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메가 인스티튜트 숙박시설.
'세상의 변혁을 끌어낸 음반들 강좌', '자연과 교감하는 디자인 워크숍', '말해본 적 없는 이야기 쓰기과정'.

얼핏 보면 문화 강연같기도 하고, 예술커리큘럼 같기도 한 이 강좌들은 미국 뉴욕주 라인백(Rhinebeck)시에 자리한 영성교육센터 '오메가 인스티튜트(Omega Institute)'의 9월 프로그램 목록들이다. 미국 내 가장 큰 규모의 영성교육센터라고 알려져 있지만 특정종교의 색채는 없다. 여성운동, 환경과 생태, 최근 문화 트랜드 등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테마로 워크숍을 열고 강연을 마련한다.

특히 세계적인 영성지도자들의 초청 강연은 호응이 크다. 스리랑카의 반테 위말라 스님이나 미국과 베트남 전쟁 때 평화운동을 주도했던 틱낫한 스님, 작가이자 세계적인 영성운동가 에크하르트 톨레, '인간은 늙지 않는다'라는 저서로 유명한 대체의학자 디팍 초프라, 심리학자이면서 노자를 연구한 웨인 다이어, 고 케네디 대통령의 아들이자 환경운동 변호사인 로버트 케네디, 배우이자 반전운동가인 제인 폰다 등이 이 센터의 주요강사들이다.

영향력 있는 강사진,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짚어내는 기획, 다양한 치유명상 프로그램으로 이곳 오메가 인스티튜트를 찾는 이들은 한 해 2만 명이 넘는다. 센터가 문을 여는 기간은 5월부터 10월까지. 250개가 넘는 워크숍, 컨퍼런스, 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방문객들로 오메가 인스티튜트 곳곳은 생기가 넘쳐난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 숲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강연을 듣는 사람들은 젊은 학생들부터 나이든 퇴직자들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이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공부거리'들을 찾아 이곳에 왔다. 그리고 그 공부는 삶을 치유하고 성장시킬 근원적인 공부다. 대체 누가 이처럼 누구나 찾아와서 고뇌하고 토론하는 거대한 공부판을 연 것일까.

"우리는 개인의 성장과 각성을 통해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생명의 대학을 구상했습니다."

오메가 인스티튜트(Omega Institute)의 공동설립자인 미국의 치유전문가이자 작가인 엘리자베스 레스(Elizabeth Lesser)의 이야기다. 그는 의사로 살면서 정신의 치유가 더 시급하다는 인식을 갖고 영성을 공부해온 스테판 레트샤픈(Stephen Rechtschaffer)과 이 센터를 열었다.

설립 당시 엘리자베스 레스는 그동안 사회를 주도해온 계층들이 빈곤과 전쟁 속에서 성장하며 자신의 내면을 형성해왔기에 자신들에게 가장 결핍된 요소, 즉 물질적인 것과 감정적 희생을 그 주된 추구의 대상으로 삼아 왔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이들에게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스테판 레트샤픈 역시 마찬가지 생각을 했다. 일상 속에 묻혀 지내다보면 자기 자신과 대면할 기회를 갖기 쉽지 않기에 새로운 눈으로 세상과 자신을 돌아볼 교육과 각성의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개인과 사회의 각성과 치유를 위한 생명의 대학'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비영리기구인 오메가 인스티튜트의 시작은 소박했다. 1977년 뉴욕과 버몬트 지역의 학교를 임대해 몇몇 강좌와 워크숍을 시작했는데 사람들의 호응이 좋아지면서 조금씩 그 규모를 넓혀왔다. 현재 자리한 뉴욕본부는 200에이커의 대지에 100여 개의 건물로 구성된 대규모 교육 훈련시설이다. 라인벡 시에 있는 본부 외에도 텍사스, 오스턴 등에 7개의 센터를 더 두고 있다.

"이 건물은 주변에서 가져온 재활용품들로 만들어져있습니다. 우리는 Living Building System을 구축하고 있어요. 빗물과 오수를 모아 재활용하고 있고, 이 물로 여러 식물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냄새를 완전히 정화시키는 자체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오메가 인스티튜트를 찾는 방문객들이 맨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은 Living Building System이 구축된 출입구 건물이다. 2010년 미국 내 10대 친환경건축시스템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 시설은 환경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추구하는데 동참하겠다는 오메가 인스티튜트의 지향을 보여준다.

방문자센터를 지나면 거대한 공원같기도 하고, 평화로운 대학 캠퍼스 같기도 한 오메가센터의 모습이 펼쳐진다. 원래는 이곳은 유태인들이 쓰던 보이스카웃 캠프장이었다. 숲과 Lake Long Pond라는 연못이 있고, 곳곳에 크고 작은 숙박시설이 있다. 가족단위로 머무를 수 있는 펜션 형태부터 단체 숙소, 야외캠핑장 등 형편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관광회사와 연계해서 센터의 취지를 이해하는 관광객들에게도 숙소를 내주고 있다. 수익보다는 센터를 홍보하는 취지라 한다.
▲ 오메가 선방.
센터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는 불교식 선방이 자리하고 있다. 돌과 나무를 이용해 만든 조용한 선방으로 센터 이용객들이 자유롭게 선 명상을 한다.

지역 로컬푸드를 이용한 야채식 뷔페식당은 설립자이면서 의사인 스테판 레트샤픈(Stephen Rechtschaffer)의 뜻이 반영된 공간이다. 정신과 과학과의 결합을 중시했던 그는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훈련을 통해 진정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먹는 일을 온전히 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그는 보았다.

개인의 힐링을 넘어 사회를 힐링하겠다는 오메가 운영진의 뜻은 불교서적으로 가득한 도서관, 몸의 힐링을 위한 운동시설, 어긋난 소통을 바로 잡는 네트워크 회복 프로그램 등에서도 엿볼 수가 있다. '나만의 웰빙'이 아닌 시대현안에 주목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과 소통을 지향해온 것이 35년 동안 오메가 인스티튜트를 지탱해온 힘이 아닐까 생각됐다.

2012년, 우리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화두 또한 '힐링(healing)'이라고 한다.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인기 여행 상품들이 모두 '힐링'을 테마로 삼고 있다.

특정 종교의 신자가 아니면서도 종교단체 주관의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무신론자의 참여수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2002년 2500여 명에 불과했던 국내 템플스테이 참여자 수가 올해 20만 명에 육박, 10년 만에 76배나 증가했고 천주교 신자가 아니면서 가톨릭 피정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종교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힐링을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느 일간지의 기획기사 제목처럼 '버티던 삶, 집착을 비우고 행복을 채우고 싶어하는' 치유의 요구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이야기다.

오메가 인스티튜트가 흡수하고 있는 많은 공부인들 또한 힐링을 원하는 이들이다. 나의 근원을 다시 인식하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싶은 이들이다.

조용한 명상수련장이 아니라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활달한 공부도량 같은 오메가 인스티튜트에서 원불교 국제마음훈련원을 생각해 본다.

상업화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시대와 호흡해 나가는 큰 공부도량, 개인의 힐링을 넘어 세상을 치유하는 참 공부도량이 열려 우리시대에 새로운 공부바람, 희망의 기운을 불러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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