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무상보육 4개월 만에 중단 위기
표심 잡기에 예산 확보는 뒷전
1회성 현금지원보다 보육환경 개선 절실
산업경제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최정은 정책연구원.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졸속으로 만들어진 무상보육이 결국 6개월도 안 돼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무상보육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까지 말한다. 정부와 지자체 간의 힘겨루기가 계속 되는 가운데 정작 힘든 것은 부모와 아이들이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최정은 정책연구원으로부터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일단 보육비지원의 전 계층 확대, 부모들이 반길 일인데 체감 혜택은 크지 않다고 한다

부모들이 걱정 없이 어린이집을 이용하기를 기대하게 되는데 현재 보육료 외 추가비용이 있기 때문에 부모 부담이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보육료 지원은 국공립 어린이집에 준한 비용이다. 우리나라는 민간보육시설이 90%이상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보육료에 있어서도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만3~5세의 경우 정부지원액과 5~6만원 정도 추가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기타경비 중에 특별활동비가 상당액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비용은 지자체마다 규모가 다르다. 그래서 적게는 10~20만 원 정도 외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국공립시설과 민간시설의 차이에 기타경비 추가부담까지 합치게 되면 아무리 정부가 보육료 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추가비용은 20~30만 원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만5세의 누리과정이 도입 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들 모두에게 월 20만 원을 지원하게 된다. 그런데 유치원은 어린이집과 다르게 원비가 더 비싼 경우가 있고, 원장의 재량에 비용결정이 맡겨져 있어서 그야말로 천차만별인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지원에도 부모가 체감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 보육의 가장 큰 어려움인 경제적인 부분을 정부가 해결해 주겠다고 나섰는데 6개월도 안 돼 재정이 바닥났다고 한다. 처음부터 예상 못한 상황인가

그렇지 않다. 이는 충분히 예상됐던 결과로 보여진다. 보육료지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매칭사업이다. 그래서 40~50%정도 각각 부담을 하게 된다. 그래서 사전에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를 해야 하고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지극히 당연한 이 원칙이 무상보육 확대를 하면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만0~2세의 무상보육이 작년말 예결산특위 마지막 날 통과가 됐다. 사실상 하루만에 급조된 정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비판이 계속 뒤따라 나왔다. 그리고 실제 이 안이 결정된 뒤에 전국시도지사협회에서도 건의서를 내고, 관계자 면담도 하면서 이런 어려움들을 토로해왔다. 그런데 이런 공개항의가 총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언론에 드러나고 부각이 되었을 뿐 문제는 그 이전부터 전문가들 집단 내에서든 지자체 내에서든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 하필이면 서초구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보육예산이 바닥을 드러냈다고 하는데 이유는

이전의 보육료 지원이라는 것은 최대 소득하위 70%까지 지원을 해왔던 부분인데 만0~2세와 5세를 100%까지 늘리면서 지자체 재정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서초구는 소득상위 30%가 많이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실제 만0~2세 보육료가 지난해 연말 1600여 명 정도 되는데 올해는 5000여 명으로 세 배 정도 증가했다. 그만큼 재정부담에서 부하가 걸린 거고, 또 하나는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이다 보니 시비와 구비를 매칭하는 비율이 높아 예산 고갈이 빨리 도래했다고 본다.

- 서울시가 응급자금으로 돌려막기를 한다 해도 다른 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영아 무상보육이 사전에 협의가 되지 않고 결정되면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던 근본원인이 있다. 또 서울시에 25개 자치구가 있다. 서초구를 시작으로 하나씩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8월이면 구로구, 송파구, 중구, 종로구를 시작으로 9월이면 서울시 절반 이상의 자치구 예산이 고갈된다. 서울시는 전국적으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이므로 다른 지역은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추가로 재정을 지방에 지원하지 않고서는 지방정부가 재정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

- 그런데 며칠 전에 기획재정부가 영유아 무상보육을 재검토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수혜자들이 한 번 줬던 것을 뺏으려 하면 반발이 클 것 같다

