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4대 특성화 기반 종합발전 계획 수립 박차

▲ 봉황인재학부를 신설해 고급공무원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정세현 총장.
원광대학교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학생정원 감축, 학과 구조조정, 등록금 인하, 장학금 지급률 확대, 전임교원 확보율 등에서 교육개혁 우수 사례대학에 포함됐다. 원광대는 이번 평가에서 150여개 4년제 대학 중 상위 20%대에 진입 한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더불어 취업률에서도 대형 4년제 대학 중 66.8%로 전국 2위를 차지했다.

5일 오전10시 원광대 총장실에서 정세현 총장을 만나 '원광대의 대학구조개혁 사례와 변화'에 대해 대담했다.

- 대학구조개혁 우수사례 대학이 되기까지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교육과학기술부의 평가 발표 후 총학생회에서 꽃바구니를 들고 왔다. '학교를 안정적으로 변화시켜 줘서 감사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성과는 법인과 교직원 모두가 아낌없는 노력으로 이뤄낸 결과이지 총장 한 사람의 업적이 아니다.

교과부의 대학평가지표를 충족시키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교과부의 평가 지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다. 법인도 대학도 감당하기 어려운 '학과 통폐합'을 단행했다. 취업률, 재학생충원률, 재정 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모든 학과를 평가했다. 또 학생 정원을 다 못 채우는 학과, 휴학생이 많은 학과도 통폐합의 대상이 됐다. 그 과정에서 재학생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의를 위해 소아를 희생해야만 했다.

이처럼 학교가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하지 않으면 평가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원불교100년이 되는 시점에 가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구조조정에 대한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교학부총장(신명국 교무)이 수고를 많이 했다.

교과부에서는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높이 사 준 것 같다. 교직원들이 열심히 하다 보니 취업률이 전국 2등을 했다. 모두 깜짝 놀랐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교직원 모두를 취업 전선에 내 보냈다. 학생 한 사람이라도 취업시키기 위해서다. 학과별로 진로 기획 교수제를 도입했다. 학과장이 겸직하는 곳도 있지만 3인1조가 되어 학생들 취업시키기 위해 수소문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을 설득해서 취직시키는 것이 더 어려웠다. 취업 마인드가 확실하지 않는 학생들을 설득하는 것이 주 관건이었다. 요즘 취업생들의 추세가 대책이 없으면서도 취업 재수를 한다. 익산시에서도 행정 인턴학생들을 받아 줘 도움을 줬다. 원불교 유관 기관과 교도님들이 경영하는 기업에서도 적극 도와줬다.

원광대가 지난 1년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확인된 것 하나가 작심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원광대와 원불교의 저력이다. 이번에 강한 단결력을 보았다. 그래서 산학 협력강화 차원에서 가족회사제도 도입 및 운영도 2개월 사이 478개 회사가 합력했다. 산학단장이 열심히 뛴 결과이기도 하다.

- 원광대는 150여 개 4년제 대학 중 상위 20%대에 진입한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의 대학평가에서는 원광대의 이름을 찾기 어려웠다. 원광대가 4년제 대학 중 상위 20%대 진입의 근거는 어떻게 측정한 것인지.

전체 4년제 대학은 190여 개다. 규모가 작거나 예술계통 대학과 종교 성직자 양성 대학 등 이번 평가에서 제외된 대학을 빼면 150여 개 대학이 평가대상이 됐다. 150여 대학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상위 20%대 대학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는 하위 7.5%였다. 대학 내에서 교과부의 공시 지표들을 자료로 삼아 다른 학교 지표와 비교 산식 적용해서 점수를 산출해 낸 것이기 때문에 신뢰해도 좋다.

교과부 평가기준과 중앙일보의 평가기준은 다르다. 중앙일보는 교육환경, 역량, 재정지원, 교육성 등이 주된 평가활용 지표이다. 이와 달리 교과부는 학생총원과 취업률을 중심으로 하는 정량적인 평가이다. 이를 통해 경쟁력 없는 하위 15% 대학은 퇴출시키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 원광대도 교육여건 개선과 교육역량강화 프로그램 운영현황에서 4대 특성화에 기반한 종합발전 계획을 수립 중이다. 즉, 인문학적 소양 강화, 중국문제 특성화, 의·생명 특성화, 그린에너지 특성화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우리 대학은 도덕대학임을 강조해 왔다. 인생을 깊이 고뇌해 본 사람이 도덕적일 수 있다. 인생을 육체적 삶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비도덕적 행동도 개의치 않고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국가 지도자를 키워내려면 역사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인생과 역사에 대해서 항상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문제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법론의 하나가 인문학적 소양 강화이다.

이러한 인문학적 소양 강화의 일환으로 '후마니타스 장학금'이 있다. 한 마디로 책 서평, 토론 대회이다. 이 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면 1학기 등록금 전액 수준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금상, 은상, 장려상에게도 차등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와 함께 글로벌 인문학 강화 설강, 교양강좌 등을 초청 강의로 진행한다.

'중국문제 특성화'는 중국의 국력신장 속도를 볼 때 중국전문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가고 있다. 수출도 많아지고 있다. 국가 재정도 중국 수출로 충원되고 있다.

