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현 교사가 명상요가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자각시키고 있다. 

세상에 버릴 아이는 한명도 없다 교사의 품이 필요할 뿐
 

목적지를 향해 길을 떠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경남 거창대성고등학교 가는 길이 그랬다. 장대비는 쏟아지고 터널 사이 사이에 안개는 뭉개구름처럼 피어 올랐다. 짙은 안개가 자꾸만 시야를 가렸다. 지곡 나들목으로 빠져나가는 길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때 '천천히'라는 말이 떠올랐다. 급하고 당황스러울수록 마음의 브레이크를 챙겼다.

선방같은 미술실
그렇게 간신히 빠져나와 목적지인 거창대성고등학교에 도착했다. 이영현(법명 원공) 교사가 2층 미술실에서 반갑게 손을 흔든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술실에 들어선 순간 법당에 들어선 기분이 들었다. 편안한 기운이 감돌았다. 바닥에는 요가 매트가 정갈하게 깔려 있고, 벽에는 목판으로 새긴 일원상과 다양한 그림액자가 걸려 있었다. 미술실이기 보다는 수양하는 정진처로 다가왔다.

그는 "요즘 학생들은 많이 불안해 한다. 특히 우리 학교 학생들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오는 곳이다. 중학교때 항상 칭찬을 받았던 학생들이 성적이 떨어지고 선생님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언급했다. 이는 공부를 잘한다는 말을 들은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와서 다시 순위가 바뀌는 불안감을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그 불안감을 머리가 아프다거나 때론 정신분열도 함께 느낀다고 토로한다. 그는 "이런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는게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불교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거창 서경신문에 마음공부 내용을 1년 정도 기고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을 교장선생님이 보고 재량활동 수업으로 '정신수양과 건강생활'로 과목을 개설했다. 그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요가, 태극기공, 명상, 마음공부 등을 도입했다.

요가로 몸과 마음 자각하기
학생들에게 정신적 명상을 접근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기에 이 교사는 먼저 요가를 시작했다. 몸의 자각을 통해 마음을 자각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요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업이야기가 나오고,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학생들과의 상담이 이뤄졌다. 이번 학기에 시작한 명상요가수업은 1학년 전체가 대상이다. 수업내용은 먼저 명상-몸풀기-요가-송장 자세로 마무리 된다.

그는 "요가로 몸이 이완되면 마음도 함께 이완되면서 안정을 얻는다. 요가는 동작이나 자세의 완성이 아니다"며 "요가를 처음 대할 때 학생들은 장난스럽게 접근하지만 하면 할수록 그것을 받아들이고 요가에 빠지는 사례를 경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법이 좋아도 형식에 묶이면 안된다.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궁극의 목적에 이르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도 처음에는 명상이 잘되지 않았다. 새벽에 기도를 하면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 명상을 원리대로 하려는 마음과 기대를 가지고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때 들이쉬고 내 쉬는 숨을 어떻게 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내 쉬고 들이쉬는 숨을 그대로 바라봤다. 그때부터 호흡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깊게 들이쉬고 내 쉬는 게 자연스럽게 됐다. 그는 "오직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적적성성하게 깨어있으면 저절로 자연스럽게 가벼워지는 이치가 있다"며 "명상은 좋고 싫은데 끌리는 것이 아니다. 오직 자유로워지기 위함이다"고 수행의 경로를 귀뜸했다. 우리가 몇천배씩 절수행을 하는 것도 생각을 내려놓기 위함이며, 절을 하다가 어느 힘든 꼭지점을 넘어서면 절하는 그 모습만 뚜렷이 남아있는 것도 같은 경로임을 제시했다.

상담의 마지막은 마음공부
마음공부를 마친 후 학생들의 감상담에는 스스로 마음이 안정되어 화를 잘 내지 않게 되고, 남을 이해하는 마음이 넓어져 마음의 힘이 생겼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한 학생은 "나는 주위가 산만하고 덜렁댄다고 어머니께 야단을 많이 맞았다. 막상 공부를 하고 싶어도 책상에만 앉으면 이 생각 저 생각이 떠오른다. 공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뱅뱅 맴돌아 짜증이 나서 고함도 질러보고 베개를 던져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짜증은 안 풀리고 공부하기도 싫어졌다"고 표현한 뒤 "그런데 마음공부가 정말로 많이 도움이 됐다. 불안한 생각이 떠오르면 '내가 걱정을 하고 있구나'하며 알아차리고 그 마음을 받아들이며 호흡에 마음을 두고 명상을 했다.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안하다. 성적도 올랐고 공부도 잘 된다. 마음공부를 가르쳐주신 이영현 선생님께 고맙고 절대 못 잊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요가나 명상은 학생들의 짜증나고 화나는 불안한 마음들을 해소하고 안정을 찾게 해준다. 마음이 편안해 지면 일심이 모아지기에 공부도 잘되고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게 된다. 명상에 이르기만 하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마음이 안정되면 신경전달물질인 베타엔돌핀, 도파민, 세로토닌 등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공부 때문인지 학생들은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를 미술 선생님보다는 마음공부 선생님으로 인식하고 있다. 재수생이 되어서도 마음공부가 도움이 되고 있다는 말을 들을때는 흐뭇함으로 자리한다.

그는 "학생들은 편애하는 선생님을 가장 싫어한다"며 "이 세상에 버릴 아이는 한명도 없다. 다만 학생들을 다 안을 수 있는 교사의 품이 필요 한 것이다"고 피력했다. 그는 상담기법의 마지막을 마음공부에 두고 있다. 아는 것에 끝나지 않고 반드시 행동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음의 원리를 알아도 마음의 힘을 키우는 훈련이 없으면 자주력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선방과도 같은 미술실을 나오며 그의 책상을 보니 〈마음을 멈추고 다만 바라보라〉, 〈참마음 이야기〉, 〈육조단경〉, 〈구곡의 물소리〉 등의 마음 서적들이 빼곡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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