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제3대 전기를 이끌어 갈 정 수위단원들이 당선 소감은 대체적으로 책임감으로 집약됐다. 원불교100년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중임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대중의 뜻을 헤아리며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정책 개발이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까닭이다.

이런 근저에는 우선 당면과제인 수위단원 정체성을 비롯해 수위단원 선거규정을 손보아야 하는 당위성과 맞물려 있다. 또한 수위단회 결의사항과 관련된 거수기 노릇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물론 교화훈련상임위, 교육문화상임위, 공익복지상임위, 재정산업상임위, 총무법제상임위를 거쳐 수위단회에 상정되지만 수위단회 결의사항인 법강항마위 이상의 법위승급에 관한 사항, 교헌교규의 판정에 관한 사항, 중요정책에 관한 사항에 대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동안 문제가 생기더라도 책임을 돌릴만한 시스템이나 구조가 되어 있지 않은 사항을 고려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는 교단사가 대부분 일사천리로 집행해 버리는 아쉬움이 작용하고 있다.

원기94년 정책연구소에서 실시된 수위단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11.3%에 그친 것은 이를 잘 반증해 주고 있다. 부정적인 응답은 48%였다. 교단적 소통을 위한 수위단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7.9%, 부정적 응답이 51.5%로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이번 정수위단원들의 당선소감은 대부분을 중대한 책임을 통감 한다는데 맞춰져 있다. 이런 발상의 전환은 수위단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대중들이 줄기차게 제기했던 것은 결국 수위단의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과 직결된다.

정수위단원들이 당선소감은 교단 발전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충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중들이 축하를 하는 이면에도 변화와 소통을 통한 교단 화합과 발전에 더욱 노력해 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이것은 공동체의 앞날을 위해서다.

권위의 수위단원이 되기 보다 현장교무들을 섬기는 수위단원, 현장교화의 걸림돌과 어려운 점을 해결해 주는 수위단이 될 때 책임감은 행복을 불러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축하인사는 6년 임기를 마무리할 때 받아도 늦지 않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