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산바가 정수위단원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17일 경상남북도와 제주도 지역에 거주하는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천재지변으로 이들의 소중한 한 표가 태풍에 쓸려갔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선거관리와 관련된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17일 오전8∼오후5시 진행된 정수위단원 선거는 총유권자 2267명 중 1750명이 투표에 참여해 77.2% 투표율을 보였다. 이것은 6년전 실시된 선거와 비교하면 7.8%P가 하락된 수치다.
원기91년 선거에서는 총유권자 2055명중 1747명이 투표에 참여해 전체 85%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번 선거에서는 우려를 낳았던 무효표는 147표로 여자 투표용지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이 중 남녀 1명만 기표한 유권자가 있는가 하면 18명 전원을 기표한 것을 비롯 법호와 번호에 기표한 사례 등이다. 이들에게는 54명 중 남녀 9명씩 18명을 가려 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이날 오후 11시40분에 최종 집계된 결과에 따르면 18명의 당선자 중 3선 2명, 2선 2명, 초선 단원이 14명으로 드러났다. 여자정수위단원의 경우 전부 초선이라 유권자들의 표심의 향방을 알 수 있다. 남자정수위단원의 초선은 5명에 불과하다.

이번 당선자 중 원광대 원불교학과와 영산선학대학교 기숙사 사감을 역임했거나 교정원 총부부장을 역임한 단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눈에 뛴다. 이와 달리 거의 한평생을 교화직에 종사한 단원들의 약진은 거의 미약한 수준이다.

이는 행정문화에 길들어진 단원들의 의식과 평소 인연과 안면이 있는 사람을 찍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젊은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 조차 갖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개혁, 변화, 혁신을 외쳐도 메아리가 없는 한계점이다.

이번 당선자들은 유권자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했던 문제들을 간과하지 않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변두리를 살피는 지도자야 말로 대중의 환영과 존경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제대로 이름값을 하는 것이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발을 차갑게 하면 심장이 상한다는 족한상심(足寒傷心)의 의미를 잘 이해하는 지도자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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