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우체통에 편지를 보내세요"

▲ 대전 시내 한 어린이집 원아들이 현충원을 찾아 국군장병들 묘지에서 묵념을 했다.
6월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은 현충일, 민주항쟁기념일, 한국전쟁 등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위로하는 행사가 전국에서 줄을 이었다. 국립대전현충원에서도 1일 '하늘나라 우체통' 개설식을 시작으로 호국영령의 위훈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애틋한 그리움 편지로

하늘나라 우체통은 현충원이 유족들의 편지를 안타깝게 지켜보다 만들어졌다.

현충원 민병원 원장은 개설식에서 "비 오는 날 유족이 쓴 편지가 빗물에 젖는 모습이 안타까워 충청지방우정청과 함께 하늘나라 우체통을 만들게 됐다"며 "앞으로 유족은 마음 놓고 그리움의 편지를 쓰고 방문객들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과 유가족, 참배객들이 만날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에게 편지로나마 서로 만나 간절함을 달래보자는 마음이 이렇게 우체통으로 표현된 것이다.

하늘나라 우체통은 현충원 민원안내실 앞에 자리 잡았다. 규모는 폭 3.3m, 높이 5m로 빨간 우체통이 새의 형상을 하고 있다. 새의 날개 형상은 편지로 하나 되어 하늘로 힘차게 날아가는 진취적인 기상을 상징한다.

우체통을 제작한 목원대 김상식 교수는 "상부의 채색 날개는 호국영령에게 유가족을 포함한 국민들이 보내는 편지, 광택 날개는 호국영령이 쓴 답장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부의 적색 우편함은 우정청의 심볼컬러를 적용하여 다양한 키 높이의 참배객들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작품 설명을 곁들었다.

현충원의 한 관계자는 "현충원으로 편지를 써 보내는 유족도 있다"고 소개했다.

"당신이 떠난 지 어언 20여 년, 먼 훗날 당신 곁에 가거든 늙었다고 몰라보지 마세요." 라는 그리움이 담긴 사부곡이다.

개설식에는 지난해 용인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다 급류에 휘말려 순직한 차선우 집배원의 유가족도 함께 했다. 차 집배원에게 누나가 편지를 보냈다. "꿈에라도 나와 주지, 어떻게 나타나질 않니. 우리 가족 다 만날 때까지 행복하게 기다리고 있거라." 이생에서 못다 한 가족의 애틋함과 안타까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또 경북 경산에 거주하는 전태웅 씨는 20여 년 동안 아들(전새한 이병) 묘소에 700여 통의 편지를 쓴 주인공이다.

그는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아들을 먼저 보내고 밤낮없이 술만 마시며 세월을 보냈다. 말없이 지켜보던 아내가 '비관하지만 말고 아이들 외국에 유학 보낸 셈치고 편지를 써 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전 씨 부부는 아들에게 편지를 쓰게 된 것이다.

그는 "첫 2~3년간은 아들을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또 군부대에 대한 원망만 편지에 가득했다"고 소개했다. 이후 이들 부부는 종교를 가지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편지내용도 가정사를 알려주는 형식으로 바뀌게 됐다. 전 씨 부부와 두 딸은 최근까지 전 이병 앞으로 한달에 5~6통씩 편지를 써 대전현충원으로 보냈다. 그동안 모아진 편지가 700여 통이나 된 것이다.
▲ 어린이집 원아가 성비닦기를 체험하고 있다.
이달의 현충인물 '제2연평해전 전사자'

현충원은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제2연평해전 전사자'를 2012년 6월의 현충인물로 선정했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29일 오전 10시25분 무렵,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3마일, 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상에서 일어났다.

교전에 앞서 북방한계선 북한 측 해상에서 북한의 꽃게잡이 어선을 경계하던 북한 경비정 2척이 남한 측 북방한계선을 침범하면서 계속 남하하기 시작했다.

이에 한국 해군의 고속정 4척이 즉각 대응에 나서 초계와 동시에 퇴거 경고 방송을 하는 한편, 교전 대비태세를 취했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의 갑작스런 선제 기습포격을 가해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호의 조타실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10시43분경 북한 경비정 1척에서 화염이 발생하자 나머지 1척과 함께 퇴각하기 시작해 10시50분경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상함으로써 교전은 끝이 났다. 이 교전으로 윤영하 소령,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전사했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는 현충원 장교 2묘역 211-4376호, 사병 2묘역 128-1405~7호, 128-14690호, 129-14828호에 잠들었다. 또한 전사자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전 국민의 애국심 고취를 위해 현충원 보훈미래관 1층에 제2연평해전 코너를 만들어 전시하고 제2연평해전 소재 영화 '그날'을 상영하고 있다.
▲ 국립대전현충원 민원실 입구에 설치된 하늘나라 우체통.
열린 호국공원

현충원은 연간 220만여 명의 학생, 유족, 참배객이 방문하는 민족의 성역이다. 특히 6월이면 전국에서 참배객이 다녀간다.

경북 의성에 거주하는 박미자(57) 씨는 현충탑에서 묵념을 한 후 "처음 방문한다"며 "나라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곳이라 엄숙하고 신선하다. 아버지도 국군장병으로 전사하셔서 영천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현충원을 방문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의성에서 출발했다. 여기 계신 분들이 있었기에 나라가 안정될 수 있었다 생각하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뿐이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현충원에는 현재 나라를 위해 희생·공헌한 9만9천6백여 명의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다. 이들을 위한 4대 종교(원불교, 불교, 기독교, 천주교) 종교의식을 시행하는 한편 1일 합동안장식을 주말까지 확대해 유가족들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민병원 원장은 "'열린 현충원 밝은 현충원'의 모토 아래 온 국민들이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현충원길 걷기대회, 사진·UCC공모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보훈산책로, 보훈과수랜드, 야생화공원 등을 조성하여 휴식하면서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열린 호국공원'으로 거듭나려 한다"고 현충원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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