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부재는 엇박자 행보, 시각차 발생

소통을 바탕으로 한 교단의 회의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교단은 최고 결의기구인 수위단회를 비롯해 출가교화단회, 교구교의회와 교당교의회, 교화단회 등 다양한 회의체가 있다.
본 지에서는 소통과 공의수렴 문화라는 주제로 회의 문화의 활성화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1주 교당의 회의, 2주 출가교화단의 의견제출 활성화, 3주 중앙과 지방의 소통 얼마나 잘 되고 있는가, 4주 소통과 공의수렴 문화에 대한 좌담회를 진행 한다.
요즘 우리사회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가 '소통'이다. 다문화, 다종교 등 다극화, 다원화의 추세 속에서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토대가 바로 소통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비단 사회에서 뿐 아니라 교단 안에서 이미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교구자치제의 시행과 맞물려 중앙과 지방의 소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많은 권한이 교정원으로부터 각 교구로 이양됨에 따라 소통의 미진함은 자칫 교정원과 교구의 '엇박자 행보', '교정 공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구자치제, 급지조정 등 교정원-교구 마찰

그렇다면 중앙과 지방을 대표하는 교정원과 교구의 소통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을까?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아직은 둘 사이에 어느 정도의 '불통'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교구자치제와 교당의 급지조정 문제다.

교구자치제의 경우 원기85년 교헌의 교구규정을 전면 개정하면서 교구자치 규정을 마련한 이래 지난해까지 서울과 부산을 비롯해 8개 교구가 법인분리를 통한 법인설립등기를 마치면서 본격적인 시행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렇듯 오랜 기간 교단 내에서 숙의를 거쳐 진행된 교구자치제이지만 시행과정에서는 여전히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 교구사무국 관계자는 "중앙총부에서는 교구자치제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데 교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측면이 있다"며 "막상 제도를 시행하고 보니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급지조정에 대해서도 교구의 불만은 적지 않다. 최근에는 교구 사무국장협의회에서 급지조정과 관련해 교정원에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골자는 교정원의 급지조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교정원에서 갖고 있는 데이터와 현장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급지조정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유지비, 출석수 등이 전산상에는 부풀려져 있거나 누락돼 현장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교구에서는 교정지도 등을 통해 현장을 살펴보고 나름대로 급지조정을 해 교정원에 보내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점도 이들의 불만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한 교구 사무국장은 "6급지가 하루 아침에 3급지로 승급되는 경우도 있고, 우리가 현장을 살펴보고 승급을 요청했음에도 오히려 강등되는 경우도 있다"며 "각 교당이 이 문제로 예민해져 있다"고 전했다.

소통창구는 마련돼 있지만

그러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는 걸로 보여 진다.

예를 들어 교구장협의회의 경우 교정원과 교구, 교구와 교구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의를 통하여 각교구의 교화활성화와 제반사업의 진흥을 목적으로 구성됐다. 이 자리에는 교정원장과 부원장, 기획실장, 그리고 각 교구의 교구장이 참석하며 교단의 교화정책, 교구와 관련된 교정 정책, 교화정책 집행, 평가 등에 대해 협의한다. 또 필요에 따라 교정원 각 부서장을 참석하게 해 정책 추진에 있어 연계성을 높이고 있다. 또 교정원에서는 행정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교정원장이 주도한 교구장협의회를 통해 결정하고, 그것이 각 교구의 방침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교구정책을 입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두 달에 한 번씩 진행되는 교구사무국장 연수도 교정원과 교구의 소통창구로써 활용되고 있다. 교구사무국장 연수도 교화훈련부에서 담당하기는 하지만 필요에 따라 교정원 각 부서에서 참석해 업무 및 정책 추진 현황을 공유하고 이에 따른 협조사항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교단의 결의기관인 중앙교의회에는 교구의 교구장, 지구장, 사무국장과 함께 교구교의회 의장과 의장 역임자, 각 교구에서 추천한 법계 교정이상인 의원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는 교헌개정 및 예산결산, 중요교산처리, 국외총부 설치 승인, 교단의 중요 정책에 관한 사항 등 교단의 굵직굵직한 사안을 의결하는 만큼 교구의 입장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이런 기구들 외에도 교정원에서는 사안에 따라 각종 설명회나, 세미나 의견제출 등을 통해 공의를 수렴하고 있다. 교구자치제의 경우 교구별 설명회를 통해 홍보를 펼치는 한편, 수차례에 걸쳐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고 의견제출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였다.

문제는 소통문화의 부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정원과 교구 사이에서 소통의 불편함을 느끼고 각종 현안에 대해 시각차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소통문화의 부재로 보인다. 그동안 교단은 오랜 기간 교정원 중심의 운영체제를 유지해 왔고 자연히 소통보다는 상의하달의 문화에 익숙해있다.

때문에 소통을 위한 여러 시스템은 구축돼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제대로 조성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소통은 신뢰와 상호교감을 전제로 이뤄지고 인위적인 제도적 틀로만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양명일 교구사무국장협의회 총무는 "교정원에서 그동안 현장을 얼마나 방문하고, 교구에 큰 행사가 있을 때 여기에 얼마나 참여를 하려 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며 "교정원에서 공청회를 한다고 해도 부산이나 경상도, 강원도에서는 총부 한 번 방문하기가 어려운데 지방에서는 얼마나 해봤냐"고 반문한다.

이는 형식적인 소통이 아니라 실질적인 소통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냐는 지적이기도 하다. 정책을 시행할 때도 공문만 보내고 시행을 촉구하기 보다는 현장까지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도록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고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호 노력과 조정자 등 대안 마련해야

소통은 오랜 시간 동안 상호 간의 노력을 통해 점차 문화로 정착되었을 때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교구의 경우 교구 내 현장의 실정에 대해서는 교정원에 비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지라도 교단 전체를 바라보기보다는 시야가 교구 내로 좁아질 수가 있다. 반면 교정원은 교단 전체를 대상으로 정책을 입안하는 만큼 시야는 넓을 수 있지만 각 교구의 세정을 살피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노력은 한 쪽으로 치우친 노력이 아니라 관련된 당사자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러한 소통의 문화가 정착될 경우 신뢰성이 높아지고 많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소통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효율적 방안으로 제3자적 입장을 가진 조정자의 역할도 고려할만 하다. 갈등의 해결과 소통의 활성화를 위한 조정역할의 중요성은 중앙, 지방 모두 인식하고 있었으며, 마찬가지로 조정자는 제3자의 입장이 돼야 보다 효과적인 조정의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교구 등 지방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 역시 보다 정밀하게 보완할 필요도 있다. 교구장협의회의 경우 교단의 교화정책, 교구와 관련된 교정 정책, 교화정책 집행 평가 등에 대해 협의 하지만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는 교구장협의회에서 협의된 내용을 교정원에서 시행하지 않으면 그만인 구조로 돼 있어 정책추진에 있어 무게추가 교정원쪽으로 기울어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교구자치제가 정착된다면 원만한 교단 행정을 위해서는 교구와 교정원 간의 소통과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이와 관련된 제도 역시 양자가 상호 동등한 입장에 설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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