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

▲ 인사이트명상센터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답사팀.
▲ 베레불교대학센터.
세계적 명성을 지닌 명상치유센터들은 어떤 목표와 과정을 통해 '마음치유'와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대중들의 안식처로 자리를 잡았는가. 이 시대 대중들이 원하는 영성프로그램들은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는가.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을 앞둔 미주 동·서부 지역 명상센터 답사는 이러한 물음들을 안고 이 시대 대중들이 염원하는 '마음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100년기념성업회와 원광대 마음인문학 연구진, 교정원 교역자들로 이뤄진 답사팀의 첫 방문지는 인사이트명상협회(Insight Meditation Society)였다.

뉴욕 인근 시골마을 베레에 자리한 인사이트명상협회는 1970년대 미얀마와 인도 등에서 불교 수행법을 공부하고 돌아온 조셉 골드스타인과 잭 콘필드 등 미국의 지식인그룹이 주도한 참선수행 모임으로 시작됐다.

처음부터 큰 시설을 만든 것이 아니라 천주교 수도원의 빈 공간을 임대해 참선수행을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고 참여자들이 늘어나자 기금 조성을 통해 76년 성당 전체를 매입, 참선 전문 수행센터를 열었다. 현재는 120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소승불교를 연구하는 불교학연구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장기 집중훈련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숲속 명상센터도 얼마 전 개관을 했다.

참선의 대중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불교학의 학술적 저변을 넓혀온 점, 경제적 이유로 참선수행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장학금혜택 등이 눈길을 끌었다.
▲ 크리팔루센터.
두 번째 방문지는 메사추세츠주 레녹스에 있는 크리팔두 센터. 연간 3만명이 찾는다는 이곳은 요가, 아유르베다, 마사지, 댄스, 연극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대규모 요가센터다. 크리팔두센터 역시 출발은 요가의 영적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수행그룹이었다. 하지만 구루의 스캔들 등 내환을 겪으며 영적 지도자 중심의 운영체제 대신 전문경영인 중심의 운영체제를 택했다. 아시아 출신의 영적지도자들이 리드하던 초창기 미국 요가 그룹들이 지도자의 사망 등을 겪으며 '영적 깨달음'에 치중하기 보다는 활동적인 생활인들을 위한 미국식 요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크리팔두센터는 보여주고 있었다.

유급 직원만 4백여 명, 애플 출신의 전문CEO. 시설 관리를 시스템화하고 대중적 프로그램 개발과 홍보 마케팅을 전문화하는 등 참선문화를 하나의 기업으로 성장시켜온 크리팔두 센터는 '수행문화의 일상화'를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물신 위주의 사회가 지속될수록 스트레스 산업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법회 시간만 장장 3시간, 죽비를 든 승려들의 엄격한 통제 속에 진행되는 참선. 일본 조동종의 전통을 잇고 있는 수행공동체인 뉴욕 젠센터의 공기는 변화되는 미국불교의 흐름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현대화를 시도해온 일본 조동종에서 이곳 뉴욕 젠센터의 수행현장을 보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결의를 다졌을 만큼 철저한 전통수행을 지켜나가고 있다. 지나치게 상업화 되어가는 미국 영성센터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대중화를 쫓자니 상업화로 치닫기 쉽고 수행의 근원적 목적에 충실하자니 대중과 멀어지기 쉽다.

불법의 시대화, 대중화, 생활화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어떠해야하는가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수행현장이었다.

1977년에 설립되어 영성, 명상, 예술, 자연건강 등에 관한 워크숍과 컨퍼런스를 진행해온 오메가 인스튜티트. 해마다 약 2만 명 이상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오메가의 영성훈련에는 특정 종교의 컬러는 없다. 하지만 '영성수행'을 통한 새로운 문명운동을 지향한다. 방문자센터 건물부터 재활용자재로 지어졌고, 시설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자체적으로 리사이클링해 사용하는 친환경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 개인의 깨달음과 치유를 목표로 삼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사회적 공공선의 실현을 중시한다.

틱낫한 스님을 비롯한 영성지도자들의 특강, 요가, 참선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영성을 테마로 한 문화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이 기간별, 주제별, 대상별로 특화되어 있다.

깨달음은 깊고 다양한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사회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하는 다양한 강사진 발굴 등은 젊은 층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기폭제가 됐다.

비용에 맞게 숙소 선택이 가능하고, 젊은 층의 볼론티어 참여를 독려하는 단기 일자리가 많은 점이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이었다.
▲ 오메가센터도서관.
천주교 교도들이 펀드레이징을 해서 센터를 세운 뒤 신부님이 주재하며 시설과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필라델피아의 말번 명상하우스는 최근 여성, 가족,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개발과 시설 리노베이션에 주력하고 있다. 남성 교도 중심의 운영이 시대적 한계에 봉착해 있는데다 시설의 노화가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도'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훈련프로그램 개발로 점차 새로운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오히려 더 절실해진 영성훈련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변신을 진행 중이며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숙소와 컨퍼런스 룸이 필요에 따라 합치거나 분할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배려가 눈길을 끌었다.

종교지도자나 조직을 배제하고 '성경'을 중심으로 하는 영성적 삶을 지향하는 퀘이커 수행시설 팬들힐은 1930년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다. 우리나라 함석헌 선생이 다녀간 뒤로 한국의 제자 그룹들이 해마다 찾아와 수행을 하고 간다는 이곳은 지역의 유기농 농산물을 이용한 채식뷔페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명상시설이 인상적이다.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 가운데서도 답사팀들은 매일 방문지에 관한 문답을 하고 감각감상을 나누고 있다.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근본적인 수행과 대중적인 수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참신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마음인문학 한창민 소장의 말과 "다양한 수행문화가 매우 실용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미국영성문화 현장이야말로 불법의 시대화, 대중화, 생활화를 기치로 시작된 원불교 운동의 의미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현장이 될 것 같다"는 100년기념성업회 김경일 교무의 말은 이번 답사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아직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답사지가 남아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문화가 들어와 있는 물질문명의 첨단지 미국에 불고 있는 영성운동의 바람을 답사팀은 확인했다. 머지않아 한국사회에도 물질개벽의 시대를 극복해낼 정신개벽의 요구가 거세게 일어날 것을 생각한다.

'상품은 로컬하게 유통은 글로벌하게'라는 일본 어느 자치현의 구호처럼 원불교 수행의 진수를 전하면서도 시대와 소통이 가능한 유연하고 글로벌한 길은 무엇일지 답사를 통해 더 깊게 더 새롭게 고민해갈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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