이것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가령 중국이 경제 문제로 압박해 올 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이미 수도권 대학이 중국문제연구소를 두고 연구 중이다.

우리 대학은 한·중 간 어떤 법률문제가 제기될 지 예측을 하는 방향에 초점을 줬다. 정치와 외교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 것인가 등 미연에 연구하는 것이다. 이미 다른 나라와 중국과 마찰이 생기고 있는 부분을 연구하면 알 수 있다. 한·중 법률에 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의대, 약대, 한의대, 치대를 갖고 있는 대학은 우리대학과 경희대뿐이다. 특히 한강 이남에서는 우리 대학뿐이다. 이러한 강점을 살려 '의·생명 특성화'를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생명 계통 연구 능력과 인프라를 키워내야 한다. 익산의 식품산업클러스터에도 연구원과 기술자를 보내고, 바이오 산업단지에도 취직시켜야 한다. 의학과 생명 공학이 다양하게 결합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야만 한다. 신약개발로 식품산업, 기계 개발 등 의료 기기 개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린에너지'는 산학협력 차원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전 세계적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에 노력을 많이 한다. 태양광 신재생 에너지 관련 전문 인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새만금도 우리의 일터요 앞마당이다.

- 원광대는 여느 사립대학과는 달리 원불교 종립대학이다. 종립대학이라서 운신의 폭과 제약이 따를 것이라 본다. 이에 대한 입장은.

운신의 폭이 좁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학교의 구성원들을 보면 교수들 중 각 종교 신자들이 다양하게 근무한다. 또 학생들을 보면 전국에서 출신 고등학교 숫자가 가장 많은 대학이라고 한다. 그만큼 출신지역이 다양하다. 교수들도 경상도 말이나 사투리를 조금도 어색해하지 않는다. 충청, 강원, 서울, 경기도 등 교수 출신도 지역별로 다양하다. '원불교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교수를 선발하면 '원불교 편협하다'는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저 역시도 집안의 어른들이 원불교를 다녔기 때문에 그 분위기에 익숙했다. 각종 교단 행사에 다양하게 참석하는데 조금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있다.

- 영산성지에 순례를 자주 가신다고 들었다. 성지 순례를 하고 나서의 기분은 어떤지 궁금하다. 또 사회에서는 원광대=원불교로 동일시한다. 부담감은 없는지.

동일시 하는 것에 대해 큰 문제나 부담이 없다.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은 안했다. 서울에 기독교가 세운 대학도 참 많다. 원불교가 세운 대학이라 어려운 것은 없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마다 영산성지에 가서 기도드리며 마음을 안정시키곤 했다. 영산성지 대각전에 가서 '난관을 극복할 힘을 주십시오'하고 향을 피운다. 사배를 하고 앉아있으면 기운을 받는 느낌이 든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일들이 몇 번 있었다. 대각전에 들른 후 성래원에서 차를 마시고 나오는데 인력개발처장에게 전화가 왔다. "취업률이 66%가 넘어서려고 합니다." 또 한 번은 학과 통폐합에 관한 전화를 받았다. "학과 교수들이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협상을 마무리 했습니다." 영산에서 학교로 돌아오려고 할 때면 그런 기쁜 전화를 몇 번 받았다. 참 신기했다. 확실하게 대종사님의 위력을 받는 기분이었다.

- 우리나라 청소년 학령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각 대학들이 위기에 처해있다. 원광대의 대처방안은 무엇인가. 그리고 강조하고 싶은 말은.

우리 대학도 정원의 10%를 감축했다. 1,700여 명이다. 등록금 수입만 계산해도 150억이나 된다. 전국 대학 중 가장 먼저 정원을 감축했다. 계속해서 정원을 줄여갈 수밖에 없다. 2016년에는 기존 정원에서 3천 명 정도 수준으로 학생들을 줄여야 할 것으로 본다. 전체 1만 3천명이 적절한 수준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미달 사태가 우려된다. 4대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 놓으면 학생들이 몰려올 것이다. 질적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시작한 사업 중 하나가 후마니타스 장학금을 신설했다. 또 40명 정원의 봉황인재학부를 신설했다. 봉황인재학부를 통해 고급 공무원 즉 행정고시에 응시하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공부 시킬 것이다.

그 중 성적 우수자 10명에게는 전액 장학금 지급과 기숙사 전액 면제, 용돈 지급 등 학교가 시험에 합격할 수밖에 없도록 스파르타식 훈련을 시킬 것이다. 행정고시에 다수 합격자를 배출하여 학교 이름을 빛낼 수 있도록 하겠다.

우리 대학은 12년 동안 행정고시 합격자를 생산해 내지 못했다. 대학의 외연확장을 위해서라도 행정공무원을 많이 배출 해 내야 한다. 정부의 각 행정 부서에 동문이 많을 때, 대학의 위상도 달라진다. 봉황인재학부에 교도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훌륭한 자녀를 많이 보내주면 좋겠다.

이제 원광대학교는 세계에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대학으로 인문융합 생명존중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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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구조 조정을

하지 않으면 평가

나빠 질 수 밖에 없어

학과 통폐합과

대학원도 학생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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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육관응 편집국장 yuk@wonnews.co.kr
사진 나세윤 기자 nsy@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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