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제민 교도·분당교당
( 논 설 위 원 )
나는 약속시간에 맞추어 그녀의 환한 미소를 그리며 문을 열고 들어 갔다. 나를 보면 반가워하리라는 기대, 그것은 그녀가 나에게 한 가지 임무를 주었는데 내가 그것을 선뜻 수락하였고 오늘 우리는 한 건 해낸다는 생각에서 나온 약간의 설레임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외면하고 슬픈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숭타원 김성화, 현재 분당교당 교화분과장이다. 30대의 나이에 분당교당에 와서 교당의 교화 주인으로 일하다가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이제 그녀도 한 오년있으면 환갑의 나이가 된다. 나는 이 귀한 도미덕풍 칼럼의 기회중 적어도 이번 한 번은 교화 일선에서 애 쓰다가 그녀처럼 울고 있을 수 많은 원불교인들에 바치는 격려와 감사의 헌화로 이 칼럼을 대신하고자 한다. 아니 나도 같이 눈물의 글을 바치고자 한다.

사연은 이러하다. 교도님들의 장성한 자녀들이 부모님의 권유로 원불교에 입교는 해 놓고 있지마는 교당에는 잘 나오지 않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내 딸들도 그러하여 나도 무력함을 느끼고 있다. 교도님들이 자녀들을 결혼시키게 되면 도반 교도님들이 축하객으로 많이 가기 때문에 신혼여행을 다녀 온 신혼부부는 일요일 예회의 광고시간에 부부가 함께 감사 인사를 한다.

아마 부모님께서 교당 가서 인사하자고 시켰을 것이다. 대개의 경우 사위나 며느리로 다른 종교를 갖고 있거나 원불교를 처음 대하는 경우라도 배우자 부모님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따라 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인사하러 올 뿐이고 법회에 매주 나오는 교도생활이 이어지기가 어렵다. 신혼의 나이란 직장 생활에서 신입이거나 초급 간부일 텐데 일에 지친 일요일 아침은 둘이서 편히 있고 싶겠지.

우리 숭타원 김성화 교화분과장님은 신혼 부부로 교당에 인사를 하러 오는 커플들을 상대로 열심히 입교원서를 받아 모아서 새로운 단 편성을 해 놓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이들을 법회에 나오게 만들지 고민하다가 그들 스스로 얼굴도 모르니 친교의 시간부터 만들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공식모임 이전에 사적인 모임을 처음으로 주선하게 됐다.

서너 커플 모아 놓을 테니 교도회장이 와서 덕담도 하고 저녁도 사라는 일주일전의 부탁을 매일 손 꼽아 기다리다가 약속 당일 얼씨구나 하고 갔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다 되어 오기로 했던 세 쌍의 부부로부터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갑작스런 일 때문에 못 가게 되어 미안하다는 연락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 원불교에 억지 강요 당한다고 생각하는 배우자가 싫은 표정을 지으면 나머지 한 쪽이 신혼의 눈치로 미리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었던지 아니면 빨리 나서지 않고 꾸물대는 상대가 미워서 가기 싫으면 그만두자고 보란 듯이 판을 엎었던지 그건 모를 일이다. 아무튼 모든 계획은 우리 만의 계획이 되고 말았다.

나는 우리 교화분과장의 눈물과 처진 어깨를 위로하고자 애를 썼지만 '뭐, 세상 일이 마음 먹은대로 되나요? 교화가 그렇게 쉽게 되면 누가 힘들다고 하겠어요, 다음에 더 잘 될 거요'라는 식상한 말로 무능한 교도회장의 한계를 드러낼 뿐이었다. 나는 교화에 애 쓰다가 눈물 흘려 본 적 있었던가? 아! 우리에게는 저렇게 교화에 애 쓰다가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구나. 저 눈물이 저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 나는 속으로 같이 울어 주고 싶었지만 태연한 사나이의 모습을 가장하는 스스로의 나약함을 느낄 뿐이었다. 나는 보고 느꼈으니 이제 그녀의 눈물이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교화 일선에서 외로워 울고 있을 많은 원불교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장군의 눈물임을 널리 알리려는 의도로 이 글을 쓴다. 적군을 앞에 두고 깊은 시름에 잠겨 나라를 걱정하던 이순신 장군. 교화를 걱정하며 전략을 짜고 실천해 보고 울어도 보는 숭타원 장군.

이제 당신은 약한 여인이 아니라 장군의 모습으로 원불교 교화 역사에 길이 기억 될 것이다. 그대와 같이 울어줄 우리의 동지가 수없이 많음에 이제 따뜻한 호법동지들의 손길이 그대를 지켜 줄 것이오. 대종사님과 역대 스승님들의 수호와 호념이 그대를 결코 외롭게 하지 않을 것이다. 힘내시라, 우리 교화분과장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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