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말한 것처럼 대산은 출가 후 대종사를 모시고 수행하던 당시에 한글시가를 종종 발표합니다. 시조도 있고 창가도 있는데 원기23년(1938) 〈회보〉 47호에 발표한 시조 '사공'은 후에 성가(111장)로 불리게 되어 유명해졌지만 대산이 처음 발표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조그마한 우주선에 이 한 몸 태우고서
다북 찬 호연대기 노 삼아 저어가니
아마도 방외유객(方外遊客)은 나뿐인가 하노라

여기서 '우주선'이라 함은 우주인들이 타는 로켓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은유로서 쓰인 배입니다. 우주조차 조그마한 것으로 평가하고 호연대기를 노 삼아 인생 바다를 항해한다는 것이니 불과 25세 청년의 막대한 스케일은 가히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다북'은 '풍부하게 가득' 정도의 사투리이고, '방외유객'은 '세속을 벗어나 노니는 사람'입니다. 주제나 수사나 간에 뒤에 나온 한글 작품들은 여기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아 이것은 기념비적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대산의 선시는 양적으로 상당하여 다 언급하기는 어렵습니다만, 파격적인 것 하나를 소개함으로써 아쉬움을 달래고자 합니다.

奇奇怪怪岩岩立(기기괴괴암암립) 기기괴괴한 바위들이 서 있고
曲曲間間水水聲(곡곡간간수수성) 굽이굽이 사이사이로 물소리더라
萬里無雲天一色(만리무운천일색) 구름 없는 하늘 만리 한 빛깔인데
出世居士足垂淵(출세거사족수연) 출세거사는 계곡 물에 발을 담그도다

심산계곡에서 하늘을 봅니다. 천지 대자연으로 우주 끝까지 연결되니 앞의 두 줄에선 문자 만다라로 '천지여아동일체(天地與我同一體)'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일품은 마지막 행 '출세거사족수연'입니다. 출세거사는 대산의 아호이니 '족수연' 석 자가 핵심어입니다. 이 한 마디가 화룡점정처럼 이 작품을 생생약동케 하니, 시선일여(詩禪一如)의 그 기막힌 소식이라니!

대산문학의 절정은 한문으로 된 산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도 〈원상대의(圓相大義)〉는 진리의 표상으로서 원(圓)을 내걸고 종횡무진 진제를 요리해 보여 주는 그 솜씨가 실로 현란하여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어찌 문장력만으로 쓸 수 있는 글이겠습니까마는 종횡무진하는 문장력과 현란한 문체는 단연 걸출한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합니다. 또한 '정산종사성탑명'은 문장이 고전적이나 진부하지는 않고, 논리는 흠이 없으며 문체는 유장하여 명문장이다 싶습니다.

'정진문' '채약송' 등 나머지 작품들도 그 연장선에서 교술 장르의 명문으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다만 문학사적으로 본다면, 한문학으로서 갖는 한계를 넘지 못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하겠습니다. 대산은 그런 면에서 현대인이기보다는 근대인이라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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