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제민 교도·분당교당( 논 설 위 원 )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찜통 더위, 움직이면 괴로우니 삼라만상이 오직 단전에 매달려 호흡 고르기만 하는 듯하고 악을 쓰는 매미 소리는 서 있는 돌의 귀에 들리는 물소리인 듯하니 이 더위도 무무역무무 비비역비비로 받아들인다.

도미덕풍 칼럼이라…. 지금 이러한 무더위에는 시원한 선미청풍(禪味淸風)의 센스가 요구되는 때, 더위에 집중력을 잃은 사람들의 관심을 살피지 않고 우리 원불교인이 무엇을 잘해 보자고 주절거리는 칼럼위원의 가당찮은 글을 누가 읽어나 줄까. 보시(布施)에는 글 보시도 있다던데 점잖은 칼럼을 일탈하여 오늘은 이 더위의 짜증을 식혀줄 한 여름 청량법회나 선물로 올리자.

우선 아름다운 음악 소리와 천년 동굴 속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새벽 맑은 공기를 가르는 신비로운 새 소리와 밀려오는 파도가 자갈밭을 훑고 빠지는 소리와 대나무 밭을 지나는 바람소리들이 절묘한 화음을 이루며 배경음악으로 잔잔하게 깔려 듣는 이의 마음이 황홀하다.

멀리 구름이 중턱에 걸린 산봉우리들이 보이고 계곡에는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데 어떤 사람은 그 물 속에 발을 담그고 어떤 사람들은 넓은 잔디밭 시원한 보리수나무 그늘에 앉아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각자 종교가 다른 영성 수도자들이 구름같이 함께 모여 대법회를 보는 것이다. 하나님을 천주님을 마호메트를 법신불을 무극과 태극과 진리와 도와 세상에 이름하는 그 무엇이라는 종교의 원리들을 받들고 신봉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모든 도리들이 하나의 도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깨달아 알고 이를 찬양하는 많은 사람들이 드디어 모여 연합 대법회를 보는 것이다.

모두에게 살얼음이 둥둥 뜨는 서늘한 감로수 한 대접씩 돌아가고 진리가 하나임을 모르고 방황하던 사람들은 법회 중에 울기도 하고 깨달음의 기쁨에 취한 사람들은 일어나 덩실 덩실 춤을 추기도 한다.

종교간 연합대법회가 열리는 이 날, 나는 낭랑한 목소리로 감상담의 글을 읽는데 내용은 각자 종교의 사용 언어로 동시 통역되어 전달된다.

'은혜 가득한 우주', 나 안에 나의 하나님 꽉 차 있어 따로 계신 하나님 찾을 곳 없네 / 나 밖에도 나의 하나님 꽉 차 있어 홀로 계신 하나님 찾을 곳 없네 / 천지 만물 허공법계 꽉 찬 하나님 법신불 사은님 / 나 안 나 밖 경계 구분 따질 것 하나 없네.

나라는 존재 원래 없으니 이 몸도 마음도 하나님 자체 모습 / 나 안 나 밖 허공법계 우주만유 천지 만물 / 무소부재 하나님께 예배하고 불공 하네 / 하나님 계신 곳 하늘나라 극락이면 / 바글바글 끓는 지옥 의 내 고통은 누구 것인가 / 이 내 업보 지은 죄업 인과 고통 누구 것인가

지옥 따로 극락 따로 분별생각 집착의 그림자 / 깨닫지 못한 자의 미혹의 환영(幻影)일 뿐 / 전도몽상 꿈길 깨어 분별주착 벗어나니 / 피 흘리고 아파하는 나의 모습이 하나님 모습 / 자비가득 하나님 나를 위해 피 흘리네 / 내가 지은 죄업 과보 나를 위해 받아내네 / 내가 지은 악업 고통 나 대신 아파하네 / 나 따로 하늘 따로 미망 분별 어리석음 / 나 안 나 밖 꽉 차 있는 하나님을 바로 보세 / 이 모두가 하나님 나라 법신불의 화신이니 / 지은 죄업 참회하고 다시 죄업 안 지으리 / 지은 죄업 참회하고 다시 죄업 안지으면 / 언젠가는 갚아지리 갚아지면 쉬어가리

인과법칙 하나님 뜻에 숙업멸도 예정됐네 / 그때까지 가는 동안 보보일체 이미 대성경 / 얼씨구나 좋구나 둥실 둥실 춤을 추네 / 천지만물 허공법계 사은님께 불공하고 / 나 안 나 밖 하나님께 감사하고 감사하네.

원고 마감이 하루 남은 늦은 밤, 이런 생각 던지고 저런 생각 지우면서 글 한 줄 못 쓰고 걱정 속에 잠이 들었더니 새벽 3시20분 마음속에서 소리가 들려 갑자기 깨어 일어났다. 곧 바로 책상에 앉아 옮겨 적었다. 3분 만에 시 한편을 쓰다니 내 글이 아닌 것 같다. 널리 알려 바른 감정받으라는 하늘의 뜻으로 알고 여기 대법회 감상담을 픽션으로 만들어 보았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