 파고다(pagoda)가 그것이다. 스투파는 석가여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탑이고, 파고다는 진신사리가 없이 불상 등을 모신 탑이다. 스투파로 가장 유명한 것은 인도 보팔에 있는 산치탑으로 최초의 사리탑이고, 파고다는 특히 미얀마에 많이 세워져 있다. 현재 대종사와 정산종사 두분 여래위의 탑은 '스투파'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으며, 부도와는 구분이 되는 양식이다.

이제 새로 모셔지는 대산종사의 탑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할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을 할 필요는 없다. 원불교의 새로운 양식을 창조해 나갈 수도 있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 가르침과 경륜이 잘 나타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쉽지 않은 과제이다.

대종사를 비롯한 세 분 여래위의 성탑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경건하면서도 그 경륜을 우러러 받드는 자리라야 하고, 또한 친근하면서도 자상한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가야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교단의 큰 어른이신 세 분 여래위의 성탑을 차례로 참배하면서 한없는 법은에 몸과 마음을 적시면서 성불제중의 굳은 의지를 다져가는 의미 깊은 자리이다.

불교가 전해지는 곳이라면 어느 곳을 막론하고 많은 탑이 세워졌다. 사실 그 많은 불탑은 석가여래 한 분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불교에서 현생에 태어나신 여래는 오직 석가여래 한 분으로 추앙되고 있다. 많은 조사와 고승대덕들이 있지만 오직 부도라는 이름의 탑만이 존재한다.

원불교에서의 성탑은 불교의 사리탑과 다른 양상이 있다. 대종사님께서 스스로를 신앙의 대상으로 하지 말도록 하셨기 때문에 대종사의 성탑을 대각전 앞에 모시지도 않았고 그 앞에서의 특별한 의식이 진행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탑에 참배하거나 또는 기도를 올리는 등의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충분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성탑이 세워지게 될지 알 수는 없다. 이번의 성탑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시대가 바뀐 만큼 계속해서 성탑을 세우기는 어려운 점도 있다. 장소와 품격의 문제로 하지 않음만 못한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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