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배려입니다"
황칠백숙, 무밥, 쌈밥 인기… 손님들 건강 생각하며 요리

▲ 최명오 대표.
음식에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기운이 들어 있다. 마음가짐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진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손님들을 대접하는 곳이 있다면 당연히 발길이 잦아진다.

익산시 영등동 원룸촌에 둥지를 튼 '명아우리'가 그랬다. 2010년 2월에 개업한 이래 꾸준히 손님들이 찾고 있다. 오로지 입소문이다. 7월 초, 비 오는날 명아우리를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테이블에 예약한 손님들이 음식을 들고 있었다. 전통찻집이란 간판을 보고서 들어섰지만 이내 기우임을 알았다. 손님들은 최명오(52·법명 주경) 대표의 오래 길들여진 손맛과 효소로 만든 음식을 맛보며 이내 감탄사를 자아냈다. 그는 이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서점을 접고 생활전선에 뛰어들려고 하니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그러다 건강 음식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화학조미료 대신 효소로 만드는 음식에는 자신이 있었거든요. 이 때문인지 한 번 알게 된 손님들이 반드시 다른 지인들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그만의 독특한 음식 향은 건강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손님들이 그의 정성에 길들여진다는 말이 맞을 듯하다. 직접 농사지은 미나리, 매실, 양파효소로 음식 맛을 맞추니 건강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님들에게 차려지는 음식은 집에서 먹듯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건강 쪽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가끔 손님들 중 자신이 먹던 방식대로 음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당황스럽지만 웃음으로 슬기롭게 대처합니다."

이런 그는 처음에는 콩나물밥과 무밥을 하다 모임 때마다 가끔씩 닭요리를 했다. 옻 요리를 연구하다 우연한 기회에 황칠백숙을 요리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별미로 쌈밥을 내놓기 시작했다. 음식 종류를 늘린 것이다. 그는 음식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여름철 보양식인 황칠백숙을 권했다.

"건강음식을 하다 보니 심마니를 알게 됐어요. 임도가 나는 관계로 황칠나무가 뽑혀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전부 사 들였어요. 황칠은 인삼이나 산삼에 있는 사포닌 성분이 들어있어 기력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해준다고 알려져 있어요. 여기에다 토종닭 백숙과 합친다면 금상첨화죠."
▲ 황칠백숙 밥상.
얼마 후 4인상으로 차려진 황칠백숙을 선보였다. 그는 커다란 뚝배기에 담긴 황칠백숙 국물을 맛보게 했다. 맛이 깔끔했다. 닭요리를 안 좋아 하는 손님들도 이 맛을 즐기는 것을 알았다. 가시오가피, 황칠, 당귀, 황기, 구기자, 창출 등 15가지 약재로 끓인 만큼 담백 그 자체였다.

"손님들이 처음엔 커다란 뚝배기 그룻에 놀랍니다. 그리고 나서 닭 냄새가 나지 않는 것에 또 한번 놀라죠. 이 음식은 은은한 향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 나름대로 소화가 잘 되는 약재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었기에 탈이 나지 않습니다."

그가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자상한 배려는 어릴 적 병치레와 무관하지 않다. 부모는 그를 위해 좋다는 약재로 그의 치료에 정성을 다했다. 이로 인해 약재를 잘 아는 계기가 됐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도 이런 영향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친정 어머니께서는 몸이 약했던 저에게 약초 잎으로 음식을 만들어 주시곤 했어요. 약초 식혜는 제 단골 음료수였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어디에 어떤 약재가 좋다는 것을 알려 주셨거든요. 친정 어머니로부터 자연스럽게 건강 음식을 접하게 됐고 결혼 후에는 김제에 사시는 시어머니로부터 음식을 많이 배웠습니다. 음식 솜씨가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발라진 닭살을 찍어먹는 간장소스와 반찬에도 관심이 갔다. 간장소스는 청양고추와 간장 및 효소가 들어간다. 일반 손님들의 입맛을 위한 효소를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반찬은 단출했다. 무말랭이, 땅콩조림, 즉석 나물요리, 열무김치, 머위장아찌, 양파김치, 마늘된장 등이다.

"무말랭이는 가을에 수확한 무를 말려 놓았다가 효소로 간을 맞춥니다. 각종 장아찌 류는 할수 있는 양 만큼 만듭니다. 마늘된장은 집 된장을 조리해서 사용합니다.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면 제 마음이 오히려 기쁩니다."
▲ 여름철 보양식인 황칠백숙이 미각을 자극하고 있다.
황칠백숙 먹기를 거의 마치자 그는 다 끓인 육수에 흑미, 현미, 찹쌀, 녹두 등이 들어간 죽을 내놓았다. 그리고 나서 양파김치를 곁들여 먹게 했다.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손님들에게 건강 음식을 권하는 것은 그의 음식 내공과 관련있다.

"신선한 식재료가 있을 때 손님을 맞게 되면 기분이 상쾌합니다. 오전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하지만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 것도 제대로 된 맛을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사전 예약은 필수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꽃밭을 거닐고 새들의 노랫소리에 즐거워하는 그의 마음이 손님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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