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마을공동체 바람
일자리창출 등 대안적 삶 추구

최근 끊임없는 경쟁과 관계가 단절된 삶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종교계에서도 마을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올해 초 마곡사는 에너지생태건축협동조합 두레배움터와 '십승지 소농 마을공동체 사업' 협약식을 체결하고 자연과 인간이 상부상조하는 생태순환의 자립자치 마을공동체 건설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마곡사는 마을공동체 실현을 위해 사찰 소유의 임야와 농지를 제공하고 가족 소농의 생태와 순환 농사를 원하는 이들에게 협동조합 형태로 경작권을 부여하고 귀농학교 운영, 귀농자 농가주택 마련 지원 등의 활동을 펼친다.

또 이와는 다르게 신앙생활을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 역시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의 '아름다운 마을'은 기독교 신앙인들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

약 30여 가구, 100여 명의 기독교인들이 모여살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은 마을신문도 발행하고, 주말에는 마을 주민이 모여 예배를 드린다.

이와 함께 품앗이 육아와 대안초등학교인 '아름다운마을학교'를 통한 공동육아는 물론, '공동밥상'으로 먹거리를 공유하고, 마을 사람들이 책을 모아 '마을도서관'까지 갖추며 서로의 삶을 나누고 있다.

교단 내에서는 영산선학대학교, 영산사무소, '민들레세상의어린이' 등을 주축으로 구성된 '살고자픈 영산마을'이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영산마을은 '농촌마을통합복지'라는 구상에서 출발해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교실과 더불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안부나누기와 반찬배달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마을공동체가 종교인들 사이에 조용히 뿌리내리고 있는 이유는 기존의 개인화되고 약탈적인 경쟁에 내몰린 삶 속에서는 각 종교의 가르침대로 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반해 마을이라는 공동체적 삶에는 각 종교가 추구하는 사랑, 은혜, 자비 등의 가치가 맞물려있다.

아름다운 마을의 주민들은 "참된 기독교적 삶이란 더불어 사는 것,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각 마을공동체가 전개하고 있는 공동육아와 공동밥상, 소외계층에 대한 돌봄 등은 이러한 가치들을 잘 반영하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마을공동체는 구성원들의 종교생활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기도 한다. 종교인들이 주축이 된 마을공동체에서는 신앙적 가치를 공유할 뿐 아니라 함께 예배나 법회를 보거나 선방, 성경학교 등을 운영해 신앙과 수행의 길을 함께 걷는 동지가 돼 준다.

이에 원불교를 비롯한 각 종단의 관심도 증대되고 있지만 성공적인 공동체 정착을 위한 난관 역시 만만치 않다.

먼저 종교인들이 중심이 된 마을공동체의 경우 자칫 지역내 무종교인 또는 이웃종교인과의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공동체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마을은 이들 역시 함께 품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아름다운 마을은 516번지를 중심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살고 있을 뿐 마을의 경계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살고자픈 영산마을 역시 지역 아동들을 위한 '길용리 글로벌학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길용선방' 등을 운영하며 함께 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마을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두고 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을공동체의 경우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활과 직결된 공동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이를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그 문제를 공유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합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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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들이 주축이 된

마을공동체에서는

신앙적 가치를 공유할 뿐 아니라

신앙과 수행의 길을 함께 걷는

동지가 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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