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잘 사는 법
은혜와 상생 자리이타로
다 함께 잘 살고 진급하자

▲ 오선명 교무 / 경남교구 문산교당
사해(四海) 동포가 법신불 사은님의 필연적 은혜 관계임을 천명한 교리가 동포은입니다. 동포은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인간과 만물, 만물과 만물 등의 복합 다면적 은혜와 상생, 자리이타(自利利他), 진급(進級)이 준거의 틀로 강조되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불공(佛供)의 대목입니다.

은혜와 상생

세계 도처에 전쟁, 빈곤, 질병 등으로 고통받는 인류가 많습니다. 인간이 주도권을 잡고 생존하고 있는 이 지구가 평화와 행복의 무대라기보다는 가공할 만한 첨단의 무기가 피바람을 불러오고 특히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 독점, 독식을 위해 잔혹한 약탈과 침략을 서슴지 않는 난맥상이 오늘의 불행한 현실입니다. 인륜 도덕의 불변적 정체성은 무너져 버린지 이미 오래 되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의료 그 어디서도 상생과 은혜 관계의 동포은을 실감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측면이 부족한 오늘입니다.

산하 대지, 금수 초목까지도 은혜와 상생의 필연적 관계인데 이 준거의 틀은 왜 요원하게만 다가올까요. 깊고 깊은 인적조차 드문 산사의 앞에서 산야초, 토종 약용 산나물이라며 파는 것들도 대부분 오염되고 수입된 국적 불명의 먹거리랍니다. 은혜와 상생은 우리 인간과 만물의 생존을 근본적으로 지켜주고 보호하는 윤리강령인데 이렇듯 은혜와 상생을 찾을 수 없어 허탈합니다.

몇 가지 자리이타(自利利他)

소태산 대종사의 불법연구회 시대는 전 지구적으로 암흑기였습니다. 강대국들이 약소국가들을 침략과 약탈의 대상으로 삼아 온갖 악독한 만행을 서슴지 않았던 사실들을 역사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36년 동안 일본에게 국권을 유린당하고 침탈과 억압에 짓눌려 갖은 질곡과 고통의 세월이었습니다. 총부의 대각전 범종을 빼앗아가고, 놋쇠로 만든 세숫대야, 요강, 밥그릇, 수저 등 황국신민이라는 공출 공납의 미명하에 모조리 거두어 갔습니다. 그때의 통한은 우리 민족 뿌리깊게 가시가 되어 꽂혀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마주하고서 은혜와 상생관계의 동포은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리이타의 도는 나도 좋고 너도 좋은 관계입니다. '나는 이익이요 너는 손해를 보라'가 아닙니다. 때로는 '나는 손해를 보지만 너에게 이익이 된다면 그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강대국들은 평화와 인권을 내세워 약소국가의 국권과 고유한 전통(풍속과 종교)을 짓밟고 유린해서는 안 됩니다. 한편으로는 무기를 팔고 한편으로는 평화를 주장하며 약소국가를 쇠멸과 도탄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비인도적이며 포악의 이중적 전략 전술을 멈추어야 합니다.

둘째 힘있다고 여기는 자(한국의 정치 권력자)들은 민심이 곧 천심인 것을 통찰하여 국민들을 무지몽매하고 나약한 존재로 착각하는 오류를 벗어나 민심과 민의를 근본으로 정치의 1순위 강령인 정도(正道)를 반듯하게, 당당하게, 겸하여 국민의 일꾼이요, 더욱 노복으로 생각하여 겸손, 하심(下心)을 실천하셔야 합니다.

셋째 재벌과 사업가는 경제의 윤리적인 철학을 가지고 사업을 해야 합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국민 대다수에게 지탄을 받는 까닭은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켜 돈은 벌었겠지만 진정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소비자들을 희생시키지 않아야 합니다. 눈속임의 상술이 만연하여 우리 서민들이 너무 힘들고 가난합니다.

넷째 하청업체들을 비롯, 소상공인들은 자력(自力), 자강(自强), 자립(自立)을 위해서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이 닥칠지라도 전문적인 역량, 인내, 기업 윤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신념과 의지를 강화시켜 굳건히 대한민국의 국익에 도움을 주는 사업을 해야 합니다. 사회 전반에 도덕적인 정체성이 송두리째 무너져 가장 힘든 사업을 하셔야 하겠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섯째 타종교를 비롯해 원불교는 교화, 교육, 자선 3대 사업을 균형 발전 추진하되 생산이라는 발전 동력이 절실합니다. 원불교는 사농공상의 직업을 생활의 근본으로 지향하는 종교입니다. 원불교의 각 교당 기관이 생산의 성장 동력에 있어서 간과하고 있지는 않는지 엄밀히 자책하고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초기 교단 시절 산업 기관을 만들고, 삽과 곡괭이로 유지답을 개간하여 의식주를 해결하며, 출가 재가가 합심 합력하여 열린 교당과 기관을 운영해 왔던 전범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여섯째 자연 환경 보전을 생명 운동의 차원에서 적극 동참하고, 권장하며, 각자가 어떠한 방면으로든지 몸소 실천해야 합니다. 자연 환경을 파괴시키고 훼손하는 행위는 곧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임을 인식하여 가정에서, 직장에서 그 어느 곳에서든 우리의 생명을 보전하고 보호하며 지킨다는 각오로 임해야 합니다. 1년에 나무 10그루 이상은 심고 가꿀 수 있어야 합니다. 꽃을 심고 또 나무를 심고 무공해, 무농약 먹거리를 찾고 이러한 일에 종사하는 힘들고 고달픈 사람들을 위해 박수를 쳐주고 격려의 말 한 마디를 해주는 것도 생명 운동입니다. 주변 작은 산이라도 오르면서 야생화 이름, 나무 이름, 그리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땀을 흘리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상쾌함도 생명 운동입니다. 더욱 자연을 훼손하고 망가뜨리는 개발과 행위에 반대하는 것은 매우 적극적인 생명 운동입니다.

함께 잘 살고 진급합시다

인간을 비롯해 금수초목까지도 법신불 사은님의 화현(化顯)이시요, 부처님의 권능을 가지신 생명존재의 동포은(同胞恩)은 전 인류가 함께 잘 살고 진급하는 윤리적 강령의 교리입니다. 동포은은 독권(獨權), 독식(獨食)의 전 근대적 패권주의가 무너지고 새롭게 부각된 전 지구적 공동체의 윤리와 표상이 강조된 점에서 앞으로 미래 사회가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공동체 틀에서 공생공영을 최고의 지향점으로 삼는 것을 볼 때 세계적인 이념으로 거듭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세계가 강약의 차등과 차별이 아직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고, 더욱 한국이 강약의 틈바구니에 끼어 벗어나지를 못하는 난맥상을 보이고 있기에 강약진화의 발전 도상에서 각자 각자가 어떻게 동포은을 실천하면서 진급할 것인가 고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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