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땀 흘린 효과가 있습니다"
봉사활동 통해 감사생활 체험
군산경로식당에 정성 기울여

아스팔트에 열기가 가득하다. 연일 계속되는 불볕 더위로 인해 거리는 한산했다. 그럼에도 점심시간이면 북적이는 곳이 있다. 군산 경로식당(무료급식소)이다. 하루에 300명은 족히 드나들지만 오전11시부터 시작되는 배식에는 질서정연하다. 그 이면에는 경장교당 박송전(59) 교도의 숨은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배식 시간에 잠깐 만난 박 소장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사회복지법인 원봉공회 군산지구에서 지난해 10월 군산시로부터 경로식당을 수탁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주는 것 보다 받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감사생활이 절로 됩니다."

원봉공회 군산지구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올해 5월 오픈한 (유)아리울 수산에서 생산하는 '사랑해 황금박대·조기'를 판매하는 바쁜 와중에도 매일 1시간씩 배식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심전력을 다한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감사생활이 몸에 배인 듯 하다.

"기왕 저에게 주어진 일을 잘 이끌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은 자원봉사자를 비롯 저를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만나는 인연에 대해 감사하고 하루하루가 감사합니다."

이러다 보니 어르신들도 그의 말에는 토를 달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정다운 말투는 이들의 아픈 마음을 녹여주는 역할을 한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어르신들간의 다툼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어르신들에게 우리를 잘 살게끔 해준 1등 공신들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런 다음 어르신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죠. 가끔은 함께 맛있게 식사하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후 맛있게 드시라고 하면 여기저기서 '감사합니다'라고 응답합니다."

그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감사생활을 체험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원상 앞에 서서 "눈을 뜨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하는 말을 되뇌인다. 저녁에 잘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오늘 하루 잘 지내게 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말을 한다. 감사함이 절실히 다가오는 까닭이다. 그의 봉사활동은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제가 봉사활동을 더 한다 해도 10년 이상은 못할 것 같아요. 10년 동안은 제가 무엇을 해도 시간은 흘러갑니다. 시간은 어떻게 잘 쓰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을 어디에 두고 사느냐에 따라 몸이 왔다 갔다하는 것입니다. 할 수 있을 때 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

그는 자신이 돕고 있는 소년소녀가장들에게도 이 정신을 심어주려고 애쓰고 있다. 그들과 함께 어르신들을 위한 연탄배달을 하면서 정신을 일깨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함께 봉사하면서 주는 즐거움을 알아야 받을 때 더 감사하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탄 배달을 할 때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어르신들이 따뜻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으냐하고 묻곤하죠. 분명 땀 흘린 효과가 있습니다. 먼저 주는 습관을 들여야 감사심을 더 가질 수 있습니다."

봉사활동에 대한 그의 생활철학이 소년소녀가장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스스로 깨우침을 얻으라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그 역시 35세 전까지만 해도 약한 몸으로 인해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다 3번째 수술 후 병실 창밖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자신이 죽는다고 해도 세상은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퇴원하면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교당 봉공회장을 하면서 영아원, 임피 보은의집, 군산노인종합복지관, 역전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에 심혈을 기울였다.

"제가 한 것에 비해 지금 너무 많이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주변에서 봉사활동 하는 것에 대해 과분한 칭찬들을 하면 오히려 부끄럽습니다. 다만 거든다는 마음, 보은한다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한 것 뿐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소리없이 봉사활동을 하는 천사같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제야 철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의 겸손 뒤에는 봉사활동의 오랜 저력이 숨어 있다. 감사심에 바탕해 '맑고 밝고 훈훈하게' 살기위한 그의 의지가 엿보인다. 남편(나길천, 경장교당 교도회장)을 비롯 자녀들도 그의 뜻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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