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수 교도·백수교당
(논설위원)
지난 5월5일 서울광화문 광장에서 막을 올린 종교간 대화와 화합을 위한 행사에 깊은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 유엔이 종교간 갈등과 분쟁을 종식시키고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세계종교화합주간에 따른 것이다. 정말 다행스런 일이며 세계인이 바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종교는 반복되는 수많은 이념 전쟁을 겪으면서 꾸준히 우리 곁을 지켜왔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세계인류 문명 앞에 종교의 힘은 대단했던 것이다. 인간에게 이념과 사상이 똑같을 수 는 없지만 사랑·자비·박애를 추구하는 종교의 이념과 사상은 크게 다를 바 없다.

전라남도 도의원으로 활동하던 때의 일이다. 2008년 9월 전라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세계종교문화 엑스포를 전라남도 영광에서 개최하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동료의원은 물론 언론에서도 신선한 생각과 제안으로 받아들여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해 오기도 하고 인터뷰 요청도 이어진 적이 있었다.

사실 나는 종교의 심층적 내면은 들여다보지 않고 지역발전을 위한 투자유치 차원에서 가벼운 상식과 자문을 통하여 자유발언을 한 것이다. 내용은 '영광은 우리나라 4대 종교인 원불교 발상지이며 기독교와 천주교의 순교지이고 백제불교 최초도래지이기 때문에 종교간 화합을 위한 세계종교문화엑스포를 개최한다면 국가의 위상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 많은 시너지 효과기 있으리라'고 발언을 하였는데 세간에서는 깊은 관심과 호기심을 가졌다. 국민들에게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에서 종교적인 문제를 가지고 발언을 한 경우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신선하면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 본다. 나의 많이 부족한 종교에 대한 짧은 취지와 이념이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메아리 되어 사라지지 않고 종교 화합의 시금석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이 요동쳤던 것이다.

이와달리 요즘의 사태들을 지켜 보면서 종교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종교의 기원은 학자 마다 학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부족한 나로서는 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우매한 인간이 자신의 부족함과 무한한 욕구를 채우고 의지하고 싶은 원초적 본능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및 두려움에 대한 자기보존의 동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인간은 강하면서도 나약한 정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의지가 더욱 강하다는 측면이라 할 수 있다.

각종 매스컴에 성직자들의 부도덕적이고 부끄러운 작태의 뉴스를 접하면서 개탄해 했다. 성직자는 강하면서도 나약한 인간의 정신적 지주가 아니던가?

그런데 종교지도자라 일컫는 성직자들의 방탕한 생활들은 무언가 한참 잘못 돌아 가는 것 같아 종교를 의지하고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일반인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정신적 지주의 방탕이 불러오는 파장은 본인들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본다. 다시 한 번 종교의 본분과 이념을 깊이 새겨 이를 실천해야 하며 쇄신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될 일이다. 아울러 다른 성직자들도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진실로 참회하고 반성하며 수행에 정진해야 한다. 당연히 성직자도 사회의 일원이며 구성원이다.

얼마전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날 천주교의 상징인 명동성당에서 종교의 종파를 떠나 정률 스님이 아베마리아와 향심을 부르던 모습은 종교인은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잔잔한 감동과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슴속 깊이 기억 될 것이라 믿는다. 아울러 정률스님은 명동 성당 제대에 법정스님에 이어 두 번째 오르신 분이 된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자주 있으므로 해서 종교간 화합은 물론 화해의 무드가 형성돼 사회에서 종교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흡족해 할 것이다. 정률스님의 아름다운 가곡의 전달이 따가운 눈총을 받은 성직자의 부도덕한 작태가 조금은 희석되리라 보면서 종교의 화합과 혁신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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