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온실가스 감축의지 의문

▲ 이상현 / 녹색미래 사무처장
평상시 1,000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A기업. 기술을 개발하고 설비를 보완하는 등 노력으로 배출량을 900톤으로 줄이면, A기업은 100톤을 시장에 내다팔아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이를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라고 한다.

이 제도는 쉽게 말해 온실가스를 사고 팔 수 있는 권리이다. 온실가스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가스로 이산화탄소를 비롯하여 메탄, 프레온가스 등 6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라 불리기도 한다.
이에 해당하는 것은 국가와 기업. 일부 국가의 경우 개인간 배출권 거래를 시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개별 국가와 그 속에서 산업생산을 시행하는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각 국가가 할당받은 온실가스를 감축해 배출하는 경우에는 할당 이상으로 남는 여유분을 다른 나라에 팔 수 있고, 만약 초과해 배출하면, 다른 나라에서 오히려 사와야 하는 셈이다. 약간 다른 것이 있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별로 부여되지만, 탄소 배출권 거래는 대부분 기업 사이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다루어진 것은 지난 1992년 리우회의. 이 때 채택된 기후변화협약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해 지구온난화를 방지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후속조치인 1997년 쿄토의정서는 세부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정했다.

당시 선진국들은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2012년까지 5.2%를 줄이기로 합의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나라에서 제외됐다. 교토의정서는 세가지를 중점적으로 다뤘는데, 첫째,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벌이면, 그만큼 온실가스를 줄인 것으로 판단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량에서 빼주는 청정개발체제. 둘째, 개별적으로 국가가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힘든 만큼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팔아 거래를 활성화 함으로써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이자는 배출권 거래제. 그리고 온실가스를 효과적이면서 경제적으로 줄이기 위한 공동이행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이 배출권 거래제이다. 환경경제학상으로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매커니즘으로 거래를 활성화해 온실가스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제도이다. EU 등에서 활성화돼 있으며, 우리나라도 기후변화협약에 가입돼 시행할 수밖에 없으며,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형편이다. 반면 후발경제개발국들은 선진국이 이미 석탄·석유 등을 사용할 만큼 사용하고, 나머지 후발경제개발국들이 사용할 만하니까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다며, 선진국 경제논리라고 일축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정부는 지난 2009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국제사회에 발표한 바 있다. 환경단체는 이에 대해 교토의정서에서 제기한 1990년 대비한 배출량 감축이 아니라 배출전망치 대비라는 점에서 이 또한 낮은 목표라고 지적한 바 있다.(배출전망치 대비량은 배출이 매년 늘어날 것을 전제로 하여 계산하는 수치이므로 실제 감축량은 많지 않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밝혔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성을 부여한 상태였다. 하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보면 이마저도 달성 가능할 지 미지수라는 의견이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2010년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8년 9위에서 2009년 8위 등으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환경단체는 지난 20년간의 배출량을 보면 우리나라는 136%가 증가해 중국(256%), 인도(179%)에 이어 세번째로 빠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23일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은 10년 단위 장기계획으로 기획재정부장관이 수립하도록 했으며, 주문관청은 환경부가 맡고,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동안은 모든 업종의 배출권을 100% 무상할당키로 했고, 2차 계획기간(2018∼2020)에는 97% 무상할당, 3차 계획기간(2021∼2025) 이후에는 90% 이하의 범위에서의 할당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시행령에 대해 환경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60%를 차지하는 산업계가 100% 무상할당 받으면 실제적으로 감축하기 어렵다는 이유이다. 현행 배출권 거래제는 대규모 배출사업장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배출권 거래제가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현실에서 실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여기에는 국가가 중장기 감축량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년도별 허용 총량 및 배출권 할당이 전제로 제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공정하게 진행되는가의 문제이다. 업종이나 기타 부분별로 형성에 맞게 할당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누구나가 공정한 룰의 적용을 받아야 참여가 활성화될 수 있다. 시장 또한 공정하게 운영을 추진해야 원할한 제도 시행이 이루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어느 누구는 공개하지 않고, 일부만이 공개된다면 누가 이에 참여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인가? 또한 할당 과정이나 거래 상황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고 검증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할당을 많이 하거나 또는 무상으로 진행하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부가 이번에 제1차 국가목표기간 동안 기업에 100%를 무상으로 할당해 주는 것은 시행효과를 전혀 얻기 어렵다는 게 현실적 중론이다. 그런데도 이번 법률에서 산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할당 등이 약화된 상태에서는 제도 도입의 정당성이 훼손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세가지 원칙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배출전망치(BAU)를 재산정하고, 이에 대한 년도별 감축목표를 새롭게 확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배출권 거래제의 핵심은 각 기업의 적정한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정하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들었던 1,000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이 노력도 하지 않고, 1,100톤을 할당받았다면, 오히려 이 기업은 하는 일 없이 100톤의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핵심위원회인 할당위원회(위원장 기획재정부장관, 간사 환경부차관)가 기재부, 교과부, 외교부, 행안부, 농림부, 지경부, 국토부 등으로 이뤄진 것도 문제화될 소지가 높다. 여러 부처가 상존하고, 기재부, 지경부 등 경제부처가 주도하는 것에 환경부가 얼마나 대응할 수 있을 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경제 및 개발부처의 경우 해당되는 대상업체와의 '유착'이나 '봐주기'등의 잘못된 관행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 7월25일 열린 2012년 하반기 환경정책심층토론 워크숍에서 환경부는 제도의 투명성·일관성·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일부처가 책임지고, 일관된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운영, 업계 불편 및 혼란을 최소화하고,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에 전념할 수 있게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녹색성장 주창국으로서 기후변화협상에 선제대응하고 국제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출권 거래제 대상업체 대부분을 무상 할당하는 것에 비춰 얼마나 기후변화에 선제대응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지금이라도 시행령을 강화하는 방식으로의 법제정이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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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 무상할당 대신

투명·일관·형평성 갖춰

녹색성장 주창국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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