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님의 소명의식

프랑스의 시인이자 우화작가인 장드 라퐁텐의 우화에 전갈과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갈은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연못을 건널때는 어쩔 수 없이 개구리의 등을 빌려 타야 합니다. 그러나 전갈이 개구리의 등을 빌려 타고 연못을 무사히 건너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전갈이 개구리의 등을 빌려타고 가는 도중에 개구리의 항문부위에 독침을 쏘아 개구리를 죽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하는 전갈에게 물었답니다. 개구리가 죽으면 너 또한 연못도 건너지 못하게 되고 연못에 빠져 죽을 것이 뻔한데 왜 개구리에게 독침을 쏘냐고 하니 전갈이 말하기를 그게 내 본능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마음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우화라 생각되어 단장님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소개해 드렸습니다. 전갈의 나쁜 본능이 자신의 사명과 목표는 물론이요 급기야는 자신의 생명까지도 버리게 되듯이 우리들의 나쁜 습관도 이에 못지 않다고 봅니다.

후천개벽시대의 주세불이신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는 주술이나 주문 등으로 우리의 팔자를 뜯어고치려 하지 않으시고 유무념으로 우리의 팔자를 뜯어 고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팔자를 고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휘어진 나뭇가지를 바로 잡으려면 반대편으로 당겨서 상당한 기간 고정을 시켜야 하듯 좋은 습관이 몸에 익숙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법회와 단회에 참석하는 교도님들을 살펴보면 항상 일찍 오시는 분이 있는가하면 항상 지각하는 분들도 있고 참석하는 것을 생명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빠지기를 밥먹듯이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원인을 살펴보면 단지 신심의 문제로만이 아닌 습관의 문제 이기도 합니니다. 여기에 단장님의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단원들이 법회에 잘 나오는 습관이 들때까지, 단회에 재미를 붙이고 잘 나오는 습관이 들때까지 사랑과 자비와 정성으로 단원들을 돌보고 챙기는 것이 단장님들의 공통된 소명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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