부모들이 모이는 카페 들어가서 모니터링을 했는데 "아침부터 분노하게 된다"는 글들로 들끓고 있었다. 사실 4개월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의 정책이 아닌가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소득하위 70%로 제한을 해서 지원을 해왔던 부분인데 대부분 상위 30%에는 맞벌이 부부 가정이 포함돼 있어 이들이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했다. 보육정책이라는 것은 부모가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는 것에 의미가 큰데 이는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맞벌이 가정은 재벌가정인 셈이다. 추가경비를 부담하기도 빠듯하다고 얘기를 하는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벌이라면 상위 1%, 넓게 잡으면 10%정도 일텐데 정부의 잘못을 뒤덮으려 엉뚱한 논리를 적용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 현재 영유아 무상보육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은

현금지원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여전히 있다. 보육료지원과 양육수당이 현금지원에 해당되는데 이 둘 간의 지원액 차이가 큰 편이다. 예를 들어 만0세의 경우 보육시설을 이용할 경우 정부가 월75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가정에서 돌볼 경우 부모에게 월20만 원을 지원하는데 결국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는 부모가 아닌 어린이집을 배불리는 정책이 아닌가라는 문제점이 있다. 또 하나는 보육료 지원이 되면서 과연 믿고 맡길만한 시설이 늘었는지 봤을 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선택의 폭이 그렇게 넓지 않다. 문제는 부모들이 신뢰하고 선호하는 것은 국공립어린이집일텐데 이 정부 들어서는 전체 국공립어린이집 시설 비중이 5.3%로 추락을 했다. 반면 대기자수는 시설당 100여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무상보육을 하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점이 보육비 지원에서나 시설 이용비에서나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국공립시설이 이렇게 적은데 시설확충이 어려운 이유는

근본에는 이명박 정부 보육정책에 국공립(시설)을 늘린다는 안이 들어가 있지 않다. 취약지역에 한해서 몇 개를 늘리겠다는 식이다 보니 사실상 돈 있는 사업자가 어린이집을 짓게 되는 오히려 영리사업을 하는 이런식으로 변질되어 있는 것이다. 정부는 국공립 시설을 하나 짓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주저하고 있는데 지자체도 역시 이런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 올해처럼 영유아 무상보육이 갑자기 실시되는 경우 인프라에 대한 투자비용을 좀처럼 마련할 수가 없다. 그리고 절대다수의 민간보육시설이 집단행동을 하거나 국공립 시설을 짓는데 반발을 하는 것도 하나의 걸림돌이다.

서울시의 경우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국공립을 동별 2개 이상, 전체 30%이상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정책을 마련했다. 따라서 사실상 재정보다는 의지의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그렇다면 실제 수요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육아부담이 줄어들었으면 하고, 맡길만한 시설이 늘어나는 것을 바란다. 그런데 지금 아이 키우는 부담이 상당하다. 영유아시기에 사교육이 내려와 있어서 안 시키면 안 되는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 특히 영어 조기교육은 정말 심하고 비용도 비싸다. 경쟁교육의 시작연령이 낮아진 셈이다.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가계부담이 상당하다. 그리고 어린이집을 보내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어린이집 안전사고 등은 끊이지 않고 보도가 되고 있다. 그래서 안심보육이 안 되는 상황이다. 결국 돌봄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안 되니까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구조로 됐고, 여전히 참가율이 낮은 문제도 있고, 사회구조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

- 앞으로 바람직한 보육정책의 방향은

총선에서 거의 대부분의 당이 무상보육을 얘기했고, 무상보육이 그 방향이 될 것 같다. 무상보육이라는 것의 의미는 단지 비용을 저렴하게 한다는 것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투자나 믿고 맡길만한 시설, 질 높은 어린이집 이런 모든 문제들이 근본에 깔려있다. 돈만 준다고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런 문제들과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표를 의식해 정책을 남발하게 되는데 지금 재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정책을 마련하되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이렇게 무분별하게 무상보육 생색내기만 하다보면 제대로 된 보육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전반적으로 복지를 확대하지만 복지재정 확보가 우선적으로 고민돼야 하고 단지 재정의 합리화의 수준에서는 이런 복지확대 재정을 확보할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선심성, 1회성 현금지원에 치우치기 보다는 정말 장기적으로 보육에 절실한 것이 무엇인가, 이런 것을 먼저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료제공/ 원